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스(2005)는 은퇴란 일반적으로 세 가지 방식으로 정의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경제적 정의에 따르면 노령자가 유급 근로를 그만둔 것이다. 사회학적 정의에 따르면 누군가가 더 이상 일을 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용인되는 나이에 이르렀다는 의미이다. 심리학적 정의에 따르면 개인이 스스로 은퇴했다고 인정하는 때를 가리킨다. 이 책은 은퇴했거나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고 스스로 규정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며, 은퇴에 대해 다른 정의를 내리는 연구들을 여기서 언급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가장 선호하는 것은 자기 보고식 접근법이다.
--- 「01 새로운 은퇴」 중에서
사회적 접촉은 일이 가진 또 다른 주요 잠재적 기능이다. 대부분 일터에는 재미있지는 않아도 잡담을 나눌 사람들이 있다. 점점 더 보편화되어 가는 ‘재택근무’ 현상은 집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은퇴 훨씬 이전부터 사회적 고립이라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반면 동료와 고객을 매일 만나는 일터에는 하루 일과 안에 사회적 측면이 포함되고, 경험과 목표가 공유된다. 동료나 직장 친구들과의 상호 교류는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재미를 주고, 시야를 넓히며, 생각할 거리나 집에서 친구와 가족들과 나눌 대화 주제를 제공한다. 직장에서는 사교를 위해 특별한 설정을 할 필요가 없고 하루 일과의 자연스런 일부로 사회적 교류가 일어난다.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발전시키고 유지하기 위한 의식적 노력을 하지 않을 때 은퇴자가 갖게 되는 한 가지 위험은 사회적 고립과 고독이다.
--- 「01 새로운 은퇴」 중에서
자신의 은퇴를 상상해 보는 일은 은퇴 계획의 선행 조건이다. (…) 아마도 은퇴와 노화에 대한 고정 관념을 혼동해, 이 시기를 단절과 쇠약의 시기라고 치부했을 것이다. 혹은 끝없는 휴가, 즉 마침내 실컷 잘 수 있고 아무 전화도 받지 않고 하루 종일 독서를 하거나 골프를 칠 수 있는 때라고 상상했을 수도 있다. 좀 더 흔하게는 급여 명세서에서 퇴직 연금 납부금이 빠져나갈 때 이따금씩 인식하는 정도를 제외하면 은퇴를 아예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나 50대나 60대에 이르면 은퇴에 대한 생각이 좀 더 중요해져서 직장인들이 은퇴 후 변화에 대한 정신적 준비를 시작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다. 은퇴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거나, 정보를 찾거나, 떠날 시점을 고려하고, 적절한 은퇴 전략을 개발한다. 또 재정 문제를 검토하고, 은퇴 후 생활 방식의 일부가 될 활동과 역할에 대해 생각한다.
--- 「02 직장인에서 은퇴자로의 새로운 여정」 중에서
은퇴 자산을 늘리는 데 두 번째로 중요한 요인은 ‘재정적으로 위험한 결정을 어느 정도로 쉽게 내리는가’이다. 보수적 결정에는 위험 부담이 거의 없는 저축과 투자가 포함되는데, 예를 들면 금리가 낮지만 안전한 은행에 저축을 하거나 주식에서는 우량주만 매입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심스런 행위가 상대적으로 안전하기는 하지만 종종 총 은퇴 자산의 증가 추세가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 은퇴 대비용 저축의 이자가 연 2퍼센트인데 식비와 주거비가 같은 기간에 5퍼센트가 오른다면 여러분은 재정적으로 적자다. 다른 한편으로, 고위험 투자 전략은 투자자를 흥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다. 이들 전략은 자산이 많거나 철저한 사전 연구가 선행되지 않은 경우 신중을 기해 활용해야 한다.
