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상으로, 나는 서랍을 열어제치고 그 안에 흩어져 있던 몇몇 트럼프들을 낚아챘다. 그러자 등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나가 방금 내가 나왔떤 방에서 나와, 이 방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발자국 소리라고는 믿겨지지 않았따.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는 대신, 카드를 들어올려 제일 위에 있던 것을 응시했다. 낯선 풍경이었지만, 나는 그 즉시 내 마음을 열고 그 풍경을 향해 손을 뻗쳤다. 혐한 바위산, 그 너머로는 뭔가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것이 있고, 기묘하게 얼룩덜룩한 하늘, 그 왼편에는 흩뿌려 놓은 듯한 별들 … 카드는 내 손끝에서 뜨거워졌다가 다시 차가워지는 일을 반복했다. 그것을 응시하던 중 그 안에서 강한 돌풍이 불어오는 듯한 느낌이 왔고, 풍경이 조금 재배열된 듯했다.
그때 바로 뒤에서 심하게 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드워킨의 것임을 알 수 있는 목소리가 말했다.
"멍청한 놈! 네 파멸의 땅을 골라 버렸군!"
거대한 발톱을 연상시키는 손이 - 검고, 무두질한 가죽같고, 옹이투성이의 - 내 어깨 너머로 뻗쳐 왔다. 마치 그 카드를 낚아채려는 듯, 그러나 눈 앞의 풍경은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았기 때문에 나는 앞으로 돌진했고, 내가 탈출했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카드에서 시선을 잡아뗐다. 그리고는 동작을 멈췄고, 꼼짝도 않고 서서 새로운 장소에 관해서 감을 잡아보려고 했다.
그렇다, 단편적인 전설, 가족들 사이의 소문, 그리고 내 뇌리를 강타한 전체적인 심증에 의해 나는, 내가 어떤 곳으로 왔는지를 깨달았다. 그 심증이 확고한 신념으로 바뀌는 것을 느끼며, 나는 고개를 들어 <혼돈의 궁정>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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