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너머, 산 너머란 말 속에는
그리움이 살고 있다
그 그리움을 따라가다 보면
아리따운 사람, 고운 마을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강 건너, 강 건너란 말 속에는
아름다움이 살고 있다
그 아름다움을 따라나서면
어여쁜 꽃, 유순한 웃음의 사람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살기 힘들어 가슴 답답한 날
다리 팍팍한 날은 부디
산 너머, 산 너머란 말을 외우자
강 건너, 강 건너란 말도 외우자

그리고서도 안 되거든 눈물이 날 때까지 흰 구름을
오래도록 우러러보자.

나태주의 시적인 사고는 본질적으로 모든 생명을 하나로 보는 사고, 은유적 사고에 의거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나태주의 시에서 자연은 나와 그것의 관계로 대상화되지 않고 나와 너의 관계로 포착되어 있다. 모든 것이 상호 연관되어 존재한다는 인식, 본질적으로 만물은 형제라는 인식으로 나태주의 시는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 추천의 말/이미순(문학평론가, 충북대 교수)

그의 시를 통독하면서 생각나는 것은 그의 시의 반시대성이다. 어쩌면 촌스럽다고까지 할 이번 시들의 면면들은 그것이 촌스럽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그만의 독특한 개성을 지닌다.(중략)

이번 시집 『산촌엽서』에는 이름만으로도 아름답고 예쁜, 소담하고 애잔한 사물들이 수없이 등장한다. 무색무취의 맑은 물 같은 언어들이 시를 읽는 동안 우리의 마음을 이끌어 가며 소근대고 깔깔거리고 휘어잡고 어루만진다. 그것은 이 시집의 시의 제목만 보아도 분명히 드러난다. 「별 한 점」「나무 스승」「달무리」「텃밭」「초록 별」「산촌 엽서」「봄눈」「애기똥풀꽃」「봉숭아」「제비」「정미소 뒷담 길」「개망초」「개똥수박」「치자꽃」 등등.
--- 이기철(시인, 영남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