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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의료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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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의료윤리

: 아픈 자 돌보는 자 치료하는 자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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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0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396쪽 | 494g | 140*210*30mm
ISBN13 9791160807226
ISBN10 1160807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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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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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지금 의료윤리를 이야기해야 하는가? 뇌리에 강렬하게 남은 최근의 보건의료 이슈들을 떠올려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 2014년 요양병원 화재 사고와 신해철 의료사고 사망 사건,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발생, 2017년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사태, 같은 해 소위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과 관련한 이슈,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2019년 헌법재판소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해 크리스퍼CRISPR-Cas9 유전자가위 기술 개발자 노벨화학상 수상……. 그동안 발생한 수많은 보건의료 사건들은 사회경제에는 물론 일상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제 질병과 돌봄, 치료는 우리 삶과 떼어놓을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 p.58, 서문 「지금 의료윤리를 말한다는 것」 중에서

누구에게나 각자의 의료윤리가 있기 때문에 이를 주체적으로 도움이 되는 결정으로 바꿔내는 건 이론적 종합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론을 아무리 모아도 그 자체로 현실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현실이 이론을 어떻게 조명하는지, 이론에서 다시 현실로 넘어올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피며 둘 사이의 간극을 넘는 일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안락사 관련 이론 또한 그저 이론일 뿐 환자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물음과는 거리가 있다. 환자의 고통을 줄일 방법을 알아내려면 현실을 살펴야 하고, 환자의 필요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이 일은 사회학적 조사로 가능하지 않다. 무엇보다 내 앞의 환자를 이해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환자는 환자대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해야 하고 허물어져가는 삶을 바로잡아야 하며 새로운 관계에 적응해야 한다. 질환의 폭풍 앞에서 큰 혼란을 겪고 있는 환자야말로 스스로를 이해할 방법을 찾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 p.53, 1장 「연명의료 중단과 안락사」 중에서

‘윤리’라는 것은 반드시 현실에서 작동해야 한다는 대전제를 지닌다. 의료윤리는 특히 그렇다. 현실과 동떨어진 추상적 논의는 의료윤리에서 무의미하다. 의료윤리는 이론적 논의를 현실에 적용해 현실 속에서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어야 한다.(그래서 응용윤리의 대표 분야로 꼽힌다.) 그런데 이때 현실의 문제를 푼다는 것은 그 시시비비를 가려 일도양단의 결정을 내리는 일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 결정은 법의 영역에 맡겨두자. 의료윤리는 다만, 현실의 문제를 묵묵히 살아내야 한다. 그 ‘살아냄’에서 의료윤리적 통찰이 나온다.
--- p.30, 1장 「연명의료 중단과 안락사」 중에서

우리가 이득과 손해를 따질 수 있는 것은 대상이 실제로 현실에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예 없는 존재의 이득과 손해는 말할 수 없다. ‘해리 포터 시리즈’ 같은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가 아닌 한, 누군가 유니콘의 권익을 위해 싸운다고 할 때 그의 말을 진지하게 들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태어나지 않은 존재의 이득과 손해도 마찬가지다. 법적으로 생명권을 언제부터 보장할 것인가의 논의를 넘어 우리는 이 지점을 따져봐야 한다. 임신중절이 태아의 생명권을 해친다고 말할 때 우리는 이미 ‘태어난’ 생명을 살해하는 것을 가정하고 있지는 않은가.
--- p.101, 2장 「낙태죄가 사라진 빈자리에서」 중에서

상대방의 필요와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우리의 상황을 전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야기 없이 추상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리거나 전달한다면 우리는 상대방을 이해할 수도 없고 상대방을 위한 결정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게 된다. 당사자의 필요에 맞게 의사결정이 지원되고 실제로 그런 결정이 내려지려면 그가 처한 상황을 잘 이해해야만 한다. 이해에 따른 결정이 아니라면 그것은 의사결정 지원이 아니라 그저 대리 의사결정에 불과하고, 타인에 의해 당사자의 문제가 좌우되는 일이 될 뿐이다. 우리가 치매 환자 지원에 관해 이야기할 때 그 지향점이 환자의 결정을 돕는 데 있다면 우선은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 삶의 상황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 p.131, 3장 「치매와 돌봄의 윤리」 중에서

이러한 백신 집중이 기존의 불평등을 더 악화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문제 해결을 촉구할 수는 있다. 당장 모두가 쓸 백신이 없다면 ‘누구에게 먼저 줘야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마주하여 ‘나부터’ 또는 ‘우리부터’가 아니라 더 많이 피해를 본 사람, 더 위험한 사람부터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외칠 순 있다. 그리고 더 피해를 본 사람과 더 위험한 사람이 누구인지, 이들에게 어떻게 백신을 보장할지 논의할 순 있다. 그러므로 이제 코로나19 백신의 분배에 관한 그간의 윤리적 주장을 살펴보면서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생각해보자.
--- p.177. 4장 「감염병과 윤리」 중에서

단순히 유전자조작이 일으킬 위해의 가능성 때문에 유전자조작을 특별하게 취급하는 것은 적절한 접근이 아니다. 그 점에선 다른 공학 기술과 유전자조작이 굳이 구분될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반면에 유전자조작으로 인해 인간이 더는 인간이 아니게 되는 순간을 초래할 수 있고 심지어 인간의 소멸까지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이는 누구나 막아야 할(이제 인간은 인간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고 믿는 극단적 트랜스휴머니스트를 제외하면) 사태라고 봐야 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논의의 필요가 발생한다. 지켜야 할 ‘인간’을 규정하는 선이 있어야 하기에 문제는 좀 더 복잡해진다. 즉 인간의 선을 따져보는 것이 유전자조작 논의를 이어나가는 데 무척 중요한 문제라 하겠다.
--- p.231, 5장 「유전자조작의 실현」 중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개인정보를 어디까지 보호해야 하느냐다. 개인정보를 온전히 보호하는 방법, 즉 개인정보 공개를 완전히 차단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이러면 최근의 의학적 혁신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데이터를 활용할 방법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완전히 개방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이러면 개인은 정보 노출로 인한 피해에서 보호받을 길이 전혀 없다. 여기에서 개인과 사회의 이익과 피해를 어떻게 조율할지, 보호와 활용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을 통해 생각해본 것처럼, 이것은 그냥 피해를 감수하라고 종용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피해를 보는 사람에게 어떻게 타인이나 사회를 위해 피해를 받아들이라고 요청할 것인가? 그 선은 어디까지인가?
--- p.315, 7장 「의료 정보는 어디까지 지켜야 할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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