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계속 달려, 켈피!”
무서운 질주에 눈에는 눈물이 어렸다. 번개가 하늘을 가르고, 번쩍거리는 빛 속에서 시리는 양쪽 길에 서 있는 오리나무를 보았다. 이상한 모양의 나무들이 시리를 향해 길고 울퉁불퉁한 나뭇가지를 뻗으면서 검은 주둥이 같은 구멍을 딱딱거리며, 시리가 가는 길에 저주와 협박을 뿌리고 있었다.
켈피는 찢어지는 듯한 소리로 울어댔고,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발굽이 땅에 스치기만 하는 것 같았다. 시리는 켈피의 목에 꼭 붙었다.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시리를 안장에서 밀쳐내거나 끌어내리려고 하는 오리나무 가지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나뭇가지들은 쉭쉭 소리를 내며 회초리처럼, 채찍처럼 내리치면서 시리의 옷과 머리를 붙잡으려고 했다. 이상한 모양의 나무둥치가 흔들리고 나무의 구멍이 소리를 내며 입을 딱딱 마주쳤다.
켈피가 야생의 울음소리를 냈다. 곧이어 유니콘 역시 울음소리로 대답했다. 유니콘은 어둠 속에서 하얀색 점처럼 길을 가리키고 있었다.
더 빨리, 별의 눈! 있는 힘을 다해!
오리나무는 점점 더 많아졌고, 점점 더 가지를 피하기가 힘들었다. 조금만 더 지나면 길 전체가 나뭇가지로 가득할지도 몰라.
뒤쪽에서는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추격대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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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몰아 미친 듯이 달려온 그 한 명은 단델라이온이었다.
놀랍게도 말은 페가수스였는데 딱히 달리는 데 익숙하지도, 달리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는 거세숫말이었다.
“휴, 다행이네. 따라잡지 못할까봐 걱정했다고.”
“지금 와서 우리와 같이 가겠단 말은 하지 마.”
“아니, 게롤트. 같이 가진 않아. 난 여기 투생에 족제비랑 같이 있을 거야. 내 말은, 아나리에타와 이곳에 있겠다는 거야. 하지만 어떻게 작별 인사도 없이 보낼 수 있겠어? 조심히 가라는 인사 정도는 해야지.”
단델라이온이 고개를 떨구었다.
“지금까지 고마웠다고 공주님께 전해드려. 그리고 이렇게 갑자기, 인사도 없이 떠나는 상황에 대해 변명 좀 해줘, 어떻게든.”
“기사로서의 맹세를 했으니까 됐지. 투생의 모든 이들은 공주님을 포함해서 기사의 맹세가 뭔지 알고 있어. 그리고 여기…… 자, 나도 좀 보태게 해줘.”
게롤트가 단델라이온에게서 무거운 주머니를 받아 들더니 고개를 저었다.
“단델라이온, 우리가 돈이 없는 건 아니야. 쓸데없이…….”
“나도 좀 보태는 거야. 돈이라는 게 그렇잖아, 있으면 언제든 유용하지. 그리고 사실 내 돈도 아니야. 족제비의 개인 금고에서 가져왔어. 왜 쳐다보는 거지? 여자들은 돈이 필요 없잖아. 돈이 왜 필요하겠어? 술을 마시나, 주사위 노름을 하나, 젠장. 자기들이 여자니까 여자도 필요 없잖아. 자, 가라고. 빨리 가, 눈물이 나올지도 몰라. 그리고 일이 다 끝난 후에는 돌아가는 길에 꼭 투생에 들러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에게 다 이야기해줘야 해. 그리고 나도 시리를 안아주고 싶다고. 약속해, 게롤트.”
“약속하지.”
“그래, 잘 가.”
“잠시만.”
게롤트는 말을 돌리더니 페가수스 바로 옆으로 다가가 겨드랑이에서 몰래 편지를 꺼냈다.
“이 편지가 전달되도록 힘을 좀 써줘.”
“프린질라 비고에게?”
“아니, 딕스트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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