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Das Herz
격렬한 심장은 숲 기슭에서 하얗게 되었네,
오 죽음의 음울한 공포여, 그렇게
금빛은 잿빛 구름 속에서 죽어갔지.
십일월 저녁이었네.
도축장 옆 황폐한 담장 가에는
빈한한 아낙들의 무리가 서있고,
매 바구니 안에는
썩은 살코기와 내장을 떨어뜨려 받았네,
그놈의 빌어먹을 끼니라니!
저녁의 파란 비둘기는
용서를 가져오지 못했네.
음울한 트럼펫의 절규는
느릅나무의 젖은 황금빛
황금이파리들을 마구 뒤흔들었네,
갈기갈기 찢어진 깃발이
피의 연기를 뿜어대자
격한 수심에 젖어
한 사내가 멀리 귀를 기울이네.
오! 너희 청동의 시대여
저기 저녁노을 속에 파묻혔구나.
어두운 현관문에서
아가씨의
황금빛 자태가 밖으로 나왔네
파리한 달들에 둘러싸여,
가을의 궁정宮庭,
밤 폭풍우 속에서
시커먼 전나무들이
가파른 요새를
짓뭉개버렸네.
눈 쌓인 냉기 속에 가물가물 사위어가는
오 심장이여 .
--- 「심장」 중에서
극히 협소하게 제한적인, 그러면서도 경계선을 넘어 넘치는 우주 속에서 트라클의 시들은 각기 단 하나 주제의 극히 독자적인 변형(Variation)처럼 읽힌다. 이 주제는 그러나 그 자체로서 항상 가려져있거나 표현되지 않는 상태에 있다. 그것은 어쩌면 하나의 심리적인 전체성, 통일체를 향한 인간의 투쟁일 수 있으며, 인간의 조건(condition humana)으로서의 완만한 쇠락일 수도, 몰락과 구원이라는 앰비발렌츠, 거대한 죄악과의 투쟁일 수도, 삶의 부질없는 희망(‘기울은 여름’, Sommersneige)일 수도 있는 데 ― 이 모든 것 전체를 합친 것일 수도 또한 그중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이같이 지속적인 변화와 부유(浮游) 그리고 그 어떤, 정의 내릴 수 없지만, 그러나 예감할 수는 있는 주제의 회전은 트라클의 시작품들을 극히 매혹적으로 그리고 사뭇 함의적(含意的, vielsagend)으로 만들어 준다. 실제로 여기에 모든 것들은 처음 얼핏 보았을 때 여겨지는 것과는 전혀 다른 그 어떤 것이곤 하다. 그것들은 보다 심오한 관조를 촉구하며, 하나의 지속적인 관찰을 촉구하는 것이다. 마치 항상 동일한 것을 비춰 보여주면서도 항상 다른 것을 표시하는 거울 속을 들여다보는 시선처럼. 마지막으로, 트라클의 언어를 직접 인용하면, 그 자신의 위대한 시, ‘헬리안’(Helian)을 맺는 구절에서, “그러나 영혼은 올바른 관조에 기꺼워한다”라는 표현의 정당성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 「트라클, 그의 서정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