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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심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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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심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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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 예정일 미정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82g | 148*210*17mm
ISBN13 9791197023224
ISBN10 1197023224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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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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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와 동시대를 살다 간 또 한 명의 불운한 남자가 있습니다. 윤동주보다 6개월 늦게 태어났고, 윤동주보다 6개월 뒤에 죽은 남자. 중국 용정의 부유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윤동주와 달리, 강원도 강릉의 가난한 소작농 집안에서 태어나 연해주와 북간도를 떠돌며 청소년기를 보낸 남자. 윤동주와 같은 시기에 용정에서 학교를 다니며, 나라 잃은 설움을 시 창작으로 달랬던 남자. 학창 시절 신문에 시를 발표하면서 ‘미남 시인’으로도 소문이 자자했던 남자. 일본으로 유학 떠나 윤동주와 같은 하늘 아래에서 시를 쓰며 나라 잃은 울분을 삭혔던 남자. 일제에 저항하다 해방되기 6개월 전 감옥에서 숨진 29살의 윤동주와 달리, 해방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중국 땅에서 일제의 총에 맞아 객사한 28살의 남자. 그 남자는 당시 결혼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은 새신랑이었고, 신혼의 아내 배 속에는 이 남자의 아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심연수입니다.
--- 서문 중에서

블라디보스토크!
이름도 낯선 먼 땅으로 떠나기 전날, 할아버지는 심연수를 데리고 경포 해변 백사장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손자의 손을 잡고 한참을 말없이 망망대해만 바라보았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 땅을 두고 물 설고 낯 설은 먼 이국 땅으로 떠나는 심사가 복잡했을 것이다. 아마도 어린 손자에게 마지막으로 고향의 풍광을 가슴에 새겨 주고자 하는 할아버지의 깊은 뜻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 p.23

이번 여정의 길잡이는 심연수의 삼촌 심우택이었다. 항일 무장 독립군인 그는 19세이던 1914년에 소설 ≪화수분≫을 출간한 작가이기도 했다. 그 시절 많은 지식인들이 그랬듯이, 농사를 짓는 틈틈이 글을 쓰던 심우택은 3.1 만세 운동을 기점으로 독립투사로 변신했다. 이후 일제의 탄압이 점점 거세지자 울분을 참지 못한 심우택은 본격적으로 항일 투쟁을 시작하기 위해 펜을 놓고 연해주로 건너갔다. 그는 연해주에 근거지를 둔 항일 단체인 ‘홍범도 부대’에 몸담았다. 봉오동 전투 이후로 홍범도와 관계된 항일 투사들에 대한 감시망이 삼엄했기 때문에 집을 떠난 심우택은 한번도 고향을 찾은 적이 없었다. 따라서 두만강을 건넌 경험이 많지 않을 것이 뻔한 그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표정은 미덥지 않아 보였다.
--- p.28

그런데 언젠가부터 자꾸만 연수의 주위를 맴도는 여학생이 있었다. 아침이면 학교 가는 길에 뒤에서 따라 걷거나 어떤 날은 연수 옆에 바짝 붙어서 이것저것 물어보던 여학생인데, 바로 ‘백사장네’ 둘째 딸 백보배다. 연수보다 3살 아래인 백보배에게는 언니 한 명 외에 남자 형제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심연수를 ‘오빠’라고 부르며 잘 따랐다. 백보배 역시 동흥 소학교를 다니다 보니 둘의 등교길이 같았다. 처음에는 백보배가 창고집에서 나오는 심연수를 기다리고 있다가 따라 나섰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는 심연수가 그녀를 먼저 기다리게 되는 날이 많아졌다. 항상 웃는 얼굴에 말재간이 좋고 붙임성 있는 그녀가 연수는 맘에 들었다. 그러나 주인집 딸과 더부살이하는 집안의 학생이라는 신분 차이가 괜히 그를 주눅들게 했다. 백보배가 심연수에게 이런저런 재미있는 얘기를 해도 자존심 때문에 괜히 무게를 잡았다. 그녀는 그런 심연수의 무뚝뚝함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심연수는 그녀의 구김살 없는 성격도 너무 좋았다. 그러나 그때는 마음 속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몰랐다. 집에 돌아와 자신의 그런 마음을 시에 담아내는 것이 전부였다.
--- p.57

심연수는 이기형과 함께 부두로 나가 배에서 내리는 몽양 여운형을 맞았다. 연한 하늘색 잠바 차림에 회색 중절모를 쓴 여운형은 그리 크지 않은 키와 체격이었지만 단호한 인상을 주었다. 심연수는 처음 여운형을 만났는데 그가 자신을 ‘용정 출신의 시인’으로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심지어 일제의 압박과 착취에 비분강개 하는 ‘열혈 미남 시인’이란 우스개 소리를 해가며 아는 척을 하는 게 아닌가. 이기형이 몽양에게 편지를 보낼 때 심연수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던 모양이었다. 두 사람은 몽양을 근처 공원으로 모셔가 함께 걸었다. 그리고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면서 두 청년은 당시 시국에 대한 몽양의 견해를 청해 들었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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