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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돌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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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돌로지

: 아이돌+팬덤+산업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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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48쪽 | 464g | 145*215*30mm
ISBN13 9791191383126
ISBN10 119138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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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으로 글로벌한 영향력을 지닌 초국적 케이팝 팬덤이 등장한 것은 BTS 팬덤인 아미가 시초라고 볼 수 있다. 단순하게는 글로벌 대중음악 지형에서 BTS가 차지하고 있는 산업적 위치를 보면 알 수 있다. BTS는 2018년 첫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5개 앨범의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와 6곡의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이뤄냈다. 이것은 서구 언론이 “비틀스 이후 가장 빠른 밴드 기록”으로 조명할 만큼 대중음악사에서 의미 있는 기록이다. 시장 점유율과 정보 분석을 제공하는 세계적 분석 기업 닐슨이 발표한 2020년 상반기 미국 음반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에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 BTS의 『Map of the Soul : 7』이며, 아티스트 순위로는 드레이크와 아리아나 그란데,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슈퍼스타를 제치고 BTS가 전체 2위에 올랐다.
--- p.19~20

BTS 팬덤의 대항담론적 실천은 주로 온라인을 통해 펼쳐진다. 이는 뉴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레거시 미디어와 뉴미디어 사이의 담론 경쟁의 역학을 관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뉴미디어 시대의 쌍방향적 커뮤니케이션 특성 덕에 기존의 비평가나 기자가 했던 문화매개자 역할은 이제 온라인 인플루언서나 팬덤으로 확대되었다.

미디어 융합이 가속화되고 기술과 산업, 수용자 관계가 재정립됨에 따라 전통적인 문화매개자가 비평적 권위를 업고 담론장에 행사해 온 영향력이 줄고, 문화현상의 주체인 소비자와 팬덤의 내부자적 관점이 중요해졌다. BTS 팬덤의 대항담론적 실천은, 주로 팬덤 공동체 안에서 스타나 서사에 관한 해석과 추리를 공동의 놀이로 즐기던 팬덤 문화가 이제 공론장에서 지배담론에 대항하는 담론을 생산하는 행위로 확대된 사례로서 중요성을 가진다.
--- p.48

요컨대 걸그룹은 탈성애적이어야 하면서 성애적이어야 한다는 여성 청년을 향한 모순, 그리고 혐오와 멸시뿐 아니라 숭배와 찬양까지도 포괄하는 여성혐오가 가장 먼저 적용되는 존재이다. 이 잔혹한 과정에서 스러져간 별들이 어렵지 않게, 그리고 고통스럽게 떠오른다. 이러한 동시대적 감각에서 여성 팬들은 특정인에 대한 신속한 배제를 결정하기보다 긴장을 견디며 경합을 겪어내는 실천을 해나가기를, 그리하여 저 멀리 반짝이는 존재로서가 아니라 ‘지금-여기’에서 여성, 아이돌이 수많은 여성 청년과 더불어 이 시대를 무사히 건너가기를 바란다. 그 많은 백래시(backlash)에 맞서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더라도, 누군가를 향한 보답 없고 경계 없는 사랑만이 ‘다시 만난 세계’를 가능하게 할 것을 믿으며.
--- p.67~68

전원산업이라는 재벌 기업은 정치권과 결탁해 경제발전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탄광촌의 노동자 가족, 유흥업소 여성 등 먼저 희생당해도 괜찮은 존재를 앞세워 부를 축적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8년 글로벌 대중스타 승리의 얼굴을 안전장치로 내세워 여성 대중을 ‘죽일 권리’를 행사했다는 것이 버닝썬 사태를 다루는 이 글의 요지다. 승리의 얼굴은 21세기 한류 전성기의 새로운 광맥이 되어 한국 여성을 시신화하는 약탈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고 있다. 여성들의 대규모 팬덤과 환호로 만들어진 승리의 얼굴성은 그를 둘러싼 여성들을 시신화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미래 가능성으로 계산되는 것이다.

아직 남아 있는 소수의 승리 팬들은 “위대한 개츠비의 삶을 꿈꾸었던 승리가 개츠비의 운명처럼 비극적인 상황을 맞이”한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개츠비를 신비롭게 만든 것은 개츠비 자신이 아니라, 그가 매일 밤 열었던 성대한 파티에 모여든 사람들이었음을 아직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승리는 이 파티원들에게 성별 질서를 부여했고, 국적을 초월한 남성들의 엔터를 위해 여성을 미끼로 던졌다. 이 모든 파티를 설계한 전원산업은 또 다른 광맥을 찾느라 분주할 것이다.
--- p.98~99

케이팝 아이돌에서 힙합 아티스트가 된 박재범은 아이돌과 아티스트, 한국계 미국인과 한국인, 케이팝과 힙합이라는 여러 경계의 접촉지대에 있다. 그는 “케이팝이 한국 대중문화 내 마초성이 소거된 ‘비남성성’의 지대라거나 전형적인 남성성이나 여성성에 귀속되지 않는 표현 방식을 갖는다”는 평가를 거스르는 존재다. 아이돌로서 박재범은 솔직함과 자유분방함, 정제되지 않음을 내세우는 개별성을 가진 존재로 케이팝 규범성을 위반했다.

하지만 그는 줄곧 헤게모니적 남성성에 충실했다. 이는 설화 사건 이후 한국에 복귀한 박재범이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친구에 대한 의리를 강조하는 진정성의 서사를 들고나온 것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박재범의 가사와 행보는 흑인 남성 주체의 피식민 상태에 대한 문제의식에서부터 출발한 힙합의 남성성과 통하는 지점에 있다. 이는 그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미국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성장했다는 점과 맞물린다.
--- p.122

디지털 참여의 형식과 육성형 팬덤의 등장은 한편으로는 팬덤의 권력 강화, 산업의 일방적 전횡이 아닌 팬덤의 참여를 요구하는 다양한 변화들로 이어졌다. 분명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리고 이미 결정된 능력주의의 규칙에 대한 팬덤의 호응으로 팬덤을 비난할 수 없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하지만 능력주의를 구현하는 팬덤이 스타에게 내면의 욕구를 무시하고 유예할 것을 요구할 자격이 있음을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팬덤 담론은 재구성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팬덤은 말 그대로 산업에만 유리할 뿐인 희생을 하고 있다. 감정적 즐거움과 연대의 즐거움으로 설명되곤 하지만, 팬덤의 무임 노동은 현재 한국 상황에서 과도한 면이 있다. 우리 사회의 경쟁 규범을 재편성할 책무를 팬덤에게만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같은 것’을 바라기 위해 요구되는 집단적 도덕주의의 규범에서 무엇이 문제이고, 아이돌과 산업의 구조에서 무엇이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어떤 담론 변화가 가능할지를 살피는 것은 가능하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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