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관통하는 줄기는 복잡성complexity, 다양성variety, 시스템system, 아키텍처 간의 관계이다. 주제는 모듈러 아키텍처이지만, 위 네 가지 개념을 명확히 하지 않고는 모듈러 아키텍처를 이해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져 있다. 먼저 복잡성, 다양성, 시스템, 아키텍처의 개념에 대해서 다룬다. 이 책의 주제인 모듈러 아키텍처에 접근하는 데 필요한 네 가지 핵심 개념을 다루고, 자연스럽게 모듈러 아키텍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를 한다. 두 번째, 모듈러 아키텍처를 다룬다. 생각보다 모듈러 아키텍처를 다루는 장은 짧은데, 모듈러 아키텍처 그 자체보다 모듈러 아키텍처를 만드는 과정과 활용하는 방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앞선 네 개의 장에서 모듈러 아키텍처에 대한 핵심을 다뤘다. 세 번째, 모듈러 아키텍처를 만드는 과정과 활용하는 방법을 다룬다. 『모듈러 디자인』과 상당 부분이 중첩되지만, 그보다 심화된 내용을 담고 있다. 요약하면 본서는 네 가지 주요 개념에 대해서 다룬 이후에 모듈러 아키텍처, 모듈러 디자인으로 연결하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 「개론: 복잡성-다양성-시스템-아키텍처 간의 관계」중에서
기업을 예로 들면, 반도체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갖는 핵심 복잡성은 동일 산업군에 있는 기업들이라면 동일함을 의미한다. 단지 불필요한 복잡성에 차이가 발생할 뿐이다. 그런데 반도체 산업과 같이 기술 집약적인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갖는 핵심 복잡성과 일반 소비재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갖는 핵심 복잡성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전자가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불필요한 복잡성을 줄이고자 소프트웨어와 같은 제품 개발 방법론에서 제품 아키텍처를 강조하는 것이다. 즉, 어차피 핵심 복잡성이 동일하다면 어떻게 하면 불필요한 복잡성을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제품 아키텍처를 만드는 아키텍트architect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 「복잡성은 무엇으로 분류할 수 있는가?」중에서
아키텍처의 주요 관여 범위는 기능적 요구사항이 아니라 비기능적인 요구사항이다. 그렇다고 기능적 요구사항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기능적 요구사항은 기본이고 전략적 의도, 콘셉트가 비기능적인 요구사항으로 표현이 되며, 좋은 아키텍처는 비기능적인 요구사항을 얼마나 잘 준수했는지 여부로 결정된다. 예를 들어서 비기능적인 요구사항에 가격도 포함된다. 기존 경쟁사 제품을 뛰어넘는 스마트폰에 여러 가지 기능을 탑재했는데 가격이 수천만 원이라면 해당 스마트폰은 기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상품으로서 가치가 없다. 설계는 기능을 구조로 전사시키면서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좋은 설계는 기능뿐만 아니라 비기능적인 요구사항을 최대한 만족시키는 설계다. 그 결과물이 아키텍처가 된다.
--- 「핵심 개념」중에서
다양한 메뉴를 판매해야 하는 식당을 예시로 하여 다양성 메커니즘에 대해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집 근처 시장에 탕수육 전문점이 있다. 일반 중국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일반 탕수육부터 크림 탕수육, 칠리 탕수육 등 수십 가지의 탕수육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이곳은 주문이 몰리는 피크 시간을 대비하여 탕수육 반죽을 미리 해 놓는다. 고객 주문에 따라서 대·중·소 양을 맞춰서 반죽을 튀기고, 탕수육 종류에 따라서 서빙 전에 소스를 붓는 식으로 판매를 한다. 기본 제품을 양념 없는 탕수육으로 정해 놓고 주문 시점에 맞춰서 소스를 붓는 식으로 주문에 대응하고 있다.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탕수육 전문점과 달리 근처의 냉면 집의 메뉴는 비빔 냉면, 만두, 콩국수밖에 없다. 그마저도 콩국수는 여름에만 판매하고, 겨울에는 콩국수 대신 매운 짬뽕이나 잔치국수를 판매한다. 그렇다면 탕수육 전문점과 냉면집 중에서 더욱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식당은 어디일까? 지금까지의 사례를 들으면 탕수육 전문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꼭 그렇지 않다. 앞서 냉면집 메뉴를 소개할 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주의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다른 냉면집과 달리 메뉴에 물냉면이 없다.
--- 「다양성 메커니즘 활용 사례」중에서
모듈러 디자인을 수행하는 의도, 목적이 모듈화에 담기기 때문에 모듈화가 중요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모듈화가 끝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모듈러 디자인의 최종 이미지는 모듈 기반의 운영체계를 구축한 뒤에 원하는 바를 달성하는 것이고, 모듈화는 최종 이미지에 도달하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그래서 필자는 모듈화에 너무 시간을 쏟지 말고, 그것에 쏟을 시간을 나눠서 최대한 운영 관리에 집중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모듈 기반의 운영체계는 무엇일까? 말 그대로 모듈을 기반으로 기업을 운영하여 가치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모든 기업은 운영체계를 가지고 있다. 모듈러 디자인 활동의 완성은 현재 운영체계를 모듈 기반으로 재편하여 체질을 개선하는 것을 의미한다.
--- 「운영 이미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