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파이를 키워가는 경제학을 위하여!
이 책에는 ‘알짜배기 펀드 고르기’ ‘부동산 투자로 큰 집 옮겨 가기’ 같은 재테크 요령은 담겨 있지 않습니다. 주식으로 부자 아빠가 되는 법도 없습니다.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돈을 번다는 것은 높은 수익을 낸다는 것입니다. 나눠 먹을 파이가 일정한 주식 시장에서 주식 시장 전체 의 규모가 계속 커지지 않는 한, 내가 수익을 내려면 누군가가 그만큼 손실을 봐야 합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재테크가 사실은 제로섬 게임으로 이뤄집니다. 누군가의 재테크가 누군가의 빚테크가 돼 돌아가는 것입니다.
재테크는 누가 파이를 먼저, 또는 요령 있게 먹어치울 것이냐를 따집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파이를 어떻게 키울 것이냐 고민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경제적 마인드,와 직관력입니다.
이 책이 여러분에게 파이를 빼앗아 먹는 법보다 파이를 키우는 법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진정 남의 빵을 뺏지 않고도 부자가 되는 길일 테니까요. --- 프롤로그 중에서
골치아픈 경제가 한방에 이해되는 속시원한 해설!
최고의 몸값을 받고 있는 인기 개그맨 유재석이 훌쩍 여행을 떠났습니다. 프로그램을 대신 진행할 MC가 필요합니다. 누가 떠오르세요? 박명수? 그렇다면 박명수는 유재석의 대체재입니다. 반면 유재석이 진행할 때 박명수가 옆에 있어야 시청률이 올라간다면 박명수는 유재석의 보완재입니다. 유재석의 몸값이 떨어지는데 박명수를 찾는 손길이 뜸해진다면 박명수는 유재석의 대체재입니다. 반대로 유재석의 몸값이 떨어지는데 박명수를 찾는 손길은 늘어난다면 박명수는 유재석의 보완재가 되는 것입니다.
시장참여자의 몸값을 결정하는 것도 결국은 대체재와 보완재의 문제입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역할을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다면, 자신을 찾는 절실한 수요의 손길을 찾기 어렵습니다. 앞서 재화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혁신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배웠습니다. 혁신적이라는 것은 남과 다르다는 것을, 남과 다르다는 것은 대체재가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대체재가 많지 않은 경쟁력 있는 시장참여자가 되려면 곧 혁신적 시고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에르메스의 스카프처럼 화려하지도, 나이키의 러닝화처럼 대중적 인지도도 없다면 이제 남과 다른 생각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남과 다른 생각에 익숙해질 무렵, 대체재는 줄어들고 당신의 가격탄력성은 무섭게 낮아질 것입니다.
--- 1장 「07 박명수는 유재석의 보완재일까, 대체재일까」 중에서
그는 왜 위험을 무릅쓰고 그토록 비싼 사채를 빌렸을까요? 은행이 더 이상 그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국민 20명 중 1명이 오늘도 불법 사채를 이용합니다.
한국인 이지호 감독이 만든 영화 「내가 숨쉬는 공기」에서 사설 경마장을 운영하는 앤디 가르시아는 사채 이자를 내지 않는 채무자의 손가락을 자릅니다. 이자 대신 채무자들의 손가락을 받는다는 이유로 그의 별명은 ‘핑거스’입니다. 모든 자본의 지불에는 이처럼 이자라는 대가가 붙습니다.
이자는 간혹 혹독한 대가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서 주인공 안토니오가 고리대금업자에게 빚을 제때 못 갚으면 주기로 한 이자는 ‘자신의 가슴살 1파운드’였습니다.
정부는 법으로 대부업의 이자율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경기가 악화되면서 샤일록처럼 사람 살도 뜯어 갈 듯한 불법 대부업체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비싼 대가를 치를 줄 알면서도 돈을 빌리는 이유는 등록된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이렇게 신용이 낮은 소비자에게 불법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주는 이유는 역시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이자는 빌려 간 돈의 크기와 돈을 빌려준 기간 그리고 돈을 떼일 위험에 비례합니다. 2장 「09 그녀는 신용불량자?」 중에서
환율에서 금리와 수출 물가에 이르기까지 선장의 지휘력이 의심받으면서 배가 자꾸 폭풍 쪽으로 향한다는 시장의 의심이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말로 시장의 신뢰를 잃는다는,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보다 무섭다는 ‘오럴 해저드(oral hazard)’에 빠진 것이죠.
