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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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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의 여왕

김주연 | 박하 | 2015년 05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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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5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22g | 130*190*24mm
ISBN13 9788965702535
ISBN10 896570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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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김주연
서울 백병원에서 태어나 출판사 불명 세계명작동화전집과 명랑소녀소설 시리즈를 몽땅 섭렵한 유·아동기를 거쳐 강경옥, 신일숙, 이미라, 이은혜의 만화에 아낌없이 용돈을 투자하는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리고 10대 후반부터 공지영, 신경숙의 소설에 퐁당 빠져 지냈지만 정작 국문학과에 다니던 대학 시절에는 습작은커녕 친구들과의 열정적 수다와 연애, 맥주, 11가지나 되는 버라이어티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학창 시절 <별이 빛나는 밤에>나 <디스크 쇼>와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엽서를 보내 뽑히곤 했던 실력을 살려 라디오 작가가 된 후, 결국 글을 쓰고 있을 때가 가장 나답고 행복하단 사실을 깨달았다. 머릿속에 복작거리는 재미난 이야기들 때문에 매일 새 폴더가 생성되는 넷북을 샤넬 백보다 사랑하며 앞으로 소설과 드라마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멀티 작가로 살기로 결심했다.
2002년 SBS 예능 버라이어티 <러브 투나잇>, 2003~2006년 라디오 <김지연의 뮤직토피아> <김흥국, 박미선의 대한민국 특급쇼>, 위성 DMB TU 미디어 <소이의 좋은 아침> <김재덕의 음악본색>의 대본을 집필했고, SBSi의 스타 DVD 시리즈 중 <이효리> <핑클> 등을 구성했다. 그리고 2009년 KBS 드라마국 인턴 작가를 거쳐 두 편의 주말 드라마와 미니시리즈에서 구성을 했다. 2011년 첫 장편소설 《키스 후에 남겨진 것들》을 발표, 이 소설에 주목했던 영화사와 판권 계약 후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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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제 와서 누군가 내게 결혼의 정의를 묻는다면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
결혼이란 바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자의 엉덩이가 닿은 변기에 거리낌 없이 나의 맨 엉덩이를 가져다대는 일이라고. 고질적 무좀을 가진 남자와 손톱깎이를 공유하고 가끔 칫솔이 뒤바뀐 채 양치질을 하며 남자의 코가 묻은 수건에 막 세안한 나의 해맑은 얼굴을 문지르는 일 따위는 예사인 삶, 매일 아침을 원두 향 대신 구린내 진동하는 상대의 구취로 시작할 자신이 없다면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결혼이라고 말이다.
--- p.16

매주 반복되는 지훈의 반찬 투정에 참았던 짜증이 치민다.
“너 정말 너무한다고 생각 안 해? 겨우 주말에 한번 올라오는 남편한테! 내가 매일 집 밥을 먹는 것도 아니고.”
그 뒤에 이어질 그의 말은 안 들어도 뻔하다. 다른 동료들 와이프는 맞벌이를 하면서도 남편 와이셔츠는 물론이고 팬티까지 손수 다림질해서 준다더라. 애 셋에 맞벌이까지 하는 같은 회사 모 직원의 와이프는 남편 영양제며 보양식만큼은 똑 부러지게 챙긴다더라, 라는 식의 남친아(남편 친구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오늘은 확인할 바 없는 남친아 타령 대신 비장한 목소리가 깔린다.
“나 지난 번 건강 검진한 거, 결과 나왔더라.”
그 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간다. 혹시 건강에 문제라도 생긴 걸까?
(…)
“나, 위염이란다.”
죽을힘을 다해 팽팽하게 당기던 줄을 반대쪽에서 예고도 없이 탁 놓아버린 기분이다.
위염이란 단어를 마치 위암 말기처럼 내뱉는 저의는 대체 무얼까. 갑자기 오만정이 뚝 떨어진다.
“약 잘 먹고 당분간 집 밥 챙겨 먹으래.”
그럼 그렇지. 결론은 역시나 그놈의 밥, 밥, 밥이다. 남자들은 밥 얘기가 지겹지도 않은 걸까. 밥이 그렇게 좋으면 한정식 집 주방장 아줌마랑 결혼하지 그랬어! 라는 말이 목젖까지 올라왔지만 애써 꿀꺽 삼킨다.
--- p.41-42

산모가 진통할 때처럼 주기적인 통증이 온다는 장중첩.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고통과 싸우고 있는 아이를 위해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만약 조금이라도 더 빨리 병원에 데려왔다면 지오는 덜 아파해도 됐을 텐데. 자식이 아픈 동안 엄마라는 사람은 학생들 앞에 서서 잘난 척 강의나 하고 있었다니. 엄마 자격도 없는 나 같은 사람이 누구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단 말인가.
돌이켜보면 늘 그랬다.
학원에서 일을 하면서는 아이 생각이 끊이질 않았고, 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학원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면서 마치 여유롭고 균형 잡힌 삶을 살고 있는 워킹맘인 양 끝없는 자기 설득으로 간신히 버텨왔던 시간들. 결국 나는 좋은 엄마도 좋은 강사도 아닌 채 어설픈 가면을 쓰고 살아왔을 뿐이다. 그리고 그 속에 희생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 아이다. 이런 내가 끔찍하게 느껴져 견딜 수가 없다.
나는 대체 누구일까.
--- p.114

대체 왜 그 많은 육아서에는 아이가 끊임없이 “왜?”라고 물을 때 치솟는 엄마의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돼 있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무조건으로 엄마의 인내만을 요구하는 육아법은 불공평하기 짝이 없다.
“엄마. 배고파.”
동그란 눈을 깜박이며 올려다보는 아이 얼굴에 나도 모르게 다시 엄마 미소가 번진다. 만약 이 맑은 눈동자를 보고도 인간의 성악설을 주장하는 사람 있다면 그 입에 분필을 5만 개 쯤 쑤셔 넣어줘야지.
가만히 무릎을 꿇고 키를 맞추자 아이가 내 품으로 쏘옥 들어온다.
“지오야. 엄마는 지오를 많이많이 사랑해.”
그러자 네 살짜리 아이는 제법 사내아이 같은 얼굴로 씩 웃는다.
“나도 알아. 지오도 엄마 사랑해. 많이많이.”
이토록 멋진 남자 입에서 나오는 사랑 고백이라니. 몽실몽실 구름 위를 걷는 듯 착각마저 든다.
누군가의 말처럼 여자의 완벽한 이상형은 오직 제 뱃속으로 낳은 아들뿐인 모양이다.
그러나 낭만의 가장 큰 함정은 너무 금방 끝나버린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되는 법.
“엄마…… 나…… 쉬…….”
배변 훈련을 끝내지 못한 기저귀 왕자의 휑한 가랑이 사이로 뜨끈한 오줌이 줄줄 샌다.
아이고 내 팔자야. 그럼 그렇지.
--- p.289-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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