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이고 관념적인 메시지는 수용자와 공감대를 이루기 어렵지만 스토리로 구성되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는 상대적으로 이해나 공감을 얻기 쉽다. 고대의 신화가 설득과 동의를 이끌어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무수한 이야기들은 다양한 형식과 매개체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신화의 현대적 변용 ’이라고 할 수 있으며, 스토리텔링은 이러한 신화를 생산하는 데 가장 필요한 전략이 되고 있다. p.18
기계 없이는 1분 1초도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은 디지털 시대에 살면서 ‘사람 ’의 가치가 더욱 강조되는 이유는 바로 ‘사람의 마음속에 간직한 이야기 ’와 ‘머릿속에 각인된 이미지의 가치 ’ 때문이다. 세상이 열리고 인류의 삶이 시작되면서 생명을 얻게 된 이야기는 ‘스토리텔링 ’으로 변화되면서 새로운 임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업적 또는 사상을 알리거나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고, 지식과 정보를 전해 주는 ‘이야기하기 ’ 작업이 사람을 움직이는 기능을 맡게 된 것이다.이제 우리는 저마다의 개성과 넘치는 호기심, 그리고 감성 능력을 바탕으로 디지털 시대, 성공적인 스토리텔링을 이끌어가야 한다.---p.23
스토리텔링의 위력은 무엇보다 '행동 '을 가능하게 한다는 데 있다. 이야기를 듣거나 보는 동안 감동하고 반응하던 사람들은 이야기가 끝난 뒤의 여운을 잊지 못하고 새로운 세상으로의 모험을 결심하게 된다. 휴먼 다큐멘터리를 보고 장기 기증 서약을 하거나 입양을 결심하는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촛불 시위의 메시지는 평범한 주부나 샐러리맨을 거리로 나서게 하며, 경제적인 도움을 호소하는 공익 캠페인은 한평생 행상을 하며 돈을 모은 할머니가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하게 만든다.역동적이고,적극적이며,창의적인 스토리텔링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움직여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다.---p.33
“저는 지금 한국에서 5성급 호텔에 머물며 국빈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제일 좋은 호텔이죠. 그런데 저는 어렸을 때 더 좋은 호텔에서 잤습니다. 주로 천성급 호텔이었습니다.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고 풀밭에선 벌레 소리가 들리는 아주 멋진 곳 말입니다.”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p.114.
작가의 신념과 가치는 ‘이야기하기’를 통해 방방곡곡으로 퍼져 나간다.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나 실감나는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동화 속에는 생명이 없는 존재마저도 돌보고 교감을 나누는 동양적 사고, 인종과 종교를 떠나 친구의 곁을 지키는 마음, 가난하고 힘없는 백성의 편에 서는 정치와 같은 소중한 가치가 들어 있다. 왜 스토리텔링하는가? 이 물음에 답할 수 없다면 그것은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없다. 스토리텔링은 목적 지향적이며, 따라서 그 끝에는 분명히 고귀한 무언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p.150
미국인들이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데 비해, 프랑스인들은 다소 우울하고 모호한 결말에 대해 그다지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 종교에 대한 편견이 거의 없으며, 철학과 사색을 즐기는 프랑스인들에게 '서편제', '파이란',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 같은 우리 영화들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처럼 사회적 맥락과 문화적 특성, 현지의 정서를 배려할 때 포맷 스토리텔링은 성공을 거둘 수 있다. ---p.158
스토리텔링은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기’가 아니다. 재미를 유도하고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납득할 수 있고, 정서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나치게 낯설거나 문화적 관점에서 볼 때 무례한 이야기는 외면당하기 쉽다. 따라서 남녀 관계에 대한 서구적 관점,아랍 문화권에서 신체를 대하는 태도, 사물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념, 인도인들의 운명을 수용하는 방식 등 각 나라와 문화권에 따른 다양한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이와 함께 사소한 부분마저도 소중히 다루며, 디테일에 신경 쓰는 섬세한 스토리텔링으로 접근한다면, 국가, 민족, 인종, 언어, 문화의 경계를 넘어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문화콘텐츠를 생산해 낼 수 있을 것이다.---p.161
한 편의 시, 하늘거리는 나비,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 그다지 유용해 보이지 않으며 실제로 생활에 크게 소용되지도 않지만, 우리의 삶과 정신을 풍부하게 하며, 내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들이다. 음악과 미술을 감상하며, 풍광을 바라보고 사색에 잠기며, 색다른 음식을 맛보며, 우리는 삶의 빈곤과 허기를 채울 수 있다. 실용적이지 않더라도, 때로는 하찮아 보이는 것일지라도 바라보고, 듣고, 만지면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감동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p.182-183
흔히 정책이라고 하면 상투적이고 딱딱한 용어캷 가득 찬 ‘골칫덩어리’로 인식된다. 그래서 시민들의 삶과는 동떨어져 있으며, 행정가나 정치인들의 전문 분야라고 여기지만, 사실 정책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은 자원을 아끼는 일에, 육아 정책은 가족과 여성의 발전에 관여한다. 교통 정책은 시간과 경제, 환경을 좌우하며, 복지 정책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도록 한다. 따라서 정책은 그들의 언어가 아니라 우리의 언어, 이해하기 쉽고 감동적이며 동의할 수 있는 이야기로 다시 쓰여야 한다.
---p.195-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