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서문
장기 예측을 하자면 글로벌 트렌드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 필요하고, 그 결과 구체적인 평가와 정책 제안이 가능해진다. 러시아가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고, 글로벌 트렌드 및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국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방법이 합리적일 것이다.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산하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IMEMO) 소속 학자들이 그동안 축적해온 경험과 독창적 예측 방법에 의거하여 우리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장기 트렌드의 질적 특징들을 밝힐 수 있게 되었다. 이와 유사한 포괄적 장기 예측은 UN과 기타 국제기구, 그리고 미국, EU, 중국 등에서 특히 주목 받고 있다. 널리 알려진 이런 범주의 연구로는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아틀란틱 카운슬(Atlantic Council) 등이 내놓은 2010년부터 2025년 사이의 글로벌 트렌드 전망을 들 수 있다. 20여 년의 과도기(1992-2010년)를 겪은 오늘의 러시아는 세계 주요 국가들이 내놓는 미래 예측을 그대로 참고의 틀로 사용하기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의 정치 및 전문가 엘리트들이 그 사이 경험한 성숙한 변화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2008-2009년에 발생한 글로벌 경제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이 두 번째 요인은 글로벌 차원의 행위자들에게 경제, 재정, 안보, 기술, 그리고 기후 변화 등의 영역에서 “새로운 규범” 탐색의 필요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바야흐로 러시아는 정치, 군사, 경제, 사회 영역에서 세계적 상황변화에 적절히 참여하고 적응해야하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세계화의 큰 흐름을 거스르면서 한 국가의 성공적 변화가 불가능한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이번에 발간하는 『글로벌 전망 2030 -러시아의 전략적 시각-』은 IMEMO 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장기 전망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서 추진된 것이다. 금번 장기 전망이 2001년 의『새 천년의 경계에 서있는 세계』 그리고 2007년의 『세계경제 전망 2020』과의 비교에서 갖는 차별성은, 경제 전망에 대한 포괄적 비전 제시와 함께 국제사회의 트렌드에 대한 이념적, 사회적, 국제정치적, 안보적 차원에서의 평가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제 간 연구의 산물인 『글로벌 전망 2030 -러시아의 전략적 시각-』은 다양한 글로벌 이슈, 지역, 그리고 개별 국가를 꾸준히 연구해온 대규모 전문가 그룹이 마련한 미래 비전에 기초하고 있다. 그리고 통계 자료로는, GDP 예측, 노동생산성, R&D 투자, IMEMO 자체의 독창적 방법으로 산출된 지표 등이 활용되었다. 상이한 성격의 변화들(이를테면, 경제, 재정, 인구변화, 사회적 트렌드, 과학 발전과 기술변화, 이데올로기의 역할, 사회 심리적 경향과 문화 과정 등) 사이의 긴밀한 연관 관계들에 대한 진지한 탐구한 결과, 우리는 향후 20년 동안 전개될 글로벌 차원의 질적 변화에 대한 조망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은 접근 방법은 세계 경제와 글로벌 정치 질서의 지속적, 혹은 변화 가능한 트렌드는 물론 국제 체제의 여러 주체, 구조, 제도, 그리고 주요행위자들에 대한 집중적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본 연구의 으뜸가는 과제는, 우리가 발견한 글로벌 경제 및 정치의 주요 트렌드들이 러시아와 세계에 어떤 위기와 도전들을 제기하고 있는지 밝히는 일이다. 『글로벌 전망 2030 -러시아의 전략적 시각-』이 한국어 번역판이 출간된다니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이 책을 통해 러시아 연구자들의 시작에서 본 세계의 미래, 한국의 미래 전망이 한국 국민과 학계 인사들 사이에 널리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이와 같은 책의 발간이 러시아와 한국 양국 사이의 협력 관계에도 적잖게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알렉산드르 딘킨
IMEMO 소장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