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가 내게 보낸 편지를 한 권으로 묶어 펴내려 한다. 거장 세잔에 대해 쓴 편지다. 그 작업이 릴케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는지 잘 알기 때문에 참으로 기쁘기 그지없다. 이 편지는 세잔의 작품이 릴케의 창작활동에 큰 영향을 끼쳤음을 보여주는 이정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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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나도 뭔가를 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가식적인 글이 아니라 고단한 작업 끝에 나온 글이어야 합니다. 어떻게든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는 아주 미세한 구성요소들, 나의 예술적 세포, 확실한 유형의 표현수단을 발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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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품은 그의 본보기이며, 그가 들고 기도하는 묵주의 매듭이며, 그의 독립성과 진정성을 거듭 확인해 주는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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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예술 안에 머무를 때, 예술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확장됩니다. 궁극적 직관과 통찰력을 통해서만 작품 속에서 살아 있는 예술가에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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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살롱 도톤’Salon d'Automne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나는 밝고 화려한 미술 시장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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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은 세잔 전시실에서 일어났는데, 그 방에 전시된 작품들은 강력한 힘으로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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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잔에게서 과일은 모두 먹을 수 있는 것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과일은 있는 그대로의 실재적인 것이 되고, 그들의 완고한 존재감은 간단하게 파괴될 수 없는 것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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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늙고, 아프고, 지친 몸으로, 쓰러질 지경까지 규칙적으로 매일 작업에 몰두했습니다. 아틀리에에 갈 때마다 다른 이들에게 화를 냈고, 사람을 믿지 못했으며, 그들에게 조롱받고 부 당한 대우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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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노인이 된 세잔은 40년 전 파리에서 그린 낡은 스케치만 가지고 누드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엑상프로방스가 그에게 모델을 사용하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가 말합니다. ‘기껏해야 오십대의 여성이나 구할 수 있겠지, 이 나이에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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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잔은 그런 것들로부터 자신의 ‘성인들’을 만들어냅니다. 그들이 온 세상의 모든 기쁨과 모든 영광을 나타내도록 아름답게 만듭니다. 그는 자신이 그 성인들로 하여금 그렇게 하도록 만들어냈다는 것을 모릅니다. 단지 늙은 개처럼 정원에 앉아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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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잔이 지위한 먼 길을 걷고 있고, 아마도 단지 첫 이정표에 도달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미 돌 던지는 아이들만 따라 다니는 홀로 멀리 앞서 걸어간 노인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오늘 그의 그림을 다시 보러 갔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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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상함과 편협함을 통해 발달된 기질로 인해 자연에 눈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과에 대한 사랑을 삼켜서 그것을 영원히 사과 속에 그려 넣을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 p.87
지금 나한테 큰 유혹이 되고 있는 세잔에 대한 글을 쓰는 데 좀 더 신중해야겠습니다. …나의 삶에 조용히 다가와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 낸 이 예상치 못한 접촉은 엄청나게 많은 것들을 확신시켜 주었을 뿐 아니라 매우 유의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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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은 처음에는 이런 헌신 뒤에서 작게 시작됩니다. 성인다운 숭고함은 시작이 있습니다. 스스로를 뽐내지 않고, 홀로, 눈에 띄지 않게, 말없이 모든 것을 실천하고 견디는 단순한 사랑의 삶입니다. 진정한 작품과 큰 업적은 결국 인내에서 시작됩니다.
--- p.112
세잔 이전에는 아무도 회화가 색채의 문제라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색채를 독립적으로 다룸으로써 그들끼리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는 인식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 p.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