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엄청난 집 안을 처음으로 본 것은 나였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그 바보 도마뱀 한 마리로 인해, 이런 심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거지?
작은 책장이나 종이 박스에 다 못 넣고 쌓아 둔 아빠의 책, 엄마 화장대 위의 병, 그리고 최후의 일격은 옷이었다.
엄마는 외출하면서 무엇을 입고 나갈지 망설이며 이것저것 걸쳐 본 뒤 옷장에 넣어 두지 않고 침대 위에 놓고 나간 모양이다. 저 쫙쫙 찢겨 있는 모노톤 원피스는 ‘디오르’라던가? 깃이 뜯겨져 나간 베이지 색 수트는 ‘지방시’라고 했던가? 그 반대였나?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호랑이 얼굴의 스웨터는 세일가로 4만 엔이 싼지 비싼지를 놓고 아빠와 대판 싸움을 했던 물건이구나.
어떻게 하지?
야다몽을 찾을 기운 같은 것은 없었다.
어디 창문이 열려서 밖으로 나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얼마나 좋을까.
엄마는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
엄마는 딸을 죽이겠다고는 하지 않았다. 그놈의 도마뱀을 죽이겠다며 한 손에 식칼을 들고 집안을 뛰어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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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와, 야댜몽!”
나는 양팔을 이구아나 야다몽이 있는 쪽으로 뻗었다.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야다몽은 올까. 야다몽은 나를 좋아할까. 조금이라도, 나를, 좋아할까.
“이리 와!”
쓰토무도 이구아나를 향해 팔을 내밀었다.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듯한 하얀 얼굴은, 자신만만하고 의기양양해 있었다.
이구아나는 쓰토무를 보았다.
쓰토무 쪽으로 갈 것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나는 나쁜 아이이고 그다지 착하지 않았다. 언제나 싫다 싫어, 하면서 귀찮아 했다. 언제나 너무 방해만 된다고 생각했었다. 목욕탕에 담가 놓고 놀았다. 추운 한밤중에 자루에 담아 버리러 갔었다.
쓰토무는 정말로 얼간이지만, 나보다 확실하게 이구아나를 돌보아 주었을 것이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쓰토무를 따라가는 이구아나를 보고 싶지 않았다. 이 또한 질투일까. 질투라면, 나는 야다몽을 많이 좋아하는 것일까.
눈을 뜨자, 야다몽의 새카맣고 맑고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가 보였다. 귀엽지만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눈동자. 처음에는 바보라고 생각했다. 아무 생각도 없을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다만, 인간이 생각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뿐. 이구아나에게는 이구아나의 사고방식이 있고, 그것을 인간이 알 수는 없는 것이었다.
괜찮아...하고 나는 생각했다. 괜찮아, 야다몽. 네 마음에 드는 팔로 올라가. 마음에 드는 나뭇가지에 오르듯이 말야. 색이랑 굵기랑, 발톱에 걸리는 느낌이 좋은 가지를 고르는 것처럼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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