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가 처음 헛간 지붕 위에 나타난 건 7년 전 어느 날입니다. 황새는 버려져 있던 둥지를 자기네 보금자리로 만들었습니다.
아빠와 엄마는 너무나 행복해서 어쩔 줄 몰랐대요. 그리고 그 다음 해에 마이카가 태어났기 때문에 사람들은 황새가 마이카를 물어다 준 거라고 했대요.
황새가요? 황새가 도대체 어떻게 아이를 물어다 주겠어요? 긴 부리에 어떻게 아이를 실어오겠어요?
마이카는 금세 알게 되었습니다.
‘너는 네 엄마 배에서 나왔어.’
핍헨 크라우제가 말해 주었거든요.
하지만 마이카는 황새가 자기를 물어다 주었다고 생각하는 게 더 좋았습니다. --- pp.7-8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아빠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새끼 황새 한 마리한테 문제가 생긴 것 같아. 부리 두 개는 보이는데 어제부터 하나는 안 보여. 부리가 두개 밖에 안 보인단 말야. 뭔가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해.”
“병이 난 건지도 몰라요.”
마이카가 말했습니다.
아빠와 마이카는 계단을 올라 지붕 아래 채광창으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이번엔 내려갈 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아빠가 옆에 있으니까요. 아빠는 채광창을 열어 둥지를 건너다보았습니다. 그 사이 새끼 황새들은 반쯤 자란 새가 되어 둥지 안이 꽉 찰 지경이었습니다. 아빠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 광경을 한참 말없이 바라보았습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 색깔이 있는 황새도 있나?”
‘무슨 말이지?’ 마이카는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금세 눈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두 마리 새끼 황새는 당연히 흰색 깃털인데, 세 번째 새끼만 깃털이 회갈색인 것입니다. --- pp.17-18
“저 회색 황새는 날질 못해. 나는 법을 배우지 않았고 절대 못 배울 거야. 부모도 이미 포기했을걸.”
“부모가 너무 일찍 포기하는 거 아니에요? 가르쳐주면 아주 빨리 배울 텐데.”
엄마가 말했습니다.
“그래도 저 새끼 황새를 둥지 안에 넣어 줄 거죠?”
“넣어 줘야지.”
아빠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내일 아침도 되기 전에 저 녀석은 이 아래로 다시 내려와 있을 거야.”
“그렇더라도요.”
엄마가 말했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먹이를 주면 되죠, 뭐.”
마이카가 바로 이어 말했습니다. --- pp.31-32
엄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 번 더 둥지 안에 넣어 줘 봐요.”
하지만 아빠는 어깨를 으쓱했습니다.
“그래봐야 아무 소용없을 것 같은데. 저 녀석은 어제처럼 자기 발로 내려온 거야. 다시 둥지 위로 올라갈 수 없어. 아니면 전혀 올라가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몰라. 맞아. 저 녀석은 둥지로 올라가고 싶지 않은 거라고. 부모가 둥지 밖으로 쫓아냈으니까 말이야.”
“둥지 밖으로 쫓아냈다구요?”
마이카 눈이 똥그래졌습니다.
아빠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게 그렇게 이상할 것도 없다는 표정이었습니다.
마이카는 다짜고짜 물었습니다.
“도대체 왜요?”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으니까 그렇지. 예를 들면, 못 날잖아. 쟤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고.”
아빠가 말했습니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면 왜 안 되는데요?”
마이카가 물었습니다. --- pp.34-35
점심때쯤, 마이카와 엄마는 집안에 있었고, 콩요리가 냄비에서 끓고 있었습니다. 그때 날카로운 외침소리가 들려 마이카와 엄마는 집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그 소리는 헛간 지붕 위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그곳에 황새 가족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황새 부모와 흰색 새끼 황새들이 똘똘 뭉쳐 회색 황새에 맞서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회색 황새를 둥지 가장자리로 내몰았고 부리, 발톱, 날개를 총동원해 무자비하게 행동했습니다. 모두 힘을 합해 회색 황새를 공격했습니다.
녀석은 도망치는 걸로 겨우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회색 황새는 둥지 가장자리에서 떨어지자 날개를 활짝 펴고 정원 아래로 훨훨 날아갔습니다. 정확히 어제와 오늘 아침에 서 있던 정원의 그 자리로.
“저건 잘하네. 정말 잘해.”
마이카가 말했습니다.
“정말 그러네.”
엄마가 말했습니다.
