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교복 코트를 입고 어린애 신발처럼 굽이 낮고 못생긴 교복 구두를 신었다. 그 탓에 로버트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어려 보였다. 키는 그리 큰 편이 아니었고 예쁜 얼굴은 분명 아니었다. 그런데도, 뭐라고 하면 좋을까, 마음을 끄는 면이 있었다. 눈은 짙은 파란색에, 미간이 넓고, 흔히 하트 모양이라 불리는 얼굴형이었다. 머리는 회갈색이기는 해도 이마 선을 따라 예쁘게 났다. 광대뼈 밑이 가히 예술적으로 살짝 팬 것이 얼굴에 매력을 부여하고 연민을 자아냈다. 아랫입술은 통통한데 입은 너무 작았다. 귀 또한 너무 작을뿐더러 머리에 너무 바싹 붙었다.
어쨌든 평범한 소녀였다. 이열 종대로 쭉 세워놓으면 눈에 띌 아이도, 선정적인 사건의 주인공이 될 타입도 못 된다. 옷을 다르게 입으면 어떻게 보일까.
소녀의 시선은 먼저 노부인 쪽을 향하더니 이어서 매리언에게 옮겨갔다. 그 시선에는 놀라움도, 승리감도 없었으려니와 심지어 관심조차 별로 없었다.
“네, 이 사람들 맞아요.”
소녀가 말했다.
“틀림없니?”
그랜트가 묻고는 덧붙였다.
“학생도 알다시피 이건 아주 중대한 죄목이거든.”
“틀림없어요. 어떻게 틀릴 수 있겠어요?”
“이 두 분이 학생을 감금하고, 옷을 빼앗고, 시트를 깁게 강요하고, 채찍으로 때린 여자들이 맞는다고?”
“거짓말도 참 잘하는 애군요.”
샤프 부인이 흡사 ‘참 비슷하게 생겼군요.’라고 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네, 이 사람들이에요.”---pp.40-41
그러나 그녀는 그의 말을 듣지 않는 듯했다. 그녀가 격렬하게 부르짖었다.
“오, 정말이지, 정말이지, 우리 편을 들어줄 작은 증거 하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나만이어도 되는데! 그런 짓을 하고도 그 애가, 그 계집애가 무사한 걸 보고만 있어야 하다니요. 우리가 아무리 사실이 아니라고 거듭 말해봤자, 사실이 아니란 걸 입증할 방법이 전혀 없잖아요. 우리는 그저 소극적으로, 설득력 없이 부인할 뿐이에요. 그 애의 거짓말을 뒷받침하는 것들은 이렇게 많은데, 우리가 사실을 말하고 있다는 걸 입증해 줄 일은 아무것도 안 일어나는군요. 아무것도!”
“매리언, 앉아라. 성질부린다고 상황이 나아지진 않는다.”
그녀의 어머니가 말했다.
“그 계집애를 죽이고 싶어요. 죽여 버리고 싶어. 일 년 동안 하루에 두 번씩 그 계집애를 고문하곤 새해 첫날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그 애가 우리한테 한 짓을 생각하면 난…….”
“그런 생각은 하지 말아요. 대신 공개 법정에서 그 애의 거짓말이 발각됐을 때를 생각해요. 인간 본성에 대해 내가 아는 게 조금이라도 있다면, 누구한테 두들겨 맞은 것보다 그게 그 애한테 더 큰 상처를 줄 테니까요.”
로버트가 말을 가로막았다.
“아직도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믿는단 말이에요?”
매리언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p.260-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