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부산에서 출생 35년간 직장생활과 기업경영 2020년 제3회 경남고성국제한글디카시공모전 대상 2021년 디카시집 [묵언] 현재는 간간히 창업초기기업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손녀에게 들려주는 '책 읽어주는 할아버지' 유튜브를 하고 있으며 산행과 도보여행을 즐겨해서 해파랑길을 걷고 있다
저에게는 산길을 걷는 것이 사람들 사이에 함께 있는 것 못지않게 편안하고 행복한 일입니다. 산길을 걷다보면 나무도 풀도, 돌도 바람도 말을 건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알아들었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눈여겨보고 귀담아듣습니다.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과 닮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보입니다. 작은 깨우침을 주기도 하고 마음에 평안을 얻기도 합니다. 디카시가 있어서 그런 순간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소략하게 남겨봅니다.
[묵언]을 책으로 엮으면서 조금씩 글이 다듬어졌으면 하는 기대를 가졌었는데 눈도 마음도 그다지 맑지 못해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뒷걸음질하는 것이 아닌지 염려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작은 디지털카메라를 늘 손에 들고 다니며 가끔 사진을 찍고 글을 적습니다. 바닷가 바위틈에서 바람과 파도를 맞으면서도 용케 한 살이 지켜내고 이제 생의 마감을 향해 말라가면서도 꼿꼿하게 서 있는 들풀을 보면서 그런 삶의 모습을 닮아야겠다는 바람을 가져보았습니다.
인연이 닿아 적어둔 디카시들을 버리기는 아쉽고 다시 책으로 엮을 엄두는 내지 못하다가 e-book이라는 형식의 혜택을 경험해보려 합니다. 가급적 다른 분들의 도움을 줄이고 스스로 편집을 해 볼 요량입니다. 서투른 솜씨가 그대로 드러나겠지만 끙끙거리는 동안 또 다른 재미가 쏠쏠할 거라 기대됩니다.
디카시를 적으면 가장 먼저 보내곤 했던 친구 조박에게 솔직한 느낌을 적어달라는 부탁을 했을 때 한참이나 손을 내젓다 기어이 발문을 적어주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시 백 편을 가슴에 담고 언제 어디서나 가장 어울리는 시를 잔잔하게 읊조리는 조박이라 어떤 평을 할지 기대와 두려움을 가졌습니다. 한 편 한 편 긴 호흡으로 읽고 나도 모르고 있던 내 안에 잠자는 의식을 찾아 내준 친구의 깊은 우정에 무한한 감사를 전합니다.
글을 쓸 용기를 북돋아 주는 가족들, 친구들, 인연 있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건강하게 살아가는 아들, 며느리에게 실속 없이 휘적거리며 걸어가는 아비의 발걸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