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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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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

: 단 한 명의 백성도 굶어 죽지 않게 하라

박영서 | 들녘 | 2022년 02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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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08쪽 | 464g | 152*223*30mm
ISBN13 9791159257155
ISBN10 1159257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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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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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상황들을 지켜보면서 생각했습니다. 하나의 복지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것이 사회 안에서 일으키는 현상을 추적해나감으로써, 그 나라의 시민들이 안녕한지, 안녕하지 못하다면 왜 그런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나아가 그렇게 얻은 통찰을 우리가 처한 현실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여는 글」중에서

그들은 인을 확장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사회라는 이상을 실현하고자 했습니다. 따라서 조선의 복지 정책은 그 최종 목표도 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선의 설계자들은 빈곤층 또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인격적 완성을 이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랬기에 복지 정책을 통해 그들이 다시 공동체의 일원으로 참여하게 되고, 최종적으로 인의 가치가 나와 남, 가족, 공동체, 마지막엔 국가로 확장해나가는 이상 사회를 꿈꿨죠.
---「여는 글」중에서

역사에는 굳건한 주춧돌이 있다고 믿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주춧돌입니다. 덕분에 우리는 역사를 통해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꿈을 그려나갈 수 있습니다. 설령 때로 역사 앞에서 ‘미심쩍은 머뭇거림’이 들지라도 말이죠. 다르면 다른 대로, 같으면 같은 대로, 조선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보여줄 것입니다.
---「여는 글」중에서

환곡을 국민연금 제도와 비교하는 의견이 많습니다. 둘 다 사회보장제도면서, 제도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죠. 불만이 나오는 이유는 두 제도 모두 세금과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입니다. (…)
---「흉년에 고통받는 백성들을 위해: 구황」중에서

조선의 유기아 보호 정책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재난이 심화함에 따라 조금씩 보완되었습니다. 최초에는 아주 간단한 간접 복지로 출발했지만, 유기아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차츰 친족 부양의 책임, 입양 절차, 입양 이후의 관리 감독, 국가의 직접 복지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구현되었죠. 길게는 수백 년의 터울이 있긴 하지만, 조선의 유기아 보호 정책의 변화 과정은 장기적으로 정책을 보완해나가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가장 낮은 곳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취약 계층 지원 정책」중에서

출산휴가가 기업의 생산성을 저해한다는 인식이 아직도 팽배한 지금, 출산휴가가 곧 권고사직과 동의어로 쓰이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아직도 남편의 출산휴가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 정도가 아니면 받을 길이 요원하죠. 이토록 복지 제도가 세밀해진 시대에도, 여전히 500년 전 임금의 말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 모두의 반성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가장 낮은 곳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취약 계층 지원 정책」중에서

사회복지 공무원이 격무에 시달리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특히 2020년과 2021년은 이들에게 더욱 힘든 해였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전에는 없었던 각종 복지 대책이 집행되었으니까요. 우리의 복지 체계는 모든 업무가 사회복지 공무원에게로 몰린다는 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는데요, 조선 시대에는 모든 복지 업무가 지방관에게로 수렴하였습니다.
---「주는 자: 진휼미 채우다가 내 모가지가 날아가겠네」중에서

청탁하지 않고, 청탁받지 않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현실. 어느새 환곡을 타내려면 뇌물을 바쳐야 하고, 뇌물을 받은 사람은 곡물을 횡령하여 내주는 악순환이 벌어집니다. 결국 가진 자는 더 많이, 못 가진 자는 더 적게 얻게 됩니다. 그렇게 사회보장제도로서 환곡의 취지는 무색해져갔습니다.
---「주는 자: 진휼미 채우다가 내 모가지가 날아가겠네」중에서

조선은 그들이 목표로 했던 인의(仁義)의 태평성대를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는 ‘굶어 죽는 사람이 없는 나라’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가진 모든 수단을 다 썼습니다. 누가 봐도 더는 정책을 집행할 예산이 없었음에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죠. 애초에 ‘공정한 분배’가 목표가 아니었기에, 파이를 더 불려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산업을 육성하여 재원을 확보하는 정책적 고민은 등한시한 채 오로지 복지라는 ‘사랑의 표현’에만 천착했습니다. 그 집념과 끈기만큼은 이 시대의 합리주의적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성인(聖人)이나 군자(君子)적 면모였습니다.
---「주는 자: 진휼미 채우다가 내 모가지가 날아가겠네」중에서

조선 시대 지방관들은 늘 풀 수 없는 문제를 마주해야 했습니다. 한 지역을 구휼할 책임을 떠안았지만, 근본적으로 자급자족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편법과 탈법 사이를 오가며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했지만, 꼼꼼하고 세세한 처벌 규정이 그들을 옭아맸습니다. 탈법으로 성과를 쌓은 자들은 보상을 받고, 원칙을 지킨 자들은 오히려 욕을 먹는 불공정한 인사 평가도 그들의 선의를 무너뜨린 중차대한 결함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지방관이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수준의 격무는 덤이었죠. 그리고 그 모든 결함은 결국 복지 누수가 되어 백성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주는 자: 진휼미 채우다가 내 모가지가 날아가겠네」중에서

복지 확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주된 이유로 ‘도덕적 해이’를 말합니다. 그러면서 실업급여를 대표적인 예로 들죠. 실업급여를 너무 많이, 너무 오랫동안 지급하면 일할 동기를 잃어버리게 된다면서요.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주장에도 재정 고갈 우려와 더불어 도덕적 해이가 근거로 따라붙습니다.

