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언니를 봤을 때 가장 놀라웠던 것은 얼굴에 남아 있는 웃음기였다. 창백한 입술 끝이 아주 약간 올라가 있었고, 듬성듬성한 눈썹을 누군가 검정색 연필로 칠해 메워 놓았다. 얼굴의 위쪽 절반은 (누구든 칼로 찌를 준비가 된 것처럼) 화가 나 보이지만 아래쪽 절반은 만족스러워 보일 지경이다. 내가 알던 올가가 아니다. 올가는 아기 새처럼 유순하고 연약하다.
--- p.9
너무 촌스러웠다, 평소의 올가 그 자체다. 그 옷을 입으면 네 살이나 여든 살로 보이는데, 둘 중 어느 쪽인지는 절대 알 수 없었다. 머리 모양은 옷만큼이나 별로다. 빽빽하고 꼬불꼬불한 컬을 보니 돈 많은 여자가 키우는 푸들이 떠오른다. 이런 모습으로 만들다니 너무 잔인하다.
--- p.9
“온종일 요리하고 청소하는 순종적인 멕시코 아내가 되느니 차라리 노숙자로 살고 말지.“
--- p.22
아마는 항상 백인들에게 사과를 하는데, 나는 그게 창피하다. 그러고 나면 창피하게 생각한 것이 창피해진다. --- p.16
나는 삶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원한다. 양손으로 삶을 꽉 붙잡고서 쥐어짜고 비틀어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 내고 싶다. 아무리 해도 부족할 거다.
--- p.29
잘 알지도 못하는 친척들의 뺨에 일일이 입맞춤을 하지 않으면 아마는 말크리아다, 버릇없는 딸이라고 한다. “구에 로스 말 에두카도스(못 배운 백인들gu?eros mal educados)처럼 되고 싶니?” 아마는 항상 이렇게 묻는다. 굳이 묻는다면 맞다, 나는 진짜 무례한 백인이 되고 싶다.
--- p.92
“죽었어.”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세상을 떠났다’고 말하기를 거부한다. 왜 사람들은 하고 싶은 말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을까?
--- p.113
왜 다들 나보고 뭐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나? 정상이 아니라서 미안하다고? 이렇게 못된 딸이라서 미안하다고? 내 삶을 싫어해서 미안하다고?
--- p.136
“내가 없어지고 나면 후회할 거다, 두고 봐라.” 엄마는 항상 언젠가 자기가 죽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또 한다. 엄마들은 다 그런가? 예전에는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안 좋았지만 이제는 짜증만 난다.
--- p.143
표지를 보고 책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뻔한 말은 싫어한다, 표지는 내용에 대해서 너무나 많은 것을 알려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위대한 개츠비』를 생각해 보자. 저 멀리 보이는 도시의 불빛 위에 그려진 여자의 우울한 얼굴은 그 시대의 차분한 불행을 완벽하게 보여준다. 표지는 중요하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람들의 말은 순 헛소리다. 그러니까 내 말은, 내가 밴드 티셔츠를 입는 데는 이유가 있다. 로레나가 레오파드 무늬의 스판덱스를 입는 데도 이유가 있다.
--- p.192
저는 멀리 가고 싶어요, 대학에 가고 싶어요. 시카고에서 살기 싫어요. 여기서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요. 저는 부모님이 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엄마를 사랑하지만, 엄마 때문에 미칠 것 같아요. 언니 때문에 속상한 건 알지만, 정말 숨이 막혀요. 저는 올가와 전혀 다르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내가 뭘 어떻게 해도 그걸 바꿀 순 없어요.
--- p.242
수많은 회사에서 온 스팸 메일이 수백 통은 쌓여 있다. 스팸봇은 사람이 죽어도 모르겠지. 죽은 사람한테 광고를 하다니, 너무 무례하다. ‘전 품목 50% 할인!! 신발 원 플러스 원 판매!!! 완벽한 비키니 몸매를 위한 비타민.’
--- p.265
“저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내가 티오 추초에게 말한다.
“작가? 뭐하러? 작가는 돈 못 벌어, 알지? 평생 가난하게 살고 싶은 거냐?”
--- p.271
나는 눈물을 흘린다. 코너 때문만이 아니라 모든 것 때문이다. 내 삶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는데, 내가 원하는 것이지만 너무 무섭다.
--- p.364
어떤 면에서는 (아마가 이해를 하든 못 하든) 아마와 아파, 올가를 위해서 사는 것도 내가 이루려는 것의 일부가 아닐까 싶다. 엄밀히 말해서 내가 세 사람을 위해 사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세 사람이 갖지 못했던 수많은 선택의 기회가 있고, 나에게 주어진 것으로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든다. 내가 지루하고 평범한 삶에 안주한다면 세 사람이 걸어온 길을 낭비하는 셈이다. 언젠가 세 사람도 이 사실을 깨달을지 모른다.
--- p.3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