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을 통생명체로 인식하고 미생물을 염두에 둔다면, 무슨 음식을 먹느냐는 더욱 중요해진다. 우리 몸 건강에 필요한 미생물이 있다면, 그것은 절대 약으로 다룰 수 없고 오직 음식을 통해서만 관리 가능하다. 통생명체를 생각하면 “음식이 약이 되게 하라”는 2500년 전 히포크라테스의 경구는 우리 시대에 더 유용해 보인다. 이 내용이 ‘3장. 내 몸 돌보기’의 한 켠에 있다.
--- 「머리말. 건강 백세를 위한 네 가지 키워드」 중에서
통생명체는 holobiont라는 영어 단어를 번역한 말이다. 전체를 의미하는 holo(whole)와 생물 혹은 생명을 의미하는 bio를 합성한 말인데, 직역하여 전생물체(全生物體)라고 번역한 분도 있지만,1 나는 통생명체로 번역했고 이 말이 더 맘에 든다. ‘통’에는 세 가지 의미가 중첩되어 있다. 하나는 나와 내 몸 미생물 전체를 ‘통’으로 보자는 것이고, 또 하나는 통생명체 안에서 나와 내 몸 미생물이 서로 소통(疏通, interaction)한다는 의미이며, 나머지 하나는 통생명체 전체가 늘 외부 환경과 통(通)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1장. 통생명체, 내 몸과 미생물의 합작품」 중에서
기름이 섞여 있는 더러운 표면과 그릇을 닦는 데 쓰는 계면활성제를 왜 우리 입안에까지 끌어들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치약의 상당부분을 삼킨다. 나는 천연 계면활성제가 최소한으로 들어간 치약을 쓰는데, 만약 평소 쓰는 치약을 준비하지 못하고 여행이라도 가서 아무 치약이나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주 여러 번 세게 헹궈서 입안에 잔여물이 남지 않도록 주의한다. 실제로 계면활성제의 독성을 보여주는 동영상에서 경희대 치대교수는 최소한 7번은 강하게 헹궈내라고 권한다.
--- 「2장. 내 몸속 미생물 돌보기」 중에서
그래서 최근에는 뇌와 장의 순서가 바뀌고 있는 추세다. 뇌가 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뇌장축에서 장이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장뇌축으로. 뇌가 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실은 별로 특별한 것은 아닐 수 있다. 우리 몸은 전체가 뇌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으로 장이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좀 특별해 보인다.
--- 「3장. 내 몸 돌보기」 중에서
서양의 과학적 사고를 출발시켰다고 할 만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전체는 부분의 합, 그 이상이다(The whole is greater than the sum of its parts)”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진실로 옳다. 나라는 사람을 쪼개어 원자로 만든 다음, 다시 조합한다면 내가 될 수 있을까? 건축 재료들의 집합과 건축물 자체는 완전히 다르다. 하물며 생명체야 말할 필요가 없다. 원자에서 분자로, 분자에서 세포로, 세포에서 조직으로, 조직에서 유기체 전체로, 유기체 전체에서 생태계 전체로, 단계단계 나아갈수록 그 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특질들이 나타난다. 이것을 생명의 복잡성(complexity)과 창발성(emergence)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런 생명의 특징은 과학의 진보에도 여전히 풀기 어려운 신비로 남아 있다.
--- 「4장. 통생명체, 긴 시선으로 바라보기」 중에서
“쪼개고 쪼개는 것을 거듭하며, 더 쪼갤 수 없다는 의미의 원자(atom)에 근접한 19세기 물리학은 20세기에 들어 점차 환원주의를 거부하는 과정을 걸었다. 그런데 20세기 생물학은 기묘하다. 물리학이 폐기하고 있는 환원주의라는 세계관에 자신을 꿰어 맞추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워즈가 제시한 관점은 이것이다.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분자생물학의 비전은 수명을 다했다. 이제는 계속해서 잘라가는 환원주의자들의 분자적 시선을 극복하고, 눈을 들어 살아 있는 세계의 전체적인 모습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야 생명의 진화, 창발성, 복잡성에 접근할 수 있다.”
--- 「4장. 통생명체, 긴 시선으로 바라보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