그런데 조선의 지식인들은 당대 복지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까닭으로 모두 하나같이 ‘부패’를 꼽았습니다. 관료제의 부패가 백성의 삶을 망쳤다고 평가했죠. 부패로 인해 오히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 제도의 혜택을 더 많이 받는 역진성 문제가 심화했고, 빈부 격차가 월등하게 벌어졌다면서요.
---「슬쩍하는 자: 이번엔 또 어디서 해먹을까」중에서

시대가 바뀌고 체제도 바뀌었지만, 여전히 우리 공동체는 혈연·지연·학연의 굴레에 매여 있습니다. 그 안에서 온갖 부정부패가 일어나고 있고요. 그렇다고 “시대 불문하고 사람 사는 이치 결국 다 똑같습니다. 조선의 사례를 좀 보세요! 결국 부패하지 않았나요? 그러므로 복지 확대는 망국으로 향하는 지름길입니다.”라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지극히 단순한 역사관이죠. 우리는 조선의 사례를 통해 왜 그들이 부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다각도로 조망하고, 우리 사회 안에서 어떻게 부패 요인을 제거해나갈 수 있을지 그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슬쩍하는 자: 이번엔 또 어디서 해먹을까」중에서

그래서 ‘복지를 확대하면 국민이 나태해지고, 국민이 나태하면 부패가 만연해진다’는 말은 무책임합니다. 불평등과 불공정을 개선해나갈 수 있는 수단이 복지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실행해왔던 ‘저부담-저복지’ 기조는 불평등이 확대되는 것을 막지 못했습니다. 조선의 선례를 따라가고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복지 정책이 오히려 불평등을 가속시켰던 선례마저 따르게 될지 모릅니다.
---「슬쩍하는 자: 이번엔 또 어디서 해먹을까」중에서

조정은 이러한 재정 압박 문제를 ‘증세 없이’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세금과 부역을 낮춰 공동체의 자생적 기능을 향상하는 것 또한 그들의 중요한 정치 이념이었기 때문입니다. 일부 관료가 낮은 세율에서 오는 근본적인 한계를 느끼고 증세를 주장해도, 왕은 결코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증세 없는 복지’를 실행하고자 했던 국가를 꼽자면, 조선을 첫 번째로 꼽아야 할 것입니다. 조선의 ‘군자적’ 시도가 가진 한계는 명확했죠. 조선은 개국 이후 수백 년 동안은 재정 적자 문제를 어찌어찌 해결해갔습니다. 하지만 역대급 자연재해와 전쟁이 밀어닥치자, 산적한 리스크가 터지며 복지 정책 또한 여지없이 무너졌죠.
---「다시 여는 글」중에서

한국 사회의 복지를 생각하면, 복지가 불평등을 전혀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으로 귀결됩니다. 복지가 불평등을 개선하는 속도는 경운기 급인데, 빈부 격차가 벌어지는 속도가 포르쉐 급인 반세기를 보내왔죠. 기존까지 유지해왔던 ‘저부담-저복지’ 기조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지만, 이제는 포르쉐의 속도를 따라잡기는 불가능한 지점까지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불평등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의 조선처럼, 복지 정책이 오히려 빈부의 차이를 고착화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복지 정책은 어떤 정책의 장단점과 그것의 옳고 그름을 밝히면서 논쟁하는 것이 아니라, 장단점을 모두 고려하였을 때 ‘얼마나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을까?’에 방점을 찍어야 합니다.

사실 ‘어떠한 정책이 우리의 문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조선을 근거로 답을 얻기란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시대도, 이념도, 잣대도, 환경도 다르니까요. 다만 이런 문제에는 조선이 답할 수 있습니다. ‘제도가 불공정하게 운용될 때 나타날 수 있는 결과는 무엇인가?’ ‘제도가 근본적으로 갖는 불공정성이 개선되지 않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조선이라는 체제가 태생적으로 갖고 있었던 신분제라는 불평등, 환곡이나 구휼 제도가 갖고 있었던 배제성, 공동체 내에서 벌어졌던 권력의 비대칭. 이러한 요소들이 훌륭한 의도로 시작한 조선의 복지 정책을 뒤틀고 왜곡했습니다.
---「다시 여는 글」중에서

어쩌면 저는 어떤 정책이 사람들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바꿀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너무나 순진한 믿음이었음은 굳이 역사를 돌아보지 않아도 확인할 수 있죠. 재난지원금은 선의 그 자체인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해 더욱 힘들어했던 사회적 약자의 아픔이라는 그림자가 있습니다.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고 벌어진 다양한 사회적 현상을 종합해보면, 긍정적이다 혹은 부정적이다 하고 딱 잘라 평가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 책을 쓰면서 느낀 바도 그와 마찬가지였습니다. 조선을 살피면 살필수록 저는 ‘미심쩍은 머뭇거림’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습니다. ‘정책’이 아니라 ‘사람’, ‘효과’가 아니라 ‘사회’를 보고자 했습니다. 조선의 복지 정책이 조선 사람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조선 사회의 단면은 어떻게 빚어졌는지, 빛과 그림자를 모두 담아내고자 시도했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시도 끝에 빚어진 소박한 결과물입니다.
---「저자의 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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