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사고의 틀을 만들어주는 강의
정선영 (sunnist@yes24.com)
과학을 사랑하는 이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1위는 '아인슈타인'이다. 아인슈타인이 오랜 기간 과학자들의 존경을 받아온 것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난해하다는 '상대성 이론' 덕분이었다.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그의 독보적 천재성은 감탄과 숭배의 대상이었으며, 동시에 과학자들 스스로를 그 자리에 대입하고픈 욕망을 불러 일으켰다. 아인슈타인이 난공불락의 천재성으로 사랑 받았다면, 오늘 소개하는 『파인만 강의』의 저자 리차드 파인만은 아인슈타인과는 정반대라 할 수 있는 친근함으로 사랑 받는 과학자이다. 그는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많은 사람들에게 물리학을 알기 쉽게 강의하기로 유명했던 인물이다. 천재적이되, 고립되지 않고 일반인들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이 그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런 강의가 가능했던 것은, 물리학의 기본을 꿰뚫는 통찰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파인만이 강의를 통해 칼텍 caltech(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의 학부생들에게 가르치고자 했던 것도 바로 그것이다. 일반물리학 강의, 하면 떠오르는 메마른 공식대신 풍부한 설명과 논리적 사고로 본질에 접근해 가는 것이 그의 강의 스타일이자, 이 책의 특징이다. 물리학 법칙이나 공식이 먼저 던져지고 이에 대한 보충 설명식으로 진행되는 일반 강의와 달리, 파인만은 각 강의의 주제를 먼저 제시하고, 그 주제를 파고들기 위한, 일상의 소재와 논리적 사고 과정을 통해 법칙에 도달한다.
예를 들어 '에너지 보존 법칙'을 설명하고 있는 4장을 잠시 보도록 하자. 우리는 대부분의 물리학 강의에서 위치에너지 mgh와 운동에너지 1/2mv2를 각각 정의하고, 그 합이 되는 총 에너지가 항상 일정하다는 공식 중심의 설명으로 한 chapter를 무심코 지나쳤다. 파인만은 우선, '에너지 보존 법칙'을 공식 없이 제시하고, 장난감 블록의 개수에 빗대어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정해진 블록 28개가 방안에 반드시 존재한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장난감 상자의 무게를 이용해 상자 속의 블록 수를 추측하고, 욕조의 물높이를 측정해 잠겨있는 블록 수를 알아 맞춘다. 이런 추측 과정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을 다루는 수식이,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를 나타내는 한 방식임을 보여준다. 이런 접근 방식은 수식을 무조건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일종의, 반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각도에서 공식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수식 자체에 묶여있지 않고, 수식을 도구화하고, 그 너머의 물리적 사고를 누리게 하는 것, 이것이 파인만이 반복적으로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강의의 핵심이다.
물리학을 알고 싶고,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이들은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물리학적 사고의 큰 틀을 잡아갈 수 있을 것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어려울 것이라고 미리 단정 짓지 마시길, 파인만은 그 누구보다 친절하고 뛰어난 물리학의 전도사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