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농경이 중심이 된 고대 문명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떻게 유지되었는가 하는 문제에는 물이 결정적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이 없다면 가장 효율성(즉 투입된 노동력 대비 산출된 생산량)이 높은 농업은 물론 그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목축조차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애굽, 메소포타미아, 이스라엘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물을 획득하는 자연 환경에 따라 문화는 다양하게 발전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성경을 읽을 때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지 못하는 것을 체험했을 것입니다.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성경이 어떤 자연 환경 속에서 형성되었는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 p.27

구속사적으로 애굽은 긍정적인 역할과 부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애굽의 풍요로운 삶은 430년 애굽 노예 생활 동안 야곱의 칠십 명 가족을 2백만 명이 넘는 민족으로 성장시키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애굽의 이민족에 대한 비교적 관대한 태도는 이스라엘로 하여금 애굽에 의지하려는 마음 자세를 가지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애굽의 물질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비록 노예 생활이라 하더라도 하나님을 버리고 달콤한 애굽의 생활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갖도록 했습니다. 애굽에 대한 이런 허상은 애굽이 상한 갈대 지팡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도록 만들었으며 결국, 예레미야의 눈물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남유다의 운명을 재촉하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 p.142

그러나 황무지가 옥토로 만들어지는 과정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고 많은 생명의 희생과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필요로 했습니다. 거미줄처럼 복잡한 수로를 파서 농사를 지어야 했던 메소포타미아는 많은 인구의 집중을 요구했지만 충분한 식량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인구가 증가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따라서 도시 문명이라는 독특한 방법으로 시작한 메소포타미아는 다른 문명들과는 다른 ‘삶의 방식’을 만들어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메소포타미아의 성장은 엄청난 인구와 땅을 가진 제국주의의 출현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이는 주변 국가들에게 큰 위협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 p.317

특히, 물 부족에 대한 간절함을 별로 느껴보지 못한 한국인들이 물에 대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간절함을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간절함을 느끼지 못하면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 이스라엘 백성들의 고통과 눈물 또 감사와 기쁨을 느낄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성경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고 나와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들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p.481

성경은 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며 살아온 고대 이스라엘 문화를 배경으로 쓰여 졌기 때문에 성경에 나오는 많은 이야기나 비유들은 물과 관련된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성경 저자가 하나님의 영감을 받아 성경을 쓸 때 모든 것을 다 풀어 쓸 수는 없기 때문에 1차 독자들(이스라엘 백성들)이 이미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생략하고 쓰게 됩니다. 또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과정에서 1차 독자들이 가장 잘 반응할 수 있는 문화적인 이미지를 이용하여 전달하게 됩니다.

성경의 무대는 역사적, 지정학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곳이자 국제적 차원에서 정치·경제적 이유로 분열이 발생하는 지역입니다. 저자는 성경의 무대를 감싸고 있는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두 고대 문명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고대 문명의 복잡하고 다양한 세계관을 도표와 사진 자료를 곁들여 자세하고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성경 본문의 특정 장면은 성경 시대의 일상생활에 존재하는 사회적 관습까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 책이 성경과 그 배경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는 많은 독자에게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 확신하며 추천합니다.

구약 시대 하나님의 언약 백성인 이스라엘은 이집트는 물론, 메소포타미아의 앗수르, 바벨론 그리고 페르시아 제국과 맺은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사명을 규정했습니다. 저자는 구약성경 해석에서 중요한 고대 근동학의 통찰을 생명과 직결된 물이라는 문화적 관점으로 자세히 풀이합니다. 저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고고학적 정보를 통해 성경의 구속사적 메시지를 파악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신약 전공자인 저자가 구약 신학의 전문 분야를 풀어내는 능숙한 솜씨는 찬사를 받아 마땅합니다. 현대 독자를 고대 근동의 일상생활의 현장으로 안내하는 저자가 제공하는 고대 제국들에 대한 상세한 문화사적 정보는 하나님이 세상 안에서 역사하신 손길을 더 분명하게 볼 수 있도록 만듭니다. 저자는 독자 친화적으로 가독성 있게 친절히 설명하기에, 설교자는 물론 일반 성도에게 이 책의 일독을 독자들에게 강력히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