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나온 뜨거운 면을 후후 불어가며 후루룩 먹는 게 즐겁다. 조용한 방에서 소리 내지 않고 예의 바르게 먹으면 맛이 없다. 사실 라면집이란 모름지기 떠들썩한 법이다. 직원과 손님의 “어서 오세요!” “라면이요.” “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차슈 라면이요.” “물 좀 주세요.”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대화 소리, 짤가닥짤가닥 그릇을 씻어 쌓아두는 소리, 의자 소리. 컵이나 그릇을 놓는 소리, 그리고 라면을 후루룩 거리는 소리.
---「라면 _ 아무리 뜨거워도 거침없이 후루룩~ 후루룩~ 먹어야 제대로지」중에서
맛있다. 우걱우걱 먹는다. 돈가스와 밥은 정말이지 ‘우걱우걱 먹는다’는 말이 딱이다. 도중에 먹는 절임채소가 맛있다. 그래서 아껴 먹는다. 어쩌다가 튀김옷이 고기에서 떨어져버린다. 이게 또 귀엽다. 젓가락으로 가다듬어 먹기도 하는 나. 허나 튀김옷은 튀김옷일 뿐, 튀어나온 고기는 다시 소스를 찍어 먹는 것 또한 맛이 색달라 즐겁다.
---「돈가스 _ 남자답게! 호쾌하게! 배를 채우고 싶은 날」중에서
살짝 부친 달걀이나 치즈도 토스트 샌드위치에는 찰떡궁합이다. 그 향긋함과 버터가 촉촉하니 전체에 잘 배어 있소 식어도 맛있다. 소풍 간 아이에게도, 끼워 넣을 속 재료가 하나도 없어도 사이에 버터를 바르고 마멀레이드나 잼을 발라놓기만 해도 몇 시간의 ‘재우기’로 자연스럽게 감칠맛이 생겨난다.
지금 먹고 싶다. 책상 위에서, 탄 빵 부스러기를 흘려가며 식은 토스트 샌드위치가 먹고 싶다. 음료는 뜨거운 인스턴트커피에 우유를 넣은 거면 된다. 저절로 마음이 풍요로워질 거다.
---「샌드위치 _ 꼬르륵~ 허기를 달래기에 이만큼 적당한 간식도 없지」중에서
굉장하다. 회로 배가 차다니. 생각해본 적도 없다. 하지만 이 방식이라면 이해가 된다. 회를 이렇게도 먹을 수 있다니. 정신이 들자 고추장 탓인지 마늘 때문인지, 나도 모르는 사이 몸이 따뜻해져 있었다. 회로 따뜻해지다니! 회에 대한 내 관점이 완전히 뒤집혔다. 더군다나 놀랍게도 먹으면 먹을수록 더더욱 맛있어지니, 식탐이 시키는 대로 폭주할 수밖에.
---「생선회 _ 볼이 미어지도록 한가득 쌈을 싸서 우물우물~ 아, 배부르다」중에서
코가 킁킁, 숟가락을 향해 손이 움직인다. 그러고는 입을 벌려 음식을 집어넣고, 턱이 운동하며 이로 잘게 씹어, 혀가 움직이면 꿀꺽 목을 지나, 위장으로 음식물이 떨어진다. 일련의 행동이 반복되는 사이 정신을 차리고 나면 덩그러니 남은 빈 그릇을 마주하게 된다. 강력한 냄새에 자극되어 흥분한 채로 허겁지겁 먹다 보면 맛은 나중에 따라온다. 후각을 찌르는 냄새에 중독되면 이성이고 매너고 없는 야만인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때 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만족감과 확실한 행복감을 온몸으로 느낀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식사다.
---「카레라이스 _ 킁킁~ 코를 찌르는 마성의 향, 무한 흡입을 부른다」중에서
빵의 살짝 쫀득한 실감에 앙꼬의 두툼한 단맛이 한데 어우러지자, 단팥빵 특유의 은은한 달큼함이 혀 위로 밀려온다. 단팥빵에는 단맛과 함께 희미한 소금기가 있다. 이 희미한 소금의 맛을 느끼게 되는 순간, 어른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맛이 크림빵이니 잼빵이니 하는 것과 의 한 끗 차이를 만든다, 빵을 삼킬 때도 다른 빵보다 조금 더 헤어지기 서운하다. 그리고 우유. 이때는 커피우유보다는 기본 중의 기본 흰 우유가 좋다. 입에 남은 앙꼬 맛 덕에 우유가 더 맛있어진다.
---「단팥빵 _ 단팥빵 한 입, 흰 우유 꿀꺽~ 아, 추억이 나를 부른다」중에서
면을 후루룩 빨아들이고 난 후 코가 찡, 국물을 한 모금 마시고 눈살을 찌푸리며 살짝 ‘아~’ 하고 눈물이 찔끔 나와야, 그제야 여름이 왔음을 느끼는 것이다. 중화냉면은 이런 거였지, 여름은 이랬지. 그새 또 1년이 지났군. 하면서 남은 맥주를 마시는 것이다. 그해 첫 중화냉면을 먹을 때 나는 반드시 맥주도 함께 주문한다. 낮에 마시는 맥주는 최고다. 따뜻한 라면일 때는 이게 안 된다. 라면이 나오기 전에 맥주를 끝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화냉면은 맥주와 사이가 좋다. 마시면서 먹을 수 있다. 아주 즐겁다.
---「중화냉면 _ 여름을 시작하는 나만의 의식! 시큼한 게 코가 찡~해야 제대로지」중에서
밥에도 이만큼 어울리는 반찬은 좀처럼 없다. 이때의 밥은 갓 지은 흰밥이 좋다. 아무리 몸에 좋아도 현미나 오곡미는 안 된다. 뜨끈뜨끈한 밥에 차가운 젓갈을 올려 젓가락으로 한 입 분을 덜어 볼이 미어지게 넣는다. 입안에서 밥의 온기로 뜸이 들 듯, 젓갈의 풍미가 퍼진다. 씹을수록 기막히게 고급스러운 오징어의 식감이 살아난다.
---「젓갈 _ 진정한 밥도둑은 이거지 이거. 어라, 벌써 다 먹었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