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의 순간을 꿈꾸며 준비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지가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진짜 원하는 것은 퇴사가 아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최대치는 무엇일까? 더 가슴 뛰는 일, 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는 없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지금의 힘듦은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일로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영혼 없이 일하고 싶었는데 사실은 영혼만은 내려놓고 싶지 않았다. 근력 운동은 질색이지만, 마음의 근육은 어떻게 해서든 키우고 싶었다. 근성과 의지를 가지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 --- p.21, 「꼰대 꿈나무의 세계로 발을 들이는 기분」 중에서
사심을 버리기로 마음먹은 후로 확실히 스트레스가 줄었다. 남과 비교하며 나를 괴롭히는 일도 줄었다. 여전히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 기준이 ‘남보다 더’는 아니다. 일의 본질과 그 안에서 일하며 성장하는 것이 더 중요해 졌다. --- p.37, 「직장 생활, 사심을 버리니 본질이 보였다」 중에서
한 회사를 오래 다니며 많은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정말 문제 의식이 전혀 없는 꼰대가 되는 것은 아닐까? “나 때는 말이야”라든지, “내가 해봤는데” 같은 극혐했던 말들과 ‘유사 동의어’를 나도 모르게 내뱉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은 아닐까? 아, 정말 등골이 서늘해진다. 나 정말 괜찮은 걸까? --- p.68, 「한 회사를 오래 다니는 건 위험한 일일까」 중에서
조금씩 천천히, 비로소 나는 이렇게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것이 행복해지고 싶어서도, 교만해서도, 행복을 추구해서도 아니고, 그냥 살아 있는 한 사람이니까 당연한 거야, 라는 자기 긍정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러고 나니 한동안 마음이 참 편했다.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는 좀 더 단순하고 둔감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 오른다. 그냥 편하게, 조금 덜 생각하고, 조금 덜 고민하며 살면 좋으련만. 그러다 보면 또다시 나는 왜 이렇게 생겨먹었나 하고 생각이 흐르다가 이제는 재빨리 그 생각은 그만두기로 한다. --- p.85, 「이렇게 생겨먹은 나’를 받아들이는 일」 중에서
퇴사가 유행인 것처럼, 퇴사를 꿈꾸는 사람이나 이미 퇴사한 사람, 퇴사의 과정 중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넘쳐난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나는 아직 퇴사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준비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위험을 감수하기 전에 기회비용을 열심히 생각하고, 중요한 결정 앞에서 한없이 신중해지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 p.148, 「버티는 직장인의 위엄과 위험」 중에서
회사에 근무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회사가 이런 데에는 나의 책임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구체적으로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이렇게 되었다, 라기보다 나 역시도 이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문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실컷 욕을 하기 전에 스스로 물어보아야 한다. 그렇게 불만인데 그동안 넌 뭐 했어?
--- p.172, 「후배에게 회사 욕을 할 수 없는 이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