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살아 있다. 절망의 공장을 희망의 공장으로 만들기 위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절한 눈물과 환희의 순간들이 살아 꿈틀대고 있다. 이 꿈틀거림은 현재진행형이다. 사람은 한번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다시 태어난다고 이 책은 증거한다. 이 책은 그런 새로운 시대와 사람들의 탄생과 관련된 비화이다.
송경동 (시인)
박점규의 이 르포는 2010년 겨울 뜨겁게 타올랐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위한 25일간의 숨가쁜 투쟁기다. 투쟁의 준비와 기획에서부터 공장 진입과 점거, 계속되는 사측의 공격과 폭력, 거기에 단전과 단수, 짙은 어둠 속의 공포, 고립감과 싸워온 이야기다. 이 르포처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파업 투쟁 참가자들과 고락을 같이하면서 기록한 기록물은 드물다. 아니 한동안 이런 기록을 얻기는 힘들 것이다.
박래군 (임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서른 살 젊은이는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내야 했다. 따뜻한 마음, 활달한 성격에 잘 생긴 외모까지 멋진 청춘들이었지만, 신분의 벽은 높았다.
“어디 다니세요?”라는 물음에 “자동차 다녀요.”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그 다음 질문이 “직영이세요?”였기 때문이었다. 자동차 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들고, 세계적인 명품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는 젊은이들은 고개를 숙이고 살아야 했다.
트럭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조끼에는 사내하청업체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포터의 왼쪽 전조등은 정규직 노동자가, 오른쪽은 비정규직이 끼우고 있었다. 어느 공장에서나 이런 식이다. 왼쪽 바퀴는 정규직이, 오른쪽 바퀴는 비정규직이 끼운다.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거나 더 힘든 일을 하는데 정규직 월급의 절반밖에 받지 못한다. 정규직은 병원비도 지원받고, 자녀의 대학 등록금까지 주지만, 비정규직은 땡전 한 푼 없다. 자신이 만든 차를 살 때 정규직은 근속연수에 따라 2천만 원까지 할인 받지만 비정규직은 단 돈 만원도 깎아주지 않는다.
2공장에서 아반떼를 만드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열 받아서 기아차를 샀다고 했다가 어차피 정몽구 집구석의 차가 아니냐는 동료들의 놀림을 받았다.
500명이 내려갔지만 화장실 줄은 줄어들지 않았다. 따뜻한 물 한 잔을 먹기 위해서도 줄을 서야 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얼굴은 환했다. 천대받던 노동자들이, 멸시받던 비정규직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공장을 멈춰 세웠고, 회사와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모두들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지시하는 사람도, 명령하는 사람도 없었지만 모두들 바쁘게 움직였다. 공장별로, 부서별로 모여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회사와 경찰이 들어올 곳에 대한 대비책을 얘기했고, 필요한 물품을 마련했다. 부서별로 조장을 뽑고, 생활수칙과 규율을 정했다. 불침번과 청소당번, 배식당번이 정해졌다.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