--- 「03 재정적 안정 혹은 재정적 스트레스」 중에서
(…) 노인을 대상으로 한 재정적 학대는 사기처럼 모르는 사람들이 자행하는 것이 아니라 노인들이 믿고 잘 아는 사람들, 보통 가족의 일원이 저지른다. 비록 노인 학대의 한 측면에 지나지 않지만 재정적 학대는 기대 수명과 주거비가 증가하면서 서구 국가들에서 가장 흔하고 증가 추세를 보이는 현상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을 ‘상속 조급증’이라고 부른다. 성인이 된 자녀는 주택을 구입할 수 없는 자신의 형편이나 다른 생활의 측면 때문에 좌절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때 자신의 부모에 대해 이렇게 인식할 수 있다. 가족의 집 같은 중요한 자원을 ‘깔고 앉아’ 있으면서 유산을 은퇴 후 여가 활동에 ‘낭비’나 한다. 또 자녀에게 재산을 불공평하게 분배하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 유산을 자선 단체에 기부하겠다는 협박까지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03 재정적 안정 혹은 재정적 스트레스」 중에서
많은 연구에 따르면 부부가 은퇴하면 둘의 관계가 좋아지거나 같은 상태가 유지된다고 한다. 부부가 일을 같이하고, 오래전부터 세운 계획과 꿈을 실현하고, 크든 작든 변화를 이뤄 내고, 여행을 떠나거나 아니면 그저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친밀도가 높아지고 부부가 같이 늙어 가는 동안 즐거움과 슬픔을 공유한다. 자녀와 손주들이 성장해 가는 과정을 함께하면서 서로에 대한 감정이 더 깊어진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기혼 은퇴자들이 독신이나 홀로된 은퇴자보다 더 많은 심리적 행복을 느낀다는 분명한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부부들이 직장과 가정일로 항상 바쁠 때 알던 것보다 둘 사이에 공통분모가 훨씬 적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은퇴 후 활동, 가정 내 책임, 그리고 ‘함께한다는 것’의 수준에 대한 기대가 크게 달라 타협점을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 「05 사회적 관계의 재조정」 중에서
직장에 대한 애착은 은퇴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리고 은퇴자들이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었다. 이러한 경향은 직장에 대한 애착이 삶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와 관련되는 방식에 반영되었다. 직장에 더 애착을 가진 사람일수록 일반적으로 만족도가 높았지만, 이는 은퇴한 후 첫 10년에만 해당되었다. 은퇴자들은, 심지어 자신의 예전 직장이나 경력과 계속 연결 고리를 갖고 직업 정체성을 강하게 유지했던 사람들도 시간이 경과하면서 다른 연결 고리로 점차 대체하거나 스스로 없애는 경향이 있었으며, 이런 전환은 전체적 만족도를 감소시키지 않고 진행되었다. 짐작하건대 이들이 재직 시 접촉하던 사람들과 관심거리를 다른 (혹은 더 적은) 활동들이 대체한 것으로 보인다.
--- 「06 은퇴 후 정체성 재정립」 중에서
유연 근무제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이미 많은 기업이 직무 공유, 재택근무, 집중 근무제, 시간제 근무 등 다양한 형태로 도입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그램은 보통 소규모로 진행되고 실제로는 돌봐야 할 가족이 있는 직원에게 주로 차례가 돌아간다. 그리고 이러한 유형의 근무를 하는 직장인은 대가를 치른다. 즉 개인의 경력에 불이익을 받거나 퇴직 연금이 줄어들거나 하는데, 이는 앞서 여성들의 휴직으로 인한 경력 단절 논의에서 살펴본 내용이다. 기업이 나이 든 직원들도 쉽게 지원할 수 있는 유연 근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업무에서 배제되었다고 느끼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면 노사 양측에 모두 이익이 된다. 고용주는 나이 든 직원의 기술과 경험을 보존할 수 있고, 직원은 자신의 속도에 맞춰 완전 은퇴로 점진적 전환이 가능해진다.
--- 「07 은퇴 최대한 활용하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