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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는 후기를 남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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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는 후기를 남기지 않는다

: 여덟 해 동안 만난 일곱 의사와의 좌충우돌 현재진행형 우울증 치료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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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2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186g | 118*188*20mm
ISBN13 9788965707318
ISBN10 8965707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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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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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포시랍게 자라서 그래.”
“그렇게 약해 빠져서 험한 세상 어찌 살겄냐.”
“너보다 더 힘든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부끄러운 줄 알아라, 야.”
내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고 나조차 스스로를 거세게 다그쳤다. 몹시 힘든데, 힘든 게 아니라고 했다. 힘들 리가 없다고 했다. --- p.11

참으로 오랜만에 만져보는 갱지와 OMR 답지. 일주일에 파티를 몇 번 가느냐는 등의 질문을 표현만 조금씩 바꿔서 자꾸 묻는다. 어색한 문장을 보니 1970~80년대 서양에서 만든 검사지를 그 당시 우리말로 직역한 것 같았다. 그래도 내 상태를 물어보는 질문들을 마주하니 약간의 서러움과 함께 안도감이 밀려왔다.
정성을 다해 체크를 하고 간호사에게 갖다 줬다. 5분이 채 지났을까. 곧바로 결과지를 뽑아다 주는 게 아닌가! 이건 분명 미리 준비한 결과지에 이름만 프린트하는 데 딱 맞는 시간이다. 이 검사를 받겠다고 지불한 피 같은 내 돈 15만 원. 신뢰도가 확 무너졌다. --- p.29

큰아이 학교 발표회 날짜가 잡혔다. 보름 전부터 서서히 컨디션 조절을 시작했다.
발표회 당일 아침, 기적적으로 맑은 정신이 들었다. 우선, 커피를 다섯 잔 마셨다. 그리고 따스한 볕을 따라 전력질주로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나서야 학교로 향했다.
아직 유치원에 다니는 천방지축 작은아이를 돌보느라 정신없는 척하며 스리슬쩍 긴 대화를 피했다. 다섯 잔이나 마신 커피의 카페인 때문에 손을 덜덜 떨고 약간 헛소리를 한 것도 같지만, 뭐 그 정도는 실없는 여자라고 넘길 만한 수준이었다.
그렇게 위기를 넘겼고 뿌듯한 마음에 저녁에는 아이들과 함께 외식까지 했다.
그날 밤, 아이들을 양 겨드랑이에 끼고 침대에 누우니 그야말로 엄마 미소가 퐁퐁 솟았다 --- p.93

“언제부터 증상이 있으셨어요? 차트 보니까 지난달에도 소화가 안 돼서 오신 기록이 있네요.”
“그때는 위가 아프다, 소화가 안 된다 정도였구요. 약 먹고 좀 나아진 것 같더니, 지금은 외출이 힘들 정도로 심해졌어요. 잠도 잘 못 자고요.”
(…)
“음, 제 생각으로는… 그 병이 다시 재발하신 것 같은데요.”
“네? 아! 그런 건가요?”
“잠 못 주무시고 과민성 대장염에 위 무력증과 근육통까지…. 아무래도 다시 저 병원에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일단 신경안정제랑 진경제, 소화제 일주일 치 처방해드릴게요. 일단 약 드시고 조금 편안해지시면 병원에 꼭 가 보세요.”
“네, 역시 그렇네요. 말씀 듣고 보니.” --- p.134~136

정신과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 용기와 에너지를 쥐어짜야 할 때마다 그 상황과 감정에 지나치게 압도되지 않도록 약물로 방어막을 만들어준다. 약이 몸속을 돌아다니는 각종 호르몬의 농도를 ‘정상’ 범위로 조절하는 거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정상’을 판단 할 수 있는 건 오직 나 자신뿐이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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