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를 마시는 방법은 술자리에서 구전으로만 전해집니다. 면대면 교육이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정보화 시대를 지나 4차 산업혁명 시대까지 온 이 시점에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관성도 떨어집니다.
이런 이유로 소주를 마시는 방법에 대해서 진지하게 다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주에 관한 기초적인 상식과 더불어 한국인들이 소주를 마시는 모습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야겠다는 사명감이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이 글과 그림이 시작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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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외국인들이 이 책을 통해 한국의 소주도 와인이나 양주와 같이 마시는 절차와 방법이 있고 예의를 갖춰 마셔야 하는 술이라는 것을 인식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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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소주’라고 하면 13세기 고려시대부터 내려온 전통방식의 소주(燒酒)를 말했다. 소(燒)는 ‘불태운다’는 뜻이고 주(酒)는 ‘술’이라는 뜻이다. 누룩으로 빚은 막걸리에서 맑은 부분만 정제한 청주를 불로 끓이면 생기는 증류를 냉각시켜 모은 것이다. ‘단식 증류기’로 한두 번만 증류해 원료의 풍미를 살려 고유의 맛을 낸다.
또 다른 소주가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녹색 병에 담긴 희석식 소주(燒酎)다. 앞 글자는 같지만 뒤의 주(酎)자가 ‘불에 태워 세 번 빚은 술’이라는 뜻이다. 쌀, 보리, 고구마, 타피오카와 같은 곡물을 발효해 200번 넘게 증류하는 ‘연속 증류기’로 불순물을 모두 제거해 만든 95도의 주정에 물과 첨가물을 희석한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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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의 적정 온도는 10도 이하다. 하지만 좀 더 시원하게 마시고 싶다면 슬러시 소주를 만들어 마실 수 있다. 슬러시 소주는 소주가 꽁꽁 얼기 직전 작은 살얼음 입자가 슬러시처럼 덩어리진 소주를 말한다. 너무 차가워 알코올 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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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광고 모델을 보면 당대 가장 인기 있는 연예인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다. 소주 도수가 30도 이상이던 시기에는 남성들이 광고 모델을 했다. 지금은 원로배우가 된 노주현, 백일섭, 권해효 등이었다. 광고 메시지는 주로 ‘열심히 일한 뒤 마시는 술’이었다. 그러다가 90년대 후반 23도짜리 순한 소주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순한 소주 전쟁이 시작됐다. 술이 순해지면서 소주업계는 모델도 남성이 아닌 젊고 아름다운 여성 연예인들을 모델로 삼았다. ‘참이슬’의 경우 1대 모델 이영애를 시작으로 김태희, 아이유, 아이린 등을 내세웠고, ‘처음처럼’은 이효리, 유이, 수지, 제니 등을 모델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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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소주를 따라주면 호의를 생각해 바로 테이블 위에 놓지 말고 조금 마시거나 마시는 시늉을 한 후 테이블에 놓는다. 술을 마시는 상대나 분위기에 따라 고개를 돌려 마시거나 함께 마시는 등 다양하게 술을 마시는 방법이 있다. 자신의 주량에 맞게 술을 마시면 된다. 상대방이 원샷을 한다고 꼭 따라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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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샷은 서로 안고 술을 마시는 방법, 뒤로 안고 마시는 백허그샷 등 응용버전이 있다. 두 명 이상이 동시에 러브샷을 할 수도 있다. 자연스럽게 스킨십이 생기며 의리, 우정, 사랑 등의 신뢰를 표한다. 하지만, 과도한 러브샷은 불쾌감을 줄 수 있으므로 양자의 합의가 있는 상태에서만 진행해야 한다. 합의되지 않은 러브샷은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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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와 다른 종류의 음료 등을 섞어 만드는 술을 소주 칵테일, 믹스주, 폭탄주 등으로 부른다. 술을 섞어 마시는 풍습은 조선 영정조시대 기록에도 나와 있어 ‘혼돈주(混沌酒)’라고 불렀다. 1837년 술 담그는 비법을 담은 책인 양주방에는 혼돈주 제조비법에 대해서 ‘막걸리 한 사발에 소주 한 사발을 부어 앙금이 가라앉은 뒤에 마신다’고 쓰여 있다. 당시의 소주는 알코올 도수가 30도가 넘고 막걸리도 10도 이상이어서 굉장히 독한 술이었다. 그래서 위험한 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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