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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28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524쪽 | 692g | 142*203*30mm
ISBN13 9791189571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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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 게이타는 부장실을 나온 뒤 불안한 얼굴로 창밖의 히비야 거리를 내려다봤다. --- p.11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데, 시뇨르 조르지아니는 히라하라 씨의 경력을 샅샅이 조사해 전부 알고 계십니다. 그러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오세요.
전화를 끊기 직전에 클라에스가 말했다.
오히려 불안이 점점 커진다. 과거의 자신을 안다는 사실만으로 주도권을 빼앗긴 듯한, 약점을 잡힌 듯한 기분이 들었다. --- p.14

아니, 솔직히 말하면 오기가 생겼다.
누군가의 지시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살고, 보란 듯이 성공해 보이고 싶었다.
그런데 성공한 모습을 보여 줘야 할 상대는 누구일까?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유일하게 깨달은 것은 이대로 방구석에 틀어박혀 있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것은 물론 그저 개죽음할 뿐이라는 사실이었다. --- p.18

실패하면 징역 몇 년 정도로 끝나지 않을뿐더러 애당초 이런 아마추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도둑질은커녕 부모 지갑에서 돈을 훔쳐본 적도 없는데.
그렇지만 거절하면 목숨은 없다. 마시모는 여지없는 진심이었다.
또다시 팔다리가 후들거렸다. --- p.36

홍콩에 무엇이 있는지 나는 모른다. 누가 어떠한 이유로 구해 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로 도움을 받은 것일까? 앞으로 내가 처할 상황이 유치장 안보다 나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지 않나.
여전히 영문을 모르는 나를 태우고 차는 쉬지 않고 달렸다. --- p.75

당신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죠. 어디를 선택하든 자유입니다. 단 어느 한쪽을 선택한 순간, 당신 들에게 선택받지 못한 쪽을 적으로 돌리게 되겠죠. 그 점을 부디 잊지 마시길.
지긋지긋할 정도로 아는 사실이고, 양쪽 모두를 적으로 돌릴 가능성마저 있었다. 선택한 쪽이 꼭 아군이 되란 법도 없다. 상황에 따라서는 적보다 더 성가신 존재가 될 수도 있다. --- p.143

여우 사냥, 투견, 투계 등 동물이 다른 동물을 사냥하게 하거 나 같은 동물끼리 서로 싸우게 하는 오락을 전통적으로 영국에 서는 그렇게 부른다.
‘우리는 그야말로 서로 싸우는 개다.’ --- p.144

아버지는 왜 나를 홍콩까지 이끌어 이런 투어를 하게 만들었을까?
‘내게 무엇을 전하고 싶은 거야?’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고바 게이타가 범죄자라니? 은행 반출품을 강탈했다고? 러시아 총영사관에서 본 사진도, 내가 아는 고바 게이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 p.161

오늘은 살아남았다. 하지만 내일은 모르겠다. 죽음의 경계선에 서 있다는 공포에서 도망칠 수 있다면 지금 당장 달아나고 싶었다. --- p.181

“하지만 당신이 수상한 것도 데니켄 운트 훈치커은행 대여 금고 건까지 합해서 두 번째야. 다음은 없어. 만약 배신할 낌새가 보이면 다음에는 주저 없이 뒤에서 쏠 거야.”
“낌새만 느껴져도 쏜다고?”
“자꾸 당신을 믿고 싶어지거든. 기대가 짓밟히면 그대로 큰 실망으로, 그리고 증오로 바뀌지. 사랑과 똑같아. 만국 공통의 진리지. 아니, 인간관계의 당연한 이치 같아.”
“죽고 싶지 않으면 동료들에게 성실하라고?”
“만약 네가 우리를 동료라고 생각한다면 말이야.” --- p.281

왜일까? 홍콩에 온 뒤로 알아가는 게이타 고바와 자신이 어려 서부터 알던 아버지 고바 게이타. 그렇게나 동떨어지고 다른 사람 같았던 두 사람의 모습이 아주 조금씩 가까워졌다. --- p.342

“당신은 바이 선생한테 들은 것과 똑같네. 생각보다 곱상하게 생겼지만 그것 말고는 정말 평범한 아마추어야. 범죄에 찌든 놈들한테는 볼 수 없는 후회와 미련이 덕지덕지 붙은 얼굴이지. 하지만 아마추어인 만큼 우리처럼 음지에 있는 놈들의 도리와 인의에도 얽매이지 않아. 때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해지기도 하고.”
“당신들을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기를 빌지.” --- p.368

‘마치 육식동물에게 습격당해서 죽기 살기로 발악하는 초식동물 같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매우 단순하게도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에 대한 갈망이, 그리고 유치한 분노가 자신을 이 터무니없는 전쟁으로 내몰았다.
이런 곳에서 놈들이 주무르는 일 때문에 죽고 싶지는 않다. 지금에 와서야 용케 깨달았다. 자신의 등을 떠미는 존재는 결의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것은 막다른 곳에 몰린 자만이 품는 하찮을 정도로 단순하고 어처구니없는 광기였다.
제정신으로는 이런 무모한 도박에 뛰어들지 못한다. --- p.415~416

30분 전까지만 해도 앞으로 당신과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했어. 그동안 경찰에도 군에도 정부 전문 기관에도 소속된 적 없는 일반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게 일을 완수했으니까. 극동에서 활약해 줄 새 요원을 발견했다고 생각했다고. 그런데 당신은 제정신이 아니야. 아마추어인 척하면서 사실 하는 짓은 테러리스트와 똑같군. 미쳤어!
--- p.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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