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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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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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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5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29쪽 | 456g | 153*224*20mm
ISBN13 9788959592692
ISBN10 8959592692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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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권택조
서울대학교를 졸업하였고(B.A.),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M.Div.) 했다. 미국 Fuller Theological Seminary 졸업(D.Min.) , 미국 Biola University 졸업(교육심리학/영성신학 전공, Ph.D.), 미국 Azusa Pacific University 교수등을 역임했으며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교수/대학원장(교육심리학, 이상심리학, 영성신학)이며 한국영성교육학회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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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그 시대의 사조에 어울리는 글을 써서 많은 독자들을 확보하는 것이 그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소설가는 그 시대사조에 적응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 시대사조가 보다 바람직한 곳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선구자(Herald)의 역할을 해야 한다. 전자를 흥미 중심적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의미 중심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전자를 현실주의적(Realistic)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이상주의적(Idealistic)이라고 할 수 있고, 전자의 글이 ‘횡경막 아래의 글’이라면 후자의 그것은 ‘횡경막 위의 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전자와 후자가 서로 대립적으로 존재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인간은 횡경막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상적인 인간론은 이상주의와 현실주의를 배타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 관계로 본다. 이런 의미에서 필자는 양자를 접목시킨 ‘이상현실주의(Idea-realism)’라는 신조어를 즐겨 쓴다.

이상주의나 현실주의 모두에 낭만주의라는 공통 개념을 붙인 데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예컨대, 낭만이 부재하는 이상주의는 공산주의적 이데올로기에 빠져 비인간화를 초래할 수 있고, 낭만이 배제된 현실주의는 맴머니즘(Mammonism)을 통한 비인간화(Dehumanization)를 태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양자의 접목의 시도를 통하여 엮어진 이 소설집은 ‘이상현실주의적 낭만주의(IRR: Idea-Realistic Romanticism)’에 속하는 글들이 되기를 기대한다. ---프롤로그 중에서

벽시계가 두 번 울리는 소리를 들은 헨리는 정신을 가다듬고 이상한 자신의 슬픔에 대한 분석을 마치며 말했다.
‘알았어. 나의 슬픔의 원인을! 보고 싶은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지!’
그러나 헨리가 슬픔의 원인에 대한 분석을 마치고, 그 분석을 통해 정답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슬픔의 농도가 점점 더 짙어지고 있음에 대해 그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이론을 초월하여 헨리는 헬렌의 얼굴이 보고 싶어서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아내의 얼굴뿐이었다. 헬렌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 그 얼굴의 윤곽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헨리의 슬픔은 근심과 좌절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문제에는 해답이 있다고 믿는 헨리는 계속해서 해답을 찾고 있었다.

‘그렇지! 존재의 동일시. 존재가 동일시될 경우 상대의 얼굴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지. 마치 자기의 얼굴이 잘 떠오르지 않는 것처럼… 그녀의 일부가 내 마음에 들어와 있다면 그녀의 일부인 그녀의 얼굴이 보이겠지만 그녀 전체가 곧 내가 되었으니 내가 나의 얼굴을 볼 수 없듯이 내가 지금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 아니겠는가!’
헨리는 새로운 진리를 깨달은 듯하여 매우 기뻤다. 새로운 이론을 발표하여 학계의 갈채를 받았을 때보다 더 큰 기쁨의 고기압이 그의 마음속에 가득 차 있던 비구름을 물러가게 하고 있었다. 새로운 이론을 논문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한 헨리는 서재를 나와 침실로 들어가 살며시 아내 옆에 누웠다.
아내는 자는 척하고 있었으나 사실은 아내도 새벽 3시가 다가오는 그 시각까지 뜬눈으로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는 이내 잠이 들었으나 헨리는 한숨도 잘 수가 없었다. 헬렌을 보고 싶은 그리움이 그로 하여금 온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게 만들었다. 그리움은 그려지는 법인데 헨리의 그리움은 그려지지 않는 이상한 그리움이었다. 잠시 후 그 그리움은 다시 괴로움으로 변질되었고, 반면 희망으로 변화하기도 했다. 오늘 당장 헬렌을 찾아가면 된다는 희망의 속삭임을 들으며 헨리는 밝은 미소를 띤 채 눈을 감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난 헨리의 얼굴은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두 갈래의 빛의 조화가 그의 내면을 가득 채웠다. 한 갈래의 빛은 꿈속에서 그녀를 본 기억이 발산하는 빛이었고, 다른 한 갈래의 빛은 몇 시간 후면 그녀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의 빛이었다.

헨리를 태운 최신형 캐딜락의 승차감은 무척 부드럽고 가벼웠다. 헨리는 어제 퇴근길에 무거운 마음으로 유턴을 하던 바로 그 길을 지나며, 그때의 마음과 지금의 마음에 큰 차이가 있음을 의식하고는 야릇한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은 헬렌을 볼 수 있다는 설렘과 아내에 대한 죄책감의 혼합이 만들어 내는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 아내를 등지고 다른 여인을 향하는 그의 마음이 회색빛으로 가득차기 시작하는 것은 헨리가 정성적인 남편이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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