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연령이 70세에 가까운 노인들은 비록 성적이 젊은이들에게 미치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자신들의 뇌를 이용하여 주어진 과제를 열심히 수행한 것이다. 그런데 노인들 중에서도 성적이 젊은이들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았던 노인들은 좌뇌뿐만 아니라 우뇌 역시 활성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그들은 과제 수행을 위해 젊은이들이 사용하지 않았던 우뇌를 이용하여 과제를 우수하게 수행해 낸 것이다. 즉,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인지 기능이 퇴화되기 시작한 노인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젊은이들이 사용하지 않는 뇌의 다른 부분을 이용해 과제를 훌륭하게 해결한 것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인간의 뇌는 노화에 따른 인지 기능의 저하라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스스로의 적응력을 높이는 길을 찾아냈다. 뇌 활동의 신비이며 작은 기적의 시작이다.
--- p.21
신경생리학 측면에서 인간의 기억력은 20대에 절정을 이룬다. 또한 열다섯 살에서 스무 살에 이르는 시기에 사람들은 기억에 남을 만한 일들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즉, 청소년 시절과 성인기 초기의 인격 형성, 정체성 확립 등 소위 말하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을 뿐만 아니라 입학, 졸업, 첫사랑 등 커다란 변화들이 다른 시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 류의 기억들은 각자의 뇌리에 대단히 인상적으로 남게 되고 30~40대의 기억보다 더 선명하다는 것이다.
--- p.47
실험 결과, 노인들은 청년보다 분노의 반응이 덜했다. 반면, 기본적으로 노인들과 청년들은 서로 비슷한 정도의 슬픔을 느낀 것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청년들의 슬픔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된 반면 노인들은 점차적으로 더 슬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들과 청년들은 상대방(화자)에 대한 평가에서도 차이점을 보였다. 예컨대, 어느 청년은 “아니, 내가 지들한테 해준 게 얼마나 되는데 감히 나한테 그딴 소리를 해?”라고 대단히 직설적으로 반응한 반면, 노인들은 대개 “너희들,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는데……”라고 약간 얼버무리는 식으로 반응했다.
분노는 대개 목표를 차단당했을 때 나타난다. 사람들은 존중받고 싶어 하므로 누군가 나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하면 당연히 화를 낸다. 그래서 모욕적인 언사를 듣게 된 젊은이들은 바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노인들은 살아간다는 것이 복잡하며 모호하다는 것을 점점 이해하기 때문에 상황을 받아들이게 되고 분노의 감정도 예전보다 수그러든다.
--- p.61~62
로갈스키 교수는 슈퍼 에이지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그들의 뇌를 MRI로 촬영했다. 그 결과 ‘슈퍼 에이지’에 해당하는 노인들의 뇌 피질은 대단히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질이 전혀 얇아지지도 않았고 줄어들지도 않았다. 20~30대의 젊은이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특히 뇌의 전측 대상회라고 하는 부분(주의 및 기억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은 평균적인 50대보다 더 두툼했다.
--- p.111
대체적으로 보자면 나이가 들면서 지혜로워진다는 이론에 대해 많은 학자들은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스턴버그 교수 역시 이 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지혜로움이라는 것은 개인적인 차이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았다. 나이가 들어간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지혜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지혜로움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동시에 지혜라는 것은 경험이 축적되고 지식이 쌓인다고 해서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오히려 공동의 선을 위해 사색하고 행동하면서 얻은 경험만이 우리를 더 지혜롭게 한다는 것이다. 발테스 박사 역시 지혜로움에 있어서 나이를 중요한 요인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적인 지능, 예컨대 적극적으로 경험하고자 하는 생각, 긍정적인 롤모델이 되고자 하는 노력,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p.121
20대에서 70대에 이르기까지 약 20~30퍼센트의 사람들이 때때로 외로움을 느낀다고 보고했다. 80이 넘게 되면 이 수치는 40~50퍼센트로 증가한다. 반면 10대들 역시 노인들과 비슷하게 외로움을 느낀다고 보고했다. 다른 연구에서도 나이가 아주 많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노인들만이 특별히 더 외로움을 느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 p.161
운동을 한다든지 몸을 활발하게 움직이면 크게 다음과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우선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동시에 호흡도 가빠진다. 그래서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산소를 더 많이 섭취하여 몸 곳곳으로 신속히 보내게 된다. 혈액 순환 역시 더욱 왕성해진다. 뇌로 향하는 혈류의 양 역시 증가하여 뇌에 더 많은 피가 공급된다. 이때 혈액 속에 있는 글루코스, 산소 등이 신경세포의 활동성을 촉진하여 신경세포들이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도록 돕는다. 운동을 하면 도파민, 세로토닌과 같은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한다.
동시에 이 같은 호르몬을 세포 내에서 수용하기 위한 수용체 역시 증가한다. 호르몬과 수용체의 증가는 뇌 신경세포의 상호 연결을 활성화시킨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뇌의 신경세포가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을 돕게 되며 부분적으로 뇌의 부피가 늘어나 결과적으로 뇌의 인지 기능이 향상된다. 치매나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뇌 질환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이것이 운동을 포함한 신체 활동이 우리의 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하는 큰 그림이다.
--- p.192~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