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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되면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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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되면 이란

정영효 | 난다 | 2017년 05월 2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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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5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326g | 138*210*20mm
ISBN13 9791196075118
ISBN10 119607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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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테헤란, 꼭 직접 걸어보고 싶습니다] 낯선 곳에서 느긋하게 걸으며 저마다의 '나'를 찾아본다는 의도로 시작된 걸어본다 시리즈 열세번째. 한국인에겐 다소 생소한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지낸 몇 달 간의 기록이다. 이란의 다양한 얼굴과 함께 시인의 삶을 마주하며, 어느덧 보폭을 맞추며 함께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 문학MD 김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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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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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고통과 슬픔에 강제로 공감하라는 말은 폭력적이다. 공감은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게 아니라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타인의 감정을 함께 나누는 것이니까. 몰아붙인다고 되는 명령이 아니니까. 그러나 누군가의 고통과 슬픔을 다른 상황들로 위장하며 억지로 외면하는 건 더 폭력적인 행동이다. 치유할 수 없는 기억을 잊으라고 강요하는 방식은 독단이다. 아무리 긴 시간도 아픔과 상처를 쉽게 해결하지 못한다. 대화를 묻어버린 채 다른 것으로 시간을 보상하려 하거나,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도록 망각과 합의하려는 태도는 자신의 위치만 보존하려는 자들이 내세우는 억지이자 억압이다. 그들은 세상을 그런 방식으로 움직이는 게 가능하다고 여전히 믿고 있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감상에만 치우치고 있다.

테헤란 거리에서 입 벌린 채 서 있는 모금함 앞을 지나간다. 말을 하지 못하지만 모금함은 어떤 말을 던지려는 것 같다. 어딘가에서 마음을 기다릴 사람들을 바라보라는 듯이. 그러나 모금함에 닿는 손길은 드물다. 서울의 거리에서 입을 벌린 채 절규하는 이들을 떠올려본다. 말을 해보려고 해도 그 말이 가진 깊은 고통 때문에 그들은 소리를 이어가지 못한다. 그럼에도 매일 같은 곳으로 나와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참사로 잃어버린 아이와 가족들의 이름을 부른다. 함께 이름을 불러줄 목소리를 기다리면서.

지진의 여파가 가라앉고 나서야 갖가지 분석과 대책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중대한 사건에 느리게 대처하고 뒤늦게 반응하는 이들. 미처 준비하지 못해서, 미처 파악하지 못해서, 미처 예상하지 못해서…… 그들은 비슷한 이유들만 내놓는다. 이렇게 느리게 움직이면서 사람들이 사건을 빨리 잊기를 바란다. 자신들의‘ 느림’이‘ 빨리’ 지워지길 기다린다. 이미 우리는 불안에 떨고 또다시 슬픈 상황을 떠올렸는데도 말이다. 이런 모습에 제일 공감하면서 앞장서야 하는 자들은 누구일까? 아무런 체계가 없다는 무서운 위기감을 매일 안고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
---「모금함-도움이 필요한 순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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