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현숙, 진정한 이야기꾼의 마력을 펼치다!
“내가 사랑하는 존재가 행복할 때 나도 행복할 수 있다!”
예전엔 미처 몰랐던 일들!
내가 보고 싶은 각도에서만 바라봤던 것이다…
“죽었다는 사실보다 더 무서운 건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다”
순박한 감수성과 빼어난 상상력으로 이야기꾼의 마력을 인정받고 있는 박현숙 작가의 『구미호 식당』은 역시나 이야기 초입부터 독자를 몰입시킨다.
어느 날 갑자기 죽게 된 두 사람은 망각의 강을 건너기 전 중간계에서 서호를 만난다. 아직 식지 않는 자신들의 피 한 모금과 사십구일을 맞바꾸기로 하고 살던 세상으로 돌아온다. 호텔 셰프였던 아저씨와 도영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간절하게 사십구일을 살고자 하는 아저씨와 조금 일찍 세상을 떠나도 괜찮다고 여기는 도영의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사랑과 집착, 사람과 사람이 마음을 나눈다는 것, 그리고 우정을 쌓을 수 있는 시간, 가족의 의미는 살아 있는 동안 두 사람이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나는 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상대방에게는 폭력이었고, 사랑의 표현과 이해가 서로가 달랐다. 남보다도 더 못한 가족이라고 여겼던 형과 할머니의 진심은 미처 내가 깨닫지 못했을 뿐이었다. 늘 혼자라고 여겼던 도영은 친구 수찬이의 마음을 확인하고, 내가 죽게 된 것이 너 때문이 아니라고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 살아 있을 때는 가져보지 못한 감정들, 아쉬움, 후회를 이제야 느끼게 된다.
이야기는 박현숙 작가의 학창 시절 기억 속에 있었던 그 아이가 모티브가 되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던 그 아이를 칼 858 폭파 사건으로 잃고, 그 아이와 친하게 지낼 기회를 그저 흘려보내고 말았던 것에 대한 후회.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지만 지나간 시간으로 돌아갈 수도 시간을 돌이킬 수도 없음을 소설로서 고백했다. 시간은 한번 지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 시간이 나에게 머물 때, 그 시간 안에 있을 때, 최선을 다할 일이다.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마음을 열고 산다면 조금이나마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음을 특유의 맛깔스러운 이야기 솜씨로 전하고 있다.
하나의 모티브가 이렇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만들어질 수 있다니…. 2020년 여름,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되는, 진정한 이야기의 힘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면서도 죽는다는 걸 까맣게 잊고 살아가다 갑작스럽게 사람들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또 이별을 하게 된다. 그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어 나는 소설 속에 중간계를 만들었다.
중간계를 만들고 소설을 쓰다 보니 역시 죽은 사람이나 남은 사람이나 이별 앞에서는 크기와 색깔이 다를 뿐 누구나 후회한다는 사실이었다. 되돌릴 수 없는 후회다.
오늘 죽음이 나를 찾아온다면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그리고 시간이 나에게 머물 때 그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말하고 싶다. 최선을 다하면 행복하다. 행복은 늘 내 옆에서 내가 손을 내밀기를 기다리고 있다.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내가 손을 내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묻고 싶다.
‘당신에게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요?’
어떤 대답이 나올지 모르겠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 일주일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그게 정답이다.
- 박현숙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