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라는 재료를 가지고 요리사 개개인이 저마다의 레시피와 양념으로 다양한 풍미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역사 ‘이야기’라 할 수 있다면, 이 이야기도 재료 본연의 맛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괜찮은 풍미로 즐기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부디 관대함과 끈기, 그리고 모험심을 가지고 19세기 동양의 난세 대소동에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p.5,〈머리말〉
아시다시피 인도양은, 미국의 잠재 적국 1호, 영국의 바다입니다! 중국으로 가는 서양 세력은 모두 영국의 눈치를 보며 영국 바다를 지나가고 있죠. BUT! 하느님이 보우하사 미국에게 다른 바다가 생겼습니다! 태평양을 거쳐 중국으로 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p.72~73, 〈제3장_ Pacific lake〉
썩은 내로 가득 찬 세상에서 태평천국의 금욕 퍼포먼스는 백성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고, 서양인들의 선교 기법을 벤치마킹한 각종 프로파간다, 찬송, 팸플릿 배포 등의 기법은 19세기 중국인들을 충분히 홀릴 만한 첨단 마케팅. 각지에 밀파한 바람잡이들이 퍼뜨리는 종말론 루머도 큰 효과를 발휘. 그리고 세뇌된 신도들은 그 종교적 광신으로, 쓰레기 관군 따위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사기와 전투력을 보여주게 된 것입니다. 이를 지켜본 일부 지식인들의 경우 농민 반란 & 사이비 종교 반란으로 왕조교체에 성공했던 역사적 경험을 반추. (과거 시험 낙방한) 루저 지식인들이 태평천국에 가담하기도 합니다. ---p.216~218, 〈제9장_ 19세기 전반, 중국 설정〉
화북은 사람도 말도 풍습도 다른 곳인지라, 화남, 화중에서와 같이 백성들을 태평천국에 가담시켜 세력을 불릴 수 없었습니다. 음식도 물도 다르고, 무엇보다도 텐진에서 난생 처음 눈이라는 걸 접한 북벌군 장병들에게 화북의 추위는 너무나 잔인했던 것. 그나마 화북의 염조직이 지원해준 덕분에 북벌군이 싸움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 아무튼 이 북벌을 통해 얻은 교훈은, 태평천국 종래의 빨치산식 메뚜기 떼 전략으로는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죠. 목표를 향해 강하게 날아가는 화살은 언뜻 치명적으로 보이지만, 목표를 맞추지 못하면 결국 힘이 다해 땅에 떨어질 뿐입니다. ---p.242~243,〈제10장_ 베이징을 향해 북벌〉
1856년까지, 전기 태평천국은 청나라가 멸망을 걱정할 정도의 성세를 자랑했으나, 천경사변을 거치면서 행정부 역할을 하던 동왕부 궤멸, 지도부 와해, 수많은 관료와 전문가 학살, 수십만 규모의 인원 이탈. 1856년 천경사변 이후인 후기 태평천국은 이전의 무시무시한 기세를 많이 잃고, 어느 정도 대처 가능한 우환으로 여겨집니다.
---p.329, 〈제13장_ 천경사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