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시간은 무기력하게 흘러갔고, 황금빛 계획은 어느새 바래져 버렸다.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던 것은 나와 비슷한 처지인 동료들이 많았다는 사실뿐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며 다음과 같은 문장들을 주고받곤 했다. “꿈을 좇아가지 못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사실, 어른의 삶이란 원래 다 이런 것이다.” 이런 문장들을 억지로 삼키다 보면 하루는 어느새 저물어 갔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우리의 꿈을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우리는 자주 술잔을 나누곤 했다.
--- p.20, 「우리의 꿈을 녹이는 술잔을 마주치며」 중에서
대학생 때는 불금이면 조그마한 불씨만 보이더라도 열심히 불태우며 하루를 보내곤 했었는데, 이제는 손에 토치가 있어도 불을 붙일 힘과 의지가 없는 금요일을 마주하게 되었다. 혹시나 불을 붙이는 날이 있다 해도 슬픈 잔불만이 지친 회사원을 반길 뿐이었다. 주량은 예전보다 반의반이요, 체력은 거기서 다시 반절이니, 이때의 불금은 결국 술집에서 자다 깨면서 마무리되기 일쑤였다. 그리고 이러한 ‘수면 엔딩’을 몇 번 겪다 보니 금요일 약속은 대부분 포기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 p.27, 「이제는 타오르지 않는 불금에 대하여」 중에서
계절이 그렇게 두 번 정도 바뀌었을 즈음, 극락조가 갑자기 떠올랐다. 하지만 바로 거실에 나가 살펴본 극락조는 이미 초록빛을 잃고 갈변한 상태였다. 변명할 것 없이 식물을 위한 기본적인 관리도 하지 못한 탓이었다. 죽이는 것이 더 어려워서 ‘영구불변’이라는 꽃말을 가진 극락조는 이렇게 무기력하게 말라가고 있었다. 뒤늦게나마 식물용 영양제를 사서 꽂아봤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었고, 결국 극락조는 며칠 후에 아예 시들고 말았다. 그리고 스스로만 신경 쓰느라 작은 식물 하나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내 마음도 시들어 버리고 말았다.
--- p.49, 「극락조도 시들게 하는 회사원의 삶」 중에서
왜 나는 예전만큼 행복하지 않을까? 회사원이 되기 전에는 할 수 없는 일들과 미래에 대한 불안함만 가득했었는데, 당시에는 왜 모든 일이 재밌게만 느껴졌을까? 그리고 회사원이 된 지금, 나는 왜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일까? 이 고민은 서울에 도착해서도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내 꿈이 정말 ‘회사원’이었나? 정말 ‘회사원’ 세 글자로만 끝나는 삶의 목표를 바라왔던 것인가?
--- p.64, 「회사원이라는 잘못된 꿈의 방향」 중에서
‘사바사’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케바케(case by case)라는 축약어에서 파생된 이 말은 똑같은 일도 어떤 이와 하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회바회(회사 by 회사)나 팀바팀(team by team)과 같이 이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신조어에서 우리는 하나의 교훈을 얻을 수 있는데, 바로 ‘사람’이라는 요소가 회사관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가치 중 하나라는 것이다.
--- p.99, 「5가지 기준으로 돌아보는 나의 회사관」 중에서
회사에 대한 평가를 거친 끝에 회사관 정리가 마무리되었고, 퇴사를 진행하는 쪽으로 마음이 더욱 기운 상태인가? 이제부터는 2차 점검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우리는 회사원이 되는 데에만 성공했을 뿐, ‘퇴사원’이 되는 데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상태이다. 퇴사할 때 또한 입사할 때처럼 전형 과정을 거치는 것을 추천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본인이 축적해온 생각을 다층적으로 점검해 나갈 수 있고, 그 점검을 바탕으로 후회 없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 p.111, 「퇴사원이 되기 위한 전형 과정」 중에서
퇴사라는 큰일을 진행한 후에는 조금 다른 방향의 휴식을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無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알차게 시간을 보냈던 것만큼, 알차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퇴사 직후 당분간은 다가오는 월요일이나 미래 계획을 걱정하지 말고, 여태 꽉 차 있던 머릿속을 비우는 휴식 시간을 가지자.
--- p.158, 「휴식의 시작: 생각 비우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