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많은 재능과 잠재력을 쓰지도, 이루지도, 키워보지도 못한 채 살아간다. 설령 인생의 큰 목표를 이루었고, 그래서 아쉬움이 없다 해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가보지 않은 길이 존재한다. 뭘 선택하든 그 이면에는 ‘선택하지 않은 것’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동안 하지 못한 것, 그래서 움츠러들게 된 경험을 잠시 떠올려보라. 살면서 아쉽고 후회스러운 것은 무엇인가. 자신의 일인가? 배우자의 무뚝뚝함인가? 병으로 인한 육체의 불편인가? 그것이 뭐가 됐든 우리 삶에서 빠져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이면의 삶’이다. 어느 날 갑자기 배우자와 일이 싫어지고, 삶의 목표와 활기가 사라진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때가 바로 우리 내면에 억눌려 있던 이면의 삶, 즉 그림자가 자기를 한번 봐달라고 고개를 내미는 때다. --- p.32
누구나 어린 시절에는 숭배하는 영웅이 있다. 그들이 바로 우리 안의 ‘살아보지 못한 삶’을 구현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영웅숭배는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숭배로 옮겨가기도 한다. 낭만이란 것이 알고 보면 자신의 ‘살아보지 못한 삶’을 애인에게 투사한 결과이다. 우리가 애인에게서 가장 열광하는 점들은 실은 우리 안에서 무르익게 될 이면의 잠재력이다. 사랑에 빠진다는 건 우리가 되돌려받을 준비를 마칠 때까지 타인에게 내 ‘내면의 삶’을 잠깐 품고 있으라고 주는 것이다. --- p.67, p.72
서른다섯 살에서 쉰 살까지 인간의 영혼에는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다. 중년이 되면 기운을 다 쥐어짜낸 것처럼 문화적으로 몹시 건조해지며, 새로운 의심과 불안, 우울함에 상처를 받기 쉽다. 갑자기 사랑에 빠지거나 이혼을 하기도 하며 절망에 빠져 일을 집어치우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우리 영혼이 균형을 잡으려는 징후임을 우리는 깨닫지 못한다. --- p.86
중년은 재조정의 시간이다. 나이가 들수록 존재의 왕국이 주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충분한 경험을 쌓아왔으니 이제는 자동조종장치에 일상을 맡기고, 존재의 능력을 배우는 데 더 시간을 쏟아도 된다. 인생의 오후에 정말로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 행위에 임하는 의식의 수준이다. --- p.111
내게 필요한 건 상징적 행위였다. 대립하는 욕망이 충돌하지 않게 하려면 경험하지 않은 것을 반드시 해야 함과 동시에 그것을 하지 않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생각은 액면 그대로가 아니라 상징적으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내 아픈 다리와 대화를 나누는 상상 훈련을 고안했다. 내 다리는 수년 동안 내 소망을 이루고 싶어서 애썼던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었다. --- p.128
‘적극적 상상’은 자신의 경험을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행동 패턴을 바꾸기 위해 자신의 이면의 층위에 말을 거는 것이다. 적극적인 상상은 탐욕과 잔인함, 분노, 질투, 시샘, 허영 같은 내 안의 난처한 인격과 씨름할 때 매우 유용한 대처 방법이다. 이런 내면의 그림자들에게 이름을 붙이고 진솔한 대화를 통해 관계를 맺는 것이 바로 적극적 상상 훈련의 출발이다. --- p.159
우리는 왜 꿈에 주목해야 하는가? 꿈은 콤플렉스로 얽힌 삶의 매듭을 푸는 데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하며, 창조성과 부활의 힘, 정신력과 지혜의 풍부한 원천이기 때문이다. 꿈은 우리 영혼의 다른 면들에게 말할 기회를 준다. 우리 내면의 그림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에게 말을 꺼내려고 하지만 우리는 의식의 과제에 치인 나머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시간이 없다. 그래서 그들은 밤을 틈타 찾아온다. --- p.187
일의 즐거움이나 인생의 활기가 시들었을 때, 우리 내면의 한 원형인 ‘영원한 청년’의 즐거운 정신을 불러오면, 우리 삶에 경쾌함과 자극을 안길 수 있다. ‘영원한 청년’은 의기양양함, 창조적 영감, 실험성, 낙관주의, 장난기를 대표하는 에너지다. 나이가 들어서도 ‘영원한 청년’의 정신을 꾸준히 지키려면, 무엇보다 놀이 정신을 일깨워야 한다. --- p.221
인간의 의식이 경험하는 모든 것은 서로 모순되는 이항 대립의 형태로 온다. 하지만 새로운 깨달음의 길로 접어든다는 것은 인생을, 맞서 싸워야 할 모순의 연속으로 파악하는 대신,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운명적으로 껴안는 것이다. 살면서 모순과 선택의 불안에서 벗어나려면, 그저 있는 그대로를 긍정하기만 하면 된다. --- p.259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새로운 길을 탐색할 수 있는 권리를 나 자신에게 줄 수 있는가? 두려움은 어떤 방식으로 우리를 옛날 방식에 묶어두는가? 고여 있는 인격 속에서 사는 것이 만족스러운가? 새로운 사고방식과 감정을 배울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면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불러낼 수 있는가? ‘이면의 삶’을 사는 일은 지금 이 순간 우리 자신과 함께 시작된다.
--- p.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