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수술 후 그래도 나름대로 관리를 한답시고 운동도 했는데, 6개월 뒤 갑상선 수치가 올라가서 약의 밀리 수를 높여서 처방을 받았다.
병원 안의 약사님은 굉장히 친절한 분이셨는데, 처방을 다시 받아가는 나에게 언니처럼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셨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지방에서 만들어지는데, 지방이 너무 많으면 염증이 생기고 암 발생률도 높아져요. 내 인생에 음료는 아메리카노랑 물밖에 없다 생각하고, 일체 쥬스나 다른 음료수 다 끊고, 튀긴 음식 먹지 말고, 운동하고, 식단 조절해야 해요.”
그제서야 바보 같은 나는 굳은 결심을 했다. 아니, 결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를 돌보기로 말이다.
--- p.7
시간이 흘러 조용히 이 책의 원고를 집필하고 출판사와 계약을 했는데, 출판사 대표님이 내가 제시한 가제 《마흔, 마음이 시려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말고 남편분만 괜찮다면 책 제목을 《40, 남편이 얄미워 운동을 시작했습니다》로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으셨다.
남편에게 말도 하지 않고 틈틈이 원고를 썼다가 계약하게 된 상황에서 남편에게
“나 책 또 낼건데…. 그런데 제목을 이렇게 해도 돼? 이거 전국적으로 당신 얄밉다고 광고하는 건데…? 괜찮겠어?”라고 물으니
“오~ 그거 좋네. 그걸로 해라.”
라고 한다.
--- p.21
퀘렌시아(Querencia)란 투우 경기장에 있는 소가 숨을 고르며 쉬는 공간을 말한다.
육아는 정말 힘들다.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 해 봐!”라고하여 아기 입에서 그 ‘엄마’소리가 처음 나오던 날, 감격에 벅차하던 엄마들이 아이가 좀 크면 “엄마, 엄마! 그만 좀 불러대라!”하며 귀찮아 한다. 나만의 시간과 장소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말이다. 최고의 휴가는 애들 없이 혼자 집에 있는 게 최고의 휴가이자 로망이 된다. 그래서 엄마만의 퀘렌시아가 필요하다.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투우사들과 싸워야 하니까.
--- p.31
운동광인 친구 하나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염병 그만하고 나가서 운동해! 운동할 때 안 그러더니 누워서 우울 어쩌고 하지 말고….”
일단 집 밖으로 나오니 전까지와는 다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그날, 내 블로그에 이렇게 적었다.
“불행해지려고 염병하지 말자. 이 생각 저 생각이 많아지면 몸을 쓰자!”
--- p.49
프랑스 사람들은 해가 기울며 땅거미가 내려 앉아 사물의 실루엣이 흐려져 저 멀리서 오는 것이 개인지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그 저녁 어스름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한다.
우리도 이 어둑어둑한 개와 늑대의 시간을 잘 버텨야 한다.
잘 버티면 늠름한 개든 늑대든 뭐 하나는 될 것이고, 못 버티면 ‘돼지와 곰’의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 p.87
“엄마, 살 좀 빼”
라고 하던 아이들이 어느 날
“엄마! 배근육 장난 아니다.”
“엄마가 어떻게 했어? 매일 운동 가고, 밥도 조금 먹고, 열심히 했지? 그러니까 이렇게 복근이 생긴 거야. 아무리 힘들어도 뭐 하지 말라고 그랬지?”
“절대 포기하면 안 돼!”
--- p.114
대회를 나가는 보디빌더들도 시즌과 비시즌기를 나눠서 시즌기 때는 타이트하게 음식 조절을 하면서 운동을 하고, 비시즌기에는 먹고 싶은 것을 먹어가면서 운동을 한다.
운동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이렇게 식욕 조절이 힘든데, 하물며 일반인들은 더 힘들 것이다. 좌절할 것도 평생동안 다이어트 식단을 유지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세상에 맛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되도록 한두 수저 남기고 버릴지언정 다는 먹지 말고 욕구만 누그러뜨려보자.
--- p.132
인터넷을 보면 다이어트 약 성공기만 있지 실패기는 찾기가 힘들다. 대부분 광고나 홍보료를 받고 써주는 글들이 태반이다. 분명한 것은 다이어트 약은 건강을 담보로 한다는 것이다. 수 십 만원에서 몇 백 만원 하는 독에 돈을 쓰느니 그 돈으로 운동을 배우는 게 현명한 일이다.
지금 돌이켜 보면 몸무게가 빠진 건 한약과 방울토마토만 먹어 수분이 빠졌기 때문이었다. 근육이 빠진 것이지 더러운 체지방이 빠진 건 아니었다.
한약 없이 방울토마토만 먹어도 살은 빠지는 건데….
그땐 왜 그리 멍청했는지….
--- p.169
머신만 가르쳐 주는 트레이너들이 있다. 초보에게는 머신이 배우기 쉽고 다루기도 쉽지만 프리웨이트가 훨씬 중요하다. 그런데 머신만 가르쳐 주는 트레이너들이 있다.
왜? 가르쳐 주기 편하니까.
프리웨이트를 가르치려면 다각도로 봐줘야 하고 보조해줘야 하고 신경이 쓰이는데, 기구는 그냥 세팅된 위치에 회원을 앉혀 놓고 밀고 당기는 것만 봐주면 되니까.
--- p.185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아이들과 헬스장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같이하고 싶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가서 부축받지 않고 청바지를 입고 배낭을 멘 채 활기차게 걸을 것이다.
‘시간이 없다’, ‘상황이 안 된다.’ 하다가는 경로를 끝없이 재탐색하게 될 것이다.
훗날 더 깊은 후회를 하기 전에 지금이 바로 일어 설 때다. 그리고 하체를 단련할 때다.
운동에 돈을 쓰는 것이 결국 미래의 병원비를 크게 절약하는 유일한 길이다.
--- p.196
식사 조절과 유산소 운동이 체지방을 빼는 거라면 몸의 선은 근력 운동으로 완성된다. 그리고 근력 운동은 몸의 염증 반응을 떨어뜨린다.
뱃속에 있는 지방은 염증이라 한다. 이 염증은 몸에서 버티고 버티다 암으로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식사 조절과 유산소 운동만 하면 탄력 없이 흐물흐물해진 해파리 몸이 된다. 근력 운동은 늘어지려고 하는 살들을 탄탄하게 잡아 주고 나아가 몸을 아름답게 조각할 수 있다.
--- p.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