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cles 한국어판 출간에 앞서
‘예측 시장’을 통한 예측은 여론조사나 전문가 집단, 심지어 그 어떤 통계기법을 통한 예측보다 더 정확할 수 있다. ‘예측 시장’ 방법론은 이미 Eli Lilly, France Telecom, General Electric, IBM, Intel, Siemens, 그리고 Yahoo! 등의 많은 기업에서도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 이 기업들은 ‘예측 시장’ 기법으로 기존의 예측 방법들을 보완하였다. 적용 분야도 신제품 출시 효과, 대통령 선거 결과, 스포츠 게임의 결과 등 다양하다.
비즈니스 예측 시장과 관련해 가장 광범위한 사례를 가지고 있는 기업은 Google이다. Google은 10년 이상 ‘예측 시장’을 사내 주요 예측 기법으로 사용해왔다. Google은 신제품 출시효과, 미래의 원자재 가격을 알고자 할 때 ‘예측 시장’에 문제를 의뢰했고, 특정 제품이 제때 선적이 되었는지, 경쟁사의 반응을 예상하기 위해서도 ‘예측 시장’을 애용했다. 3년간 Google이 던진 문제는 300개에 이르고, 1,500여 명의 직원들이 ‘예측 시장’에 참가하여 문제를 마치 주식처럼 사고팔며 과제를 풀어나갔다. 전반적으로 ‘예측 시장’에서 나온 예측치는 실제 결과와 들어맞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 시장에서도 이 기법이 들어맞지 않을 이유는 특별히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예측 시장’에서 참가자들은 계약을 거래하는데, 그 거래의 성과는 미래 사건이 실제 발생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간단한 예로 대통령 선거가 있다. 참가자들은 ‘A 대선후보가 당선될 것이다’라는 계약을 1센트에서 100센트 사이의 가격에 사고판다. 당선자 발표 직전 ‘예측 시장’이 종료되고, 당선자를 맞춘 사람에게 1달러가 지급되며, 맞추지 못한 사람은 돈을 돌려받지 못한다. 물론 다른 대선후보들에 대한 베팅 항목도 있을 것이다. ‘예측 시장’이란 게임을 통해 정보와 지식이 한데 모이게 된다. 이 게임이 잘 돌아가는 이유는 참가자들의 지식수준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떤 참가자는 이성적이고 이미 해당 분야에 박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 중 정답을 맞히는 참가자가 생길 것이고 이들은 정답을 맞혔다는 명예와 함께 소액의 상금을 거머쥐게 된다. 이들이 ‘예측 시장’이란 게임 속에서 거래를 이어가면서 시장 가격이 자연스레 형성되고 예측의 정확도도 올라간다.
이성적인 참가자라면 본인이 선호하는 대선후보에 베팅하지 않고, 당선 확률이 높은 후보에 베팅 할 것이다. A후보의 당선 확률이 60퍼센트라고 여기는 한 참가자는 그 문제를 담은 계약의 가치도 60센트 정도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실제 계약의 가격이 60센트 이하일 경우에 그 참가자는 해당 주식을 구매하여 게임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그 주식이 65센트 이상이라면, 그는 해당 주식을 팔아버릴지도 모른다.
또 다른 참가자가 특정 대선후보의 당선 확률을 70퍼센트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해보자. 이 참가자는 주당 70센트 이하의 가격으로 해당 문제를 담은 주식을 구매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이 주식의 가치는 모든 참가자들의 기대치를 반영한 결과를 나타내고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특정 대선후보의 당선 여부를 묻는 문제의 가치는 참가자들의 선호도가 아니며, 참가자들이 예상하는 결과를 잘 반영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말레이시아 선거에서 ‘예측 시장’을 통해 당선자를 예측한 바 있다. 기존의 여론조사보다 더 정확한 결과를 갖고 온 것이다.
미래의 매출을 확률분포로 추정하도록 ‘예측 시장’을 설계할 수도 있다. 분기 매출을 ① 0불 ~백만 불 ② 백만 불~2백만 불 ③ 2백만 불 이상의 세 구간으로 구분하여 주식을 거래하도록 안내한다. 실제로 제시된 구간 내 매출 실적이 발표됐을 경우, 이를 맞춘 참가자에게 1달러씩 지급한다. 결국, 발생 가능한 모든 결과를 다루는 하나의 완벽한 확률분포도가 탄생한 셈이다.
‘예측 시장’이 잘 돌아가려면, 유관 정보를 갖고 있으면서도 서로 상관관계가 없는 다수의 독립적인 참가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참가자들은 다양한 측면에서 다양성을 보일수록 좋다. 각자의 교육 배경과 전문성이 다를 수 있고, 회사 내 직급이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국적이 다를 수 있다. 조직 내 모두가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설명하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사외 전문가나 컨설턴트 집단을 동원해 보는 방법을 고려해보자.
‘예측 시장’이 통하는 이유는 각자 예측하는 근거가 사실과 오류를 동시에 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에 근거한 지식은 ‘많이 공부한’ 참가자라면 공통적으로 아는 부분이 되겠다. 하지만 오류와 편견에 근거한 지식은 개별 지식 간 상충효과를 가져온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배경으로 이뤄진 비전문가 집단은 전문가 집단보다 더 나은 예측을 하게 된다. 이 과정을 기업 내에서 시행한다면, 이 집단이 몸담은 조직에 중대한 기여를 하게 되는 셈이다.
‘예측 시장’은 예측이 적확하게 맞도록 하는 용도 이상으로 유용하다. 참가자들은 서로의 정보를 모으고 시장 내에서 성과를 내고, 지식을 거래해야 하는 일종의 인센티브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한국어판 출간에 앞서 LG 디스플레이 서울 본사 전략마케팅그룹 김창한 상무와 이승우 책임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또, 한국에서 처음으로 기업용 ‘예측 시장’ 도입을 위해 그들이 보여준 열정과 인사이트에 격려의 메시지를 보낸다. 이들의 시도로 인해 한국의 다른 기업들도 ‘예측 시장’에 곧 뛰어 들길 바란다.
2017년 10월, 도널드 N. 톰슨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