“그런데 도망치는 일밖에 할 수 없다면 어쩌지.” --- pp.40-41
그런데 더욱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회색 황새가 마이카에게 다가온 것입니다. 머뭇거리며 한 발 한 발 떼어놓으면서 걸어오더니 마이카 앞에 바짝 붙어 섰습니다. 그러고는 머리를 옆으로 기울이고는 마이카의 윗도리를 쪼아대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엄마!”
마이카가 말했습니다.
엄마는 벌써부터 이 광경을 보고 있었습니다. 마이카는 회색 황새를 놀라게 하지 않으려고 거의 숨을 멈췄습니다. 그리고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려고 손으로 입을 막았습니다. 왜냐면 회색 황새 부리가 마이카의 배를 간질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회색 황새의 작은 머리는 동그랗고, 굽은 목은 깃털로 예쁘게 덮여 있었고, 회색빛 나는 앞날개는 아주 매끄러웠습니다. 진짜 황새인데, 단지 색깔이 다르고 날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무엇보다도 마이카의 윗도리를 갉아 댄다는 점이 가장 다른 점이었습니다. --- p.44
이제 마이카, 비토, 회색 황새, 이 셋은 언제나 함께였습니다. 하지만 정원에서만 놀았습니다. 마이카는 회색 황새를 데리고 거리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지나다니는 자동차 때문이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큰 소리로 바보 같이 물어대는 사람들과 부딪히기 싫어서입니다. 이게 뭐야? 황새야? 다른 새들이랑 아프리카로 안 날아 갔어? 누가 매일 먹이를 주니?
회색 황새를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야 마이카는 마음이 놓였습니다. 하지만 더 기쁜 건 아빠가 이젠 회색황새에게 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는 연습 같은 건 이제 끝. --- pp.79-80
아까부터 회색 황새 머리에 손을 대고 있던 마이카는 결국 이 낯선 아저씨가 하고 싶어 하는 대로 하게 했습니다. 아저씨는 자기 손에서 회색 황새를 데려가 자동차에 실었습니다. 자동차 문이 열렸고, 그 안에는 비토의 바구니처럼 생긴 납작한 바구니가 놓여 있었습니다. 비토의 바구니보다 세 배 아니, 다섯 배 정도 더 큰 바구니였습니다.
“여기면 괜찮겠지?”
아저씨는 이렇게 말하고는 회색 황새를 바구니에 앉혔습니다. 회색 황새는 자리를 잡더니 편안한 자세로 앉았습니다.
“저길 좀 봐. 마음에 들어 하는데.”
엄마가 말했습니다.
마이카는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실은 보려고 해도 눈물에 가려 아무 것도 볼 수 없었습니다. --- pp.96-97
마이카는 회색 황새가 무서워하지 않도록 아주 살금살금 다가갔습니다.
반도 채 못 가서 회색 황새가 벌써 마이카를 향해 다가왔습니다. 처음에는 태연하게 조심스럽게 오더니 갑자기 날개를 활짝 펴고는 마이카 주위를 돌았습니다. 목을 뒤쪽으로 구부려서는 부리는 수평으로 해 마이카를 향한 채로 말이에요. 마이카는 도대체 어떻게 회색 황새를 만져야 할지 알지 못했습니다.
팔 위에 말똥가리가 앉아 있는 아저씨는 회색 황새의 인사놀이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조금 떨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저씨는 홀린 듯 이 광경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회색 황새가 마이카 옆에 붙어서 한 발짝 한 발짝 품위 있게 걸으며 마이카를 따라가자 아저씨가 말했습니다.
“정말로 놀랍구나. 이런 모습은 이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 pp.118-119
그런데 잔디밭 위에서 동물 한 마리가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정원 안쪽에서 가느다란 다리로 서서 소리 없이 짙은 안개 속을 헤치면서 말입니다. 순간 마이카는 놀라서 목이 막혀 버렸습니다.
회색 황새가 바로 거기에…….
마이카는 회색 황새를 바로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마치 다른 황새인 것처럼 낯설었습니다.
회색 황새는 하얀 안개 위를 떠다니며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안개가 회색 황새를 싣고 가는 것 같았습니다.
언제 온 거지?
어떻게 길을 찾은 거지?
그리고 대체 어떻게 날 수 있었던 거야?
마이카는 침대에서 나와 맨발로 창가로 달려갔습니다. 창문을 조용히 열었습니다. 하도 흥분한 나머지 마이카는 이른 아침 공기가 얼마나 차가운지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 pp.124-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