정부는 부실 건설사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금융 지원을 추진 중입니다. 2008년 11월 10조 원 규모의 채권 시장 안정 펀드가 만들어졌습니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10년 전인 외환 위기 직후 재경부 차관에서 물러난 뒤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을 억지로 살리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그가 장관이 된 뒤, 투기를 부추겼다는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는 건설사들을 억지로 살리려 합니다.
시장은 일관성을 원합니다. 예측 가능한 정책의 부재는 시장에 혼란을, 정책에 대한 불신을 가져옵니다. ‘시장은 혼란을 가중시키는 정책 당국자에 대해 늘 반란을 꿈꾼다’는 말이 있습니다. 2008년 11월, 시중은행들이 대통령의 호통에도 불구하고 곳간을 풀지 않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겠지요.
어떤 결론이든 빨리 방향을 세우고 서둘러야겠습니다. 병이 나으려면 좋은 의사와 치료법 그리고 환자의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3가지를 갖추고도 진단과 처방이 늦으면 환자는 죽고 맙니다.
--- 3장 「16 되살아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망령」 중에서
레이건 정부 시절에도 부자들의 소득이 높아지면 결국 소비 증가로 이어져 서민들에게까지 이득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구멍난 양동이에 계속 물을 부으면 물이 새어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는 데 비유하여, 트리클 다운(trickle down) 현상이라고 합니다. 부자들에게서 넘친 부가 서민과 중산층까지 고루 이어진다는 이론입니다.
레이거노믹스는 이처럼 공급 경제학을 배경으로 합니다. 세금을 줄여 시중 유동성을 풍부하게 한 뒤 소비를 늘려 기업의 공급을 늘린다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시장 친화적 경제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양동이에서 흘러나온 물이 대지를 얼마나 적시는지를 놓고 여전히 논란이 많습니다.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레이거노믹스 이후 미국 중산층의 입지가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평가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소득 상위 20%에 속하는 5분위 계층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731만 원(2008년 5월, 통계청)이지만, 하위 20% 1분위는 87만 원에 불과합니다. 양동이에서 흘러나온 물이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만큼은 대지를 고루 적시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 3장 「18 사다리 걷어차기」 중에서
개인들은 이렇게 눈이 어지럽게 돌아가는, 늘 물 반, 고기 반인 주식 시장에서 물고기 역할을 해왔습니다. 증시가 내리막길을 걸을 때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는 훨씬 더 커집니다. 이렇게 개인 투자자가 백전백패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다음 3가지를 꼽습니다.
1. 부지런히 사고판다! 개인 투자자는 한두 종목을 몰아서 산 뒤 곧바로 팝니다. 종목 선정 기준은 과학적인 투자와는 거리가 먼 아는 친구의 귀띔. 영업 이익이나 주가수익률(PER, Price Earnings Ratio)조차 확인하지 않고 투자합니다.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얼마나 자주 사고팔까요? 지난 2005년 한 해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 거래 비용(거래 수수료+증권 거래세)으로만 6조 2,800억 원을 썼습니다. 같은 기간에 전체 개인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주식의 보유 금액이 128조 원이니까, 전체 주식 투자 비용의 4.9%를 사고파는 비용에 날린 셈입니다.
2. 헐값 주식만 산다. 개인 투자자들은 늘 주가가 낮은 종목만 골라서 삽니다. 지난 2006년 5,000원 미만 주식의 거래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4%입니다. 기관 투자자나 외국인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저가주를 개인 투자자들은 부지런히 사고팝니다. 2006년 개인 투자자들의 평균수익률은 마이너스 11.47%. 특히 개인은 특정 종목 한두 곳에만 투자합니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은 늘 전문가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입니다.
