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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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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수업

: 사계절 나뭇잎 투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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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10g | 133*200*20mm
ISBN13 9788960907263
ISBN10 896090726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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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상태에서 낙엽은 나무에게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뿌리 곁에 소복이 쌓인 낙엽은 서서히 썩어갑니다. 잘 썩은 나뭇잎보다 좋은 거름은 없습니다. 죽어서도 다음 생명의 자양분이 되는 겁니다. 알고 보면 자연은 사람 못지않게 치밀한 계산으로 제 생명을 이어갑니다. 심지어 어느 하나도 허투루 낭비하는 게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자연은 끊임없이 돌고 도는 순환의 고리로 이어진다는 걸 낙엽은 보여주는 겁니다.
--- p.79

여름 시작할 즈음 가지 끝에서 고깔 모양을 이루며 피어나는 하얀색 꽃차례도 좋고, 한겨울에 빨갛게 맺히는 열매도 아름다운 게 분명하지만, 남천의 진짜 아름다움은 잎에 있습니다. 상록성 나무인 남천의 잎은 조금 두껍습니다. 물론 동백나무, 사철나무, 호랑가시나무에 비하면 여려 보입니다. 게다가 겹잎으로 나는 잎은 여느 상록성 나무에 비해 작은 편입니다. 하나의 잎자루 양쪽에 새의 깃털 모양으로 차례차례 작은 잎(소엽)이 돋아나는 ‘깃꼴 모양 겹잎’인데, 작은 잎 사이가 성글어서 더 여려 보입니다. 그 작은 잎 하나하나가 참 예쁩니다. 잎자루 없이 돋아나는 작은 잎의 아래쪽은 둥글고 위로 오르면 서 날카롭다고 해도 될 만큼 뾰족합니다. 잎 가운데 작은 건 길이가 고작 3센티미터밖에 안 되고, 길어봐야 10센티미터 정도입니다. 이 작은 잎들이 성글게 돋아난 깃꼴겹잎은 볼수록 예쁩니다.
--- p.82~83

잎맥은 동물로 치면 혈관이라고 봐도 틀릴 것이 없습니다. 생명의 근원인 셈입니다. 또 앞에서 잎맥을 지문에 비유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실제로 잎맥은 한 그루의 나무에서도 같은 게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가 제가끔 다른 모양의 잎맥을 가집니다. 가끔은 햇살이 환 하게 비치는 나무 그늘에 들어서서 햇살 아래 선명하게 비치는 잎맥의 모양이 만들어내는 만화경을 즐겨보는 것도 아주 즐거운 식물 관찰 방법의 하나입니다.
--- p.125

루스쿠스는 평범해 보이는 잎의 한가운데 똑같이 생긴 또 하나의 작은 잎이 반대 방향으로 돋아나 있습니다. 잎 위에 또 하나의 잎. 여느 식물의 잎에 서는 볼 수 없는 현상입니다. 그것만으로도 특별하달 수 있는데, 꽃 피어날 때는 더 놀랍습니다. 루스쿠스의 꽃은 잎에서 솟아난 또 하나의 작은 잎 아래쪽에 숨어서 피어납니다. 위에서 바라본다면 절대로 눈에 안 띄는 자리입니다. 잎 위의 잎을 우산처럼 뒤집어쓰고 아주 자잘하게 피어나기 때문에 위에서는 보이지 않거든요. 대개의 꽃은 가지 끝에서 피어나거나 잎겨드랑이 부분에 살포시 숨어서 피어나지요. 그러나 루스쿠스 종류는 잎 한가운데 또 한 장의 잎을 거꾸로 돋워내면서 그 사이에 꽃을 피웁니다. 이런 형태로 피어나는 꽃은 루스쿠스를 제외한 다른 어떤 식물에서도 볼 수 없습니다.
--- p.149

어떤 방식이든 나뭇잎이 나는 데는 나름의 원칙과 기준이 있습니다. 가장 큰 원칙은 무엇보다 잎사귀들 사이에서 햇살 다툼을 벌이지 않도록 적당히 양보한다는 것이지요. 조금씩 자리를 양보하면서 햇살을 나눠 쬡니다. 모든 식물에서 새로 나는 잎은 먼저 나온 잎이 한창 빛을 모아 양분을 만들어내는 일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잎 돋아나는 모양을 꼼꼼히 관찰하면 금세 알게 되는 식물의 지혜, 아니 생명의 지혜입니다.
--- p.152

꽃이라고 했지만, 산딸나무에서 꽃잎처럼 보이는 부분은 꽃이 아닙니다. 수국의 생존 전략과 다를 게 없습니다. 산딸나무의 진짜 꽃은 꽃잎처럼 보이는 하얀 부분 안쪽에 작은 구슬처럼 돋아난 부분입니다. 그 자리에 여러 송이의 한없이 작은 꽃들이 촘촘히 피어 있습니다. 꽃이 워낙 작다 보니, 산딸나무도 수국과 마찬가지로 분장술을 발달시켰습니다. 이때 산딸나무가 이용한 조직은 잎이었지요. 잎을 꽃송이에 가까이 다가서게 한 뒤, 꽃잎처럼 화려하게 발달시킨 겁니다. 이 잎을 ‘포’라고 합니다.
--- p.215

진달래가 처음 자리 잡을 때 가장 많은 도움을 주는 건 곰팡이균이라고 합니다. 진달래와 함께 사는 곰팡이균은 진달래의 생존을 도울 뿐 아니라, 진달래가 뿌리 내린 땅을 비옥하게 일구는 역할을 합니다. 진달래와 함께 황폐한 숲에 이르게 찾아오는 생명으로 칡과 같은 덩굴식물이 있습니다. 칡 역시 다른 미생물과 공생하면서 이 숲에 다른 생명이 들어와 살 수 있도록 일궈나가는 데 앞장섭니다.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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