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하이가 와락 나를 끌어안았다.
"메이, 메이... 이러지 마라. 넌 눈 속의 매화였다. 황량한 눈밭에 홀로 분홍 꽃잎을 틔운 작지만 강한 매화였어. 그런데 이렇게 지고 말 테냐? 꽃잎을 활짝 피우지도 못하고, 그 향기를 제대로 발하지도 못하고, 꽃송이 그대로 시들어버릴 작정이냐? 부탁이다. 나의 메이로 되돌아와... 세상의 어떤 것에도 굴하지 않는... 강하고 순결한 나의 메이로..."
순간 나는 그가 흐느낀다고 생각했다. 누구보다도 두렵고 강하게만 보였던 샤하이, 아니 카이샨 장군이.... 나를 부둥켜안은 바위 같은 품이 바르르 떨려오는 듯했다. 뜨겁게 달아오른 그의 피부에 땀방울이 눈물처럼 흐른다고 여겨졌다.
'메이!'
그가 다시 나를 부둥켜안았다. 그의 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거친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나의 어깨를 뜨거운 눈물로 적시고 있었다.
'얼마나 기다렸는지.....평생 이 목소리를 듣지 않아도 좋다고, 그대가 그저.........내 곁에 있어주기만 하면, 건강하게 있어주기만 하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했지만....그래도, 막상 들으니......들으니.....'
목이 꽉 잠겨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바윗덩이처럼 나를 옥죄고 있는 그의 몸을 나는 부드럽게 밀어냈다. 그리고 얼굴을 들어 그의 얼굴에 젖어 있는 예기치 않은 눈물을 닦어주었다. 한 번 뿐이야. 이게 마지막이야. 다시는 당신을 울리지 않겠어요. 다시는 그 마음을 괴롭게 하지 않겠어요. 사랑하니까. 진심으로 당신을 은혜하니까. 나는 그의 얼굴을 다정히 감쌌다. 그리고 온 정성을 다해, 온 마음을 다해 떨리는 그의 입술에 입맞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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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멍한 시선으로 만향당을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렇게 걸어 나가면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실은 냉정한 그의 뒷모습에 대고 실컷 욕이라도 퍼붓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응대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어둠 속에 파묻히는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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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찢어져내리는 것만 같았다. 넷째 오라버니가 내 날개를 부여잡고 비트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날개를 잡힌 나비는 어찌되었던가? 끝까지 살아보려 날개를 퍼덕이다 종래에는 날개가 찢기고 떨어져 흙바닥으로 추락하지 않았던가? 잔인하구나. 잔인하구나...... 이것이 나의 운명이라면, 너무도 잔인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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