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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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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정의롭게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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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3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384g | 140*205*20mm
ISBN13 9791188850440
ISBN10 11888504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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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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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된 나의 모습은 교련 선생과 닮아버린지도 모른다. 살아남기 위해 지극히 나의 성과만을 따지게 됐다.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상처를 주는 입장이 되기도 했다. 이 상처투성이 삶에서 나는 상처를 준 기억과 상처를 받은 기억을 떠올리면 끝없이 침잠하게 된다.
어른이 된 후 나는 얼마나 오랫동안 이유 없는 당위성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했을까. 어쩌면 사회에 나오자마자 비겁해지는 법부터 배웠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그게 잘못이라고 말해주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문득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는 일도, 상처를 주는 일도 지겨워졌다. ‘어른답다’는 것은 크지도, 멋지지도, 아름답지도 않았다. 그저 조금이나마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배워나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어른이 되고도 한참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우리는 비겁해지는 법을 먼저 배웠다」중에서

흉터는 기억을 잊지 않도록 몸에 새겨준다. 이 흉터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사람이 되겠다는 것까지는 아니어도, 어떤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지 하는 것은 확실히 각인해주었다. 그것은 누가 뭐라고 하든지 바깥의 시선에 휩쓸리지 말자, 얼굴 기스로 나의 가치가 결정되는 삶을 살지 말자는 것. 한 가지 더. 홍금보처럼 편견에 사로잡힌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는 사람은 되지 말자는 것이었다.
세월이 흘러 막 서른 살이 됐을 때 업무상 두 살 연상의 남자를 만났는데 그가 던지는 밑도 끝도 없는 유머에 끌려 사귀게 됐다. 만난 지 한참이 지나 그는 말했다.
“처음에 얼굴 딱 보자마자 그 흉터부터 보이던데 .”
“그래? 이게 그렇게 눈에 띄나?”
“응. 그러던데.”
“어땠어?”
“어땠긴. 한 번 더 얼굴을 보게 됐지.”
내 얼굴에서 흉터를 가장 먼저 본 남자.
그 남자가 지금의 남편이다. ---「얼굴에 기-스 좀 생기는 게 어때서요」중에서

한 번은 동료가 실수해서 업무에 문제가 생겼다. 한 사람에게 일이 과중하게 몰려서이기도 하고, 여러 단계의 필터링이 없어서이기도 했다. 단지 업무 태만에서 비롯된 일시적 사고라고 보기에는 억울한 면이 많았다. 시스템의 허점을 살펴야 할 상사는 자신에게 피해가 갈까 봐 길길이 날뛰면서 말했다.
“저런 놈은 믹서에 넣고 갈아 마셔야 돼! ×× 같은 놈.”
그 뒤로 그의 별명은 ‘델몬트’가 되었다.
여자로서 언어 이상의 폭력에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여럿이서 함께 술을 마시는데 한 선배는 먼저 술에 취해 내 손등을 혀로 핥았고, 어떤 선배는 우산을 씌워준다며 내 어깨를 안고 걸어가기도 했다. 당황하는 사이, 날 더 당황하게 만든 건 그것을 못 본 척하며 눈을 돌리는 동료들의 시선이었다. 나중에 “기억이 안 나지만 내가 그랬다면 사과한다.”는 유체이탈 사과를 아무리 받아도, “민지 넌 여자 아니야, 남자야.”란 말을 칭찬으로 해석해 들으려 하며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상처는 상처였다. 열 번 중 아홉 번은 미리 방어하거나 나중에 반격했지만 무방비 상태에서 한 번씩 입은 내상들은 회복이 더뎠다. ---「합리적이라고 믿는 순간이 가장 비합리적일 수 있다」중에서

이제 우리는 다 알고 있다. 평범하게 사는 것도 꽤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어떻게든 이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했고, 그렇기에 날마다 열심히 살아야 했다. 그래도 이런 평범한 하루를 만들어내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완전연소 하면서 끝까지 해낸 기억도 몇 개 있고 말이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어딜 가서 무슨 일을 해도 살아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기도 한다.
나는 내 삶의 방식을 조금씩 만들어가면서 살고 있(다고 믿고 싶)다. 끊임없이 옳은 쪽으로 가치 판단을 내리려 하고, 그런 경험이 쌓여 나를 만든다. 역시 더디게 배우고 줄 끄트머리를 따라잡으며 겨우 익히고 있지만. 내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삶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현재진행형이다. 평범함의 위엄을 보여주면서 살고 싶다. ---「타인을 할퀴는 특별함보다 평범함의 위엄을」중에서

골절상을 입고 석 달 뒤, 나는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기자를 완전히 그만뒀다. 진작부터 회사 생활에 회의가 들었지만 몸이 아프고 나서 느끼는 감정은 깊이가 달랐다. 이렇게 살면 내년 연말의 나는 또 이런 모습으로 살고 있을 게 뻔했다. 그러고선 또 ‘1년 전 그만둘걸’ 하는 미련퉁이 같은 후회를 하고 있을 거였다. 뭐든 한 번 망가지면 원래 상태로 100퍼센트 돌아오기는 어렵다.
부러진 왼손 새끼손가락은 겉으로는 완전히 말짱해졌다. 다행히 노트북 자판도 제대로 눌러서 이름을 ‘빈지’로 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1년이 다 되도록 미세한 통증은 여전히 남아 있고 지금도 주먹을 꽉 쥐면 뻑뻑한 느낌이 있다. 그러면 생각한다. 그때 그 순간을. 내 감정 살피기에 한없이 게을렀던 회사에서의 긴 시간들을.
---「감정에 게으르면 휴식 선언은 몸이 한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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