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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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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기타

: 당신도 기타와 친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 모른다

이기용 | 위고 | 2019년 10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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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66쪽 | 194g | 110*178*14mm
ISBN13 9791186602492
ISBN10 11866024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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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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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혼자 해결해야 하는 자신만의 작은 전쟁을 매일같이 치르고 있다. 음악이 없었다면, 그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왔을까. 가장 힘든 순간들을 나는 음악과 함께 버티며 넘어왔던 것이다.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음악은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서서히 나를 치유해주었다.
--- p.7

유명 가수가 아니면서 기타를 계속 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었을까. 결혼해서 아이도 낳았으니 돈이 필요했던 삼촌은 결국 야간 업소 밤무대에서 취객들을 상대로 그들 노래에 기타 반주를 하며 생계를 해결하게 됐다. 비루하고 쓰라린 일이었을 것이다. 술에 취해 기억도 못할 노래를 부르는 취객을 위해 오래도록 갈고닦은 기타 실력을 써버리는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 아픈 일이다. 나중에 삼촌은 “거기서는 자존심이 있으면 안 돼. 취객들은 이유 없이 바나나 껍질을 얼굴에 던지기도 하고 욕설을 내뱉기도 해. 밤무대는 밤의 인간과 낮의 인간이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는 곳이야”라고 무표정하게 얘기하곤 했다.
--- p.17

그날 내가 깨달은 것은 기타를 치기 위해서는 기타를 몸으로 안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두께가 약 10센티미터에 헤드부터 바디 끝까지의 길이가 1미터가 넘는 기타를 치기 위해서는 기타의 바디 부분을 가슴에 밀착시키고 양팔을 벌려 기타를 안아야 했다. 병원과 학교를 오가며 힘들어하던 내게 기타를 안았을 때 물리적으로 느꼈던 안도감과 포근함은 분명히 위로가 됐다. 거기에 더해 나도 언젠가는 어릴 적 삼촌이 내게 들려주었던 소리를 낼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도 생겼다. 기타를 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나는 차츰 마음의 안정을 되찾게 되었다. 밤마다 나를 괴롭히던 호흡도 조금씩 진정되어갔다. 정신적으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내게 삼촌이 건넨 어쿠스틱 기타는 거의 유일한 안식이었던 것이다.
--- p.19

단 네 개의 코드만 익혀놓으면 노래를 부르면서 기타로 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경험은 무척 중요해서, 어쩌면 모든 기타리스트들은 곡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해봤다는 최초의 성취감으로 오늘날에 이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을 경험한 바로 그 순간이 기타리스트로서의 삶이 무한히 확장되는 최초의 순간이기도 하다. 다른 어려운 곡들을 만날 때마다 늘 괴롭지만 그럴 때마다 돌아가서 기댈 수 있는 노래가 있기에 다음 곡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적어도 마지막까지 좌절하지는 않을 수 있는 것이다.
--- p.21

모든 음악적인 치장을 걷어냈을 때 가장 마지막에 남는 것이 멜로디와 코드인데, 이것이 가장 잘 드러나는 음악이 바로 포크 음악이다. 통기타 하나와 목소리 하나만으로 이루어진 음악. 악기 하나와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좋은 곡은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좋은 곡이다. 좋은 곡이 반드시 통기타와 목소리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통기타와 목소리만으로 이루어진 좋은 곡은 어떻게 해도 그 좋음이 잘 사라지지 않는다.
--- p.30

우리는 게릴라 공연을 하기로 했다. 공연이 시작되면 누군가 시끄러운 소리에 분명히 신고를 할 것이고 그러면 경찰이 출동할 것이다. 우드스톡 앞에 경찰들이 도착하기까지 적어도 10분은 걸릴 것이다. 펍에서 종종 소란이 발생했을 때 그들이 도착하는 데 그 정도의 시간이 걸렸던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그 시간이면 3분짜리 곡을 세 곡 연주할 수 있는 시간이다.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우리 모두는 짜릿한 흥분을 느꼈다.
--- p.53

기타리스트라면 모두 그렇겠지만 노란 텔레캐스터를 연주할 때 나는, 바디를 몸에 바짝 붙이고 늘 마음을 다해 연주를 했다. 그렇게 노란 텔레캐스터를 연주하면서 나는 내 감정의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가보는 경험을 했다. 노란 텔레캐스터를 잃어버렸을 때 나는 음악을 잃은 느낌이었다.
--- p.87

만일 자신이 구매한 악기가 있는데 아직 그 악기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다면 그 악기를 한 번 더 바라보고 악기 자체의 모습을 사랑하는 마음을 한번 환기해보면 좋을 것 같다. 틀림없이 자신이 한때는 그 악기의 디자인에 마음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다시 시작해볼 수 있다. 다시 악기에 대한 애정이 살아나고 악기를 손에 들고 연주하는 일이 더 자주 생길 것이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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