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강사들은 한국 학생들의 어휘 실력에 매우 놀란다. abolish, abominate, abdicate 등 수준 높은 영단어들을 많이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그 단어들은 우리나라의 모든 어휘 관련 책들의 첫 페이지에 나오기 때문이다. 어휘 공부를 한다고 할 때마다 앞에서부터 몇 페이지 보다가 덮어 버렸던 책들 말이다. 우리는 매번 중도에 포기하고 나서 늘 이렇게 중얼거린다. “어휘가 달려서 영어가 안 된다.”고.
과연 우리가 어휘가 달려서 영어를 못하는 걸까? 전혀 그렇지 않다. 조사 방법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상적인 언어활동은 800~2,000개 정도의 단어만 알면 충분하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와 있다. 이는 한국인이나 일본인의 기준으로 보면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1학년 정도가 알고 있는 어휘의 수다. 우리는 이미 배울 만큼 다 배웠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영어가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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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와 come은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배우는 단어들 중 하나다. 알고 있는 대로 go는 ‘가다’, come은 ‘오다’라는 뜻이다. 너무 쉬운 표현이라 굳이 예문이 필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 두 단어는 무조건 ‘가다’, ‘오다’ 직역으로 번역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영어에서는 말하는 사람이 자신의 입장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말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 go가 come으로 바뀌게 된다.
예) Would you like to come to my house tonight?
오늘 저녁에 우리 집에 올래?
이 문장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친구에게 할 말이 있는데 전화 통화보다 직접 만나서 얘기를 하고 싶은 경우 친구에게 “지금 너희 집으로 가도 돼?”라고 말을 한다면 “Can I come to your house right now?”라고 말을 한다. 직역하면 “나 지금 너희 집으로 와도 돼?”가 되기 때문에 말이 안 된다. 그런데 영어에서는 가능하다. 말하는 사람이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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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ly나 respond는 답을 하는 경우 사용한다. 누가 무엇을 물어봤을 때 대답하는 경우 사용할 수 있는데 이메일같이 서면으로 답장을 해 줄 때 많이 사용한다.
예) Thank you for replying(=responding) to my message.
제 메시지에 답장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 She would not reply(=respond) to my question.
그녀는 내 질문에 답장을 안 한다.
respond는 조금 형식적인 단어다. 그래서 reply보다 조금 더 딱딱하게 들릴 수 있다. 그리고 respond는 ‘반응을 보이다’라는 뜻이 있다. 그런 경우 reply로 바꿔서 사용할 수 없다. 가장 쉽게 reply와 구분을 지을 수 있는 것은 상대가 누구냐는 것이다.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 즉 답을 할 수 있는 상대면 두 단어 모두 가능하지만 대화가 불가능한 상대면 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경우에는 respond만 가능하다.
예) How did he respond to the news?
그 사람이 소식에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 소식에 대답할 수 없다.
예) The car responded differently to the different gas.
자동차는 다른 기름에 다른 반응을 보였다. → 자동차는 대답할 수 없다.
--- p.106~107
실제로 형용사나 부사를 공부할 때 중요한 것은 고유한 단어와 파생된 단어의 차이이다. 파생된 단어는 원래의 단어와 그 변형 형태를 알면 의미 파악이 쉽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뉘앙스를 잘못 파악하면 혼란스러운 경우가 생긴다. ‘어린애 같다’고 할 때 긍정적인 childlike와 부정적인 childish를 구별하는 것과 같은 경우다. 대신 고유어는 이런 문제 대신 개별적인 경우를 다 따로 기억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쉬운 단어를 열심히 공부하라는 것이다. 만일 외국인이 한국에 온다면 ‘고독하다’는 어려운 말을 몰라도 ‘외롭다’는 말만 알아도 충분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sophisticated(세련된, 어려운)라는 단어를 외우려고 에너지 낭비하지 말고 기본적인 단어의 뉘앙스에 집중하라는 뜻이다. 우리말로 치자면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울 때 ‘단지’, ‘매우’, ‘꽤’ 같은 기본적인 단어들의 풍부한 뉘앙스를 아는 게 더 중요하지 ‘시나브로’라든가 ‘바야흐로’, ‘급기야’ 같은 단어를 열심히 외우고 있으면 웃기는 일이 되는 것과 같다.
--- p.133~134
무엇보다 free의 가장 보편적인 뜻은 ‘자유로운’이다. 그런데 free가 어떤 단어 뒤에 붙으면 ‘~이 없는, ~으로부터 자유로운’이라는 뜻이 된다. 이런 단어들이 많이 있는데 몇 가지만 살펴보자. 여자들이 외국에 나갈 때 공항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어디일까? 아마 duty-free shop일 것이다. duty는 의무라는 뜻도 있지만 수입세라는 뜻도 있다. 그러니까 duty-free shop은 관세가 없는 가게, 즉 면세점이란 뜻이다. caffeine-free라고 하면 카페인이 없다는 뜻이다.
예) This drink is caffeine-free.
이 음료수는 카페인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예) A trouble-free life.
근심 걱정 없는 삶.
sugar-free는 설탕이 들어 있지 않다는 뜻이고 gravity-free는 중력으로부터 자유, 그러니까 무중력이란 뜻이다. 그러면 smoke-free area는 어떤 뜻일까? 연기로부터 자유인 공간이므로 금연 구역이란 뜻이 된다.
--- p.224~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