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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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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이란 무엇인가

: 철학자가 묻고 교정학자가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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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430g | 140*210*30mm
ISBN13 9788920042379
ISBN10 8920042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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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대담집을 기획하면서 푸코를 생각했고 정약용을 떠올렸다. 교도소를 매개로 하여 푸코가 유럽 감옥의 역사를 돌아보고 정약용이 조선의 백성을 살펴보았듯이 이 시대의 교도소에 대한 온갖 이야기를 최대치로 풀어내고자 했다. 1장 ‘감옥의 탄생과 형벌’에서 시작하여 2장 ‘법과 범죄’, 3장과 4장의 ‘교도소의 안과 밖’, 5장 ‘사회복귀와 교정교화’, 그리고 6장 ‘교도소가 없는 세상’에 이르기까지 물어볼 수 있는 것은 가능한 모두 질문했고 답하고자 했다.

최근의 연구인 회복적 사법, 피해자학을 통한 정의나 용서 문제 등을 다루기도 했다. 대담이 오가는 동안 교도소 문제를 처음 대하는 독자들을 위해 교도소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담았지만 어디까지나 이야기의 중심된 흐름은 현재 한국 사회 교도소 현장의 이슈들이다. 즉 지금 우리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교도소의 모습이다. 이 대담집의 마지막 장면인 ‘교도소의 미래’도 그런 맥락에서 도출된 한국 사회 교도소의 미래라고 할 것이다.
---「대담을 시작하며」중에서

자유형은 시간을 단위로 자유를 박탈하는 형벌입니다. 따라서 자유형의 탄생과 정착에는 시간의 개념이 시대에 따라 변해 온 것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감옥이 만들어지던 17세기 이후의 유럽 사회는 농촌과 수도원이 중심이었던 봉건사회로부터 도시인과 상인이 중심이 되는 상업적 사회로 전이되는 시기였습니다. 느슨하게 기다리고 반복되는 시간 속의 삶에서 시간을 다투어서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시대로 옮겨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농부와 수도사의 시간적 삶에서 도시인과 상인의 시간적 삶으로 살아가게 되었지요.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곧 돈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체험하기 시작한 시기였지요. 이 시점에서 시간을 뺏는 것이 곧 형벌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자유를 박탈하는 것은 시간을 박탈하는 것이고, 이것은 돈을 벌 기회의 박탈이었지요. 시간이 곧 응징의 수단이 된 것입니다. 더구나 그 시간 동안 강제노역이 부과되어 수익성을 창출했다면 국가로서는 감옥의 탄생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1장 감옥의 탄생과 형벌」중에서

최근 학문적으로도 실무적으로도 큰 관심을 받는 소위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가 탄생한 배경이 바로 피해 당사자의 지위를 제대로 회복하자는 데 있지요. 속죄와 용서의 틀 속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화해시키고 관계의 평화를 이루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런데 말하기는 쉽지만 실천 단계에 들어가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한자리에 앉히는 시작부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요.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Jacque Derrida는 『용서에 관하여』라는 글에서 말합니다. 진정한 용서란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것이라 하고, 동시에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를 자문합니다. 그리고 만약 용서가 용서할 수 있는 것만을 용서하는 것이라면 용서라는 개념 자체는 의미를 잃는 것이라고 말하지요. 속죄도 용서도 고통일 것이지만 이것을 극복할 때 진정한 평화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 회복적 정의의 취지이겠지요.
---「2장 법과 범죄」중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출소자 4명 중 1명이 3년 이내에 재수감됩니다. 높은 재복역률이지만 한편으로 3명은 죄를 저지르지 않거나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다는 뜻이지요. 사람에 따라서는 구금 자체로서 스스로 억제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교도소 안의 환경과 삶을 최대한 외부 세상과 유사하게 만들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자체가 바로 최고의 교정교화 프로그램일 것이고 교정 사고는 현저히 감소할 것입니다.

교도소에서 소수의 고위험군 수형자 시설을 제외한 나머지 시설까지도 격리 자체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교도소가 개선의 공간, 치유의 공간,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한 공간이 되려면 입소 시부터 복역 기간까지를 가석방을 위한 준비 단계로 봐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교도소에서 시행하는 프로그램 자체가 저절로 달라질 것입니다.
---「3장 교도소의 안」중에서

감옥 안에 사는 그는 나쁜 사람이고, 감옥 밖에 사는 나는 좋은 사람인가. 사법적으로 유죄를 받지 않았으니 나는 계속 좋은 사람인가. 그리고 그는 사법적으로 유죄를 받고 감옥살이를 하고 있으니 계속 나쁜 사람이어야 하는가. 감옥살이하는 그는 어떤 사연으로 죄를 지었으며 나는 진정으로 죄를 지은 적이 없는가. 나는 운이 좋아서 혹은 나의 신분 덕에 죄를 면한 적은 없었는가. 이와 같은 성찰적 질문을 던져야 할 것입니다. 이는 존 롤스J. Rawls 정의관과도 연계해 볼 수 있다고 봅니다.

나는 공짜로 얻었지만 그는 노력해서도 못 얻은 그 무엇 때문에 죄를 지은 경우에도 여전히 나는 좋은 사람이고 그는 나쁜 사람인가. 돈, 학력, 직업, 인맥, 건강을 갖춘 내가 그렇게 갖추지 못해 죄를 저지른 그를 나쁜 사람이라고 단죄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합당한가. 이런 질문에 대한 성찰적 자세는 공짜로 얻은 행운에 감사함을 그리고 공짜로 행운을 얻지 못한 그들에게 연민을 갖게 합니다. 더 나아가 나도 가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공범의식’을,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나눔의식’을 갖게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4장 교도소의 밖」중에서

근세 이후 신체에 고통으로 가함으로써 범죄인을 응징했던 신체형의 시대에서 인간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을 형벌로 하는 자유형의 시대로 전환되었고, 지금은 또 다른 형벌의 시대로 진화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전자감독제도가 급격히 확산하는 가운데, 최근 ‘디지털 감옥’이라는 신조어의 탄생과 함께 새로운 징벌 형태가 민간 부분에서 등장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지요.

위치나 신상정보의 제한 혹은 제공이 형벌의 기능을 담당할 수 있고 교도소 담장을 대체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미래의 연구자들은 역사와 철학적 관점에서 형벌의 진화를 이해하고, 미래의 형벌을 상상하고 탐구하는 미래학으로서 교정학을 정착시켜야 합니다. 교정학은 규범학의 굴레를 넘어 인간학이며 미래학이어야 합니다.
---「5장 사회복귀와 교정교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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