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귀찮고 힘든 일이 있어도 힘을 내서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그 여행이 아무리 가혹한 것이었어도 나중에 남는 추억은 훨씬 더 멋있어진다. --- p.28
지금도 마테차를 마시면 남미의 짙은 녹음과 강렬한 햇살, 불쑥 찾아오는 밤의 깊이가 떠오른다.
서늘하게 부는 바람에 땀이 식는 느낌도 되살아난다. --- p.32
말을 하지 못하는 미미한 것도 선한 마음으로 대하니 사람을 돕는 일을 할 수 있는 거구나, 하고 감동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 따스한 마음을 접하면서 위로를 얻는 것이리라. --- p.39
무언가에 관심을 갖고 인연을 느꼈을 때, 그 나라가 갑자기 품을 열고 잇달아 많은 것을 보여 주곤 하는 일이 있다. 그러면 그 나라의 역사가 피가 통하는 것처럼 가깝게 눈앞에 펼쳐진다. --- p.46~47
아무리 울적할 때에도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경치 속에서 온천욕을 즐기면, 몸이 알아서 치유되니 인생이란 의외로 그렇게 간단한 일로 완성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p.65
멋진 시간은 만들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연과 기분, 그리고 날씨 등 … … 여러 가지가 때마침 잘 맞아서 찾아오는 멋진 시간이다. --- p.71
나는 어느 밤, 아직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 언뜻 섞여 있는 봄 내음을 무척 좋아한다. 한겨울인데, 어두운 밤, 차가운 바람에 섞여 느껴지는 희미하고 달콤한,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힘찬 봄의 선율이 들리면 반갑고 설레서 잠까지 설치고 만다. --- p.100
태양의 빛, 그리고 물의 은총으로 인간의 삶은 계속된다. 공기에는 언제든 숲의 내음이 찰랑찰랑 넘친다. 인간이라는 보잘것없는 존재는 그 숲에 안겨, 땅에 발을 딛고 겸손하게 그 은총을 받아 간다. --- p.123
식탁은 오늘이 한 번밖에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그림이 그려진 캔버스 같은 것이다. 그려진 그림은 그날 중에 사라져 버리지만, 식탁을 함께 한 사람들 머릿속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이 새겨진다. --- p.160
자기 시간은 자기 것이다. 가령 타인에게 고용된 몸이더라도, 그 일을 선택한 것은 자신이다.
그러니 일하는 시간을 송두리째 넘기라는 요구는 아무리 대단한 상사라도 할 수 없다. --- p.197
부모가 백 쌍 있으면 백 가지 훌륭함이 있고, 그 각각은 절대 다른 부모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선물을 아이들에게 선사해 준다. 그것이 가장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 p.259
나는 울면서 말했다.
“그래, 우리 같이 산책했던 거, 평생 잊지 않을게.”
나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산책이 마지막이라는 걸, 아프도록 절절하게 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함께 밖에 나가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해 준 것이 정말 기뻤다. --- p.277
사실은 이 세상의 어떤 일도 언젠가는 사라진다. 아무리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이 되고 만다. 이 생애에서 머릿속 추억을, 너무 많아 흘러넘칠 만큼 한 가득 모으고 싶다.
--- p.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