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안정형은 친밀감을 편안히 받아들이는 따뜻하고 다정다감한 사람들이다. 불안형은 친밀감을 갈망하고 연인 관계에 지나치게 몰두하며 자신이 파트너를 사랑하는 만큼 파트너 역시 자신을 사랑해줄 수 있을지에 대해 걱정한다. 회피형은 파트너와의 친밀감이 높아지면 자신의 독립성이 줄어든다고 여겨 끊임없이 파트너와의 친밀감을 줄이려고 애쓴다. 방금 사귀기 시작한 연인이든 결혼한 지 40년이 넘은 부부든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은 위의 세 유형 중 하나에 속하며, 드물게 불안형과 회피형을 섞어놓은 유형에 속하는 사람도 있다. 50퍼센트가 조금 넘는 사람