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제22대 왕인 정조는 초상화를 고르는 안목이 까다로웠다. 세손 시절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미 그린 초상화의 폐기를 지시하기도 했다. 왕이 된 후인 1781년, 어진(왕의 초상화)을 그리기 위해 화가들을 품평하는 자리에서 그는 좋은 초상화의 조건으로 풍의風儀와 정채精彩를 들었다. 풍의는 드러나 보이는 사람의 겉모양으로 풍채와 비슷한 말이며, 정채는 눈빛을 뜻한다. 결국 정조의 어진은 두 명의 화가가 나누어 그렸는데, 한종유가 얼굴을 김홍도가 옷을 그렸다. 정조가 보기에 풍의에 뛰어난 화가는 김홍도였지만, 정채의 묘사에는 한종유가 으뜸이었던 것이다.
---「눈에서 정신이 보인다」중에서
“사람은 발이 있고, 나무는 뿌리가 있다. 나무가 고사할 때는 먼저 뿌리가 메마르고, 사람이 늙을 때는 발이 먼저 노쇠한다”라는 말이 있다. 발은 수많은 경락이 존재하는 곳이며, 이에 따라 어떤 장부나 기관에 문제가 생기면 발에 반응이 나타난다. 중국 고대 의학서인 『중의경전』에서는 발을 ‘제2의 심장’으로 지칭하며, 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했다. 혼례식에서, 첫날밤을 치르기 전 새신랑의 발바닥을 방망이나 북어 등으로 때리는 것도 발이 원기의 총집합점이기 때문이다. 특히 발바닥 중 오목한 곳에 있는 ‘용천’은 신장 경락의 첫 번째 혈자리로, 신장은 비뇨생식 및 성 기능과 관련이 깊다.
---「건강하려면 발을 만져라」중에서
옛날 우리 조상들은 초상화를 그릴 때, ‘터럭 하나라도 같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다. 그 작은 털 한 가닥이라도 실제 인물과 다르게 그리면 그 사람이 아니라고 할 만큼 정확히 그렸다는 증거이다. 수없이 많은 선으로 윤곽과 명암을 집요하게 묘사한 이 초상은 모관의 털은 물론 코와 턱의 수염과 눈썹에 대한 묘사 역시 그에 못지않게 탁월하다.
---「건강을 가늠하는 척도, 털」중에서
백로 한 마리와 연밥의 조합은 ‘일로연과’라는 길상적인 의미를 가진다. ‘한 마리 백로一鷺’는 ‘한 길’이라는 ‘일로一路’와 음이 같고, ‘연밥’을 의미하는 ‘연과蓮顆’는 ‘과거에서 단번에 소과와 대과에 연달아 급제하다’는 뜻의 ‘연과連科’와 동음이다. 그런데 비단 이런 뜻이 아니더라도 연밥 자체가 수험생에게는 무척 좋은 식품이다.
---「비장 입맛을 결정하다」중에서
또한 쏘가리(궐어)를 뜻하는 한자 궐?은 궁궐을 뜻하는 궐闕과 발음이 같아, 예로부터 과거 급제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오른쪽 그림의 쏘가리는 장한종 그림에서의 그것과는 많이 달라 보인다. 화면 위에는 ‘桃花流水?魚肥(도화유수궐어비. 복숭아꽃 흐르는 물에 쏘가리가 살찐다)’는 시가 적혀 있다. 쏘가리가 복숭아꽃을 한 입에 먹으려는 듯 보이기도 하고, 쏘가리의 입 속에 한 송이의 복사꽃이 피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시의 내용을 해학적으로 유쾌하게 표현했다. 쏘가리는 기혈을 보하고 비위를 튼튼하게 하며, 허약하고 몸이 여윈 것을 살찌고 건강하게 한다고 그 효능이 알려져 있다.
---「음식 간에도 궁합이 있다」중에서
『동의보감』에 소개되어 있는 ‘생맥산’은 맥문동, 인삼, 오미자 3가지 약재를 물에 달인 것인데, 그 색도 보통의 한약처럼 진하지 않고 맛도 새콤해서 음료처럼 마시기 좋다. 약 이름부터 ‘생맥(맥을 생한다, 살린다)’이니, 기운 없고 맥 빠질 때 먹으면 도움이 된다. 또한 심장의 열을 내리게 하고 폐를 깨끗하게 하는 효능이 있어, 특히 여름에 마시기 적당하다.
---「토끼의 간을 약으로 쓸 수 있을까?」중에서
하지만 조화와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조금은 편안하게 음양오행을 받아들이면 좋을 것이다. 맵고 짜고 달고 자극적인 맛에만 길들여지지 않고 다섯 가지 맛을 골고루 먹고, 여름이라고 너무 찬 음료나 시원한 음식만 찾지 않고 뱃속을 따뜻하게 유지하며, 화를 내거나 우울하고 불안해하기 쉬운 세상이지만 감정을 잘 조절하는 것. 그저 밤이 지나면 낮이 오고, 계절이 변해가는 자연의 이치처럼 인간도 자연과 더불어 균형을 유지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 이런 자연스럽고 여유로운 삶의 태도가 바로 음양오행이 아닐까 싶다.
---「일월오봉도 속 음양오행의 원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