3. 기관과 외국인이 다 빠져나간 뒤 들어간다. 개별 주식이 오르고 종합주가지수가 오르고 언론에 온통 화제가 된 뒤에 마침내 개인은 증시에 뛰어듭니다. 그래서 현대증권 신반포 지점에 아줌마들이 가득 차면 투자를 멈추라는 증시 격언이 생겨날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미 큰손들이 손을 털기 시작한 증시에서 개인들을 기다리는 것은 급락 장세뿐입니다. 반대로 현명한 투자자는 좋은 투자 기업을 오랫동안 지켜본 뒤 투자자들의 관심이 식고 주가가 떨어졌을 때 주식을 매입합니다.
--- 4장 「20 개미들만의 엘리베이터 투자법」 중에서
2007년 세계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벌어들인 모델은 지젤 번천으로, 지난 1년간 무려 3,5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습니다. 미국인들보다 늘씬하고 돈도 잘 버는 이 브라질 처녀가 2007년 말 ‘프록터 앤드 갬블(P&G)’과 모델 계약을 맺으면서 달러 대신 유로화로 받겠다고 하자, 미국인들의 자존심은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유명한 랩가수 제이 지(Jay-Z)는 뮤직 비디오에서 멋진 컨버터블을 타고 늘씬한 미인들을 유혹하며 래퍼가 돈다발을 흔들어댑니다. 제이 지는 당초 100달러짜리 돈다발을 흔들려다 500유로짜리 돈다발로 바꿔 촬영을 끝냈습니다. 100달러짜리는 진짜 부자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두 유명인의 해프닝에서 시들어가는 달러의 위상이 엿보입니다.
지금의 일시적인 달러화 강세가 지나면 다시 추락할 것이라는 데 많은 경제학자들이 뜻을 모으고 있습니다. 모든 재화는 공급이 넘치면 값어치가 추락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 정부가 금융 위기 타개를 위해 헬기에서 뿌리듯 달러를 시장에 무한정 공급하면서, 달러화의 가치 하락은 시간 문제로 보입니다.
오늘 우리 외환 시장에서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졌다면(달러화의 평가절하) 오늘 하루 달러화를 팔겠다는 주문이 달러화를 사겠다는 주문보다 많았다는 뜻입니다. 간단하죠?
5장 「25 지젤 번천은 왜 달러를 거부했을까」 중에서
대치동 한 아파트 정문에는 ‘강남에 사는 것이 죄란 말입니까?’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종부세를 내는 매년 12월이 되면 이 지역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종부세 폭탄’입니다. 이 ‘종부세 폭탄을 맞는 가구’는 2007년 기준으로 전국 48만 가구 정도로, 전체 가구의 2% 남짓입니다. 특히 종부세 납부액이 1천만 원이 넘으려면 보통 20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소유해야 합니다. 이는 종부세가 국민 100명 중 한두 명의 걱정거리일 뿐이라는 뜻입니다.
선진국들도 부동산에 대해 일정한 보유세를 부과합니다.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100만 달러 주택의 경우, 주택 구입 시 5,000달러(0.5%) 정도의 등기 이전비와 매년 1만 달러(1%)의 보유세가 부과됩니다. 캐나다나 영국도 매년 1% 정도의 부동산 보유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는 2009년, 비로소 부동산 실효 세율(내가 소유한 부동산 가격 대비 해마다 내는 세금의 비율)이 1%가 됐습니다. 종부세가 도입된 2005년에는 0.2%에 불과했습니다.
우리처럼 소득세에 대한 과세가 공평하지 않고 급여 생활자의 유리지갑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종부세가 시장 참여자의 경제적 능력에 비례해 과세함으로써 흔들리는 조세 부담의 공평성에 크게 기여한 게 사실입니다.
따라서 우리만 지나치게 비싼 보유세를 매긴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특히 고가 부동산의 소유가 일부 계층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고 국민의 10%가 전체 토지의 50% 이상을 소유한 상태에서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 강화는 불가피한 현실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대신 보유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손쉽게 집을 팔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 6장 「부동산에 대한 우리의 5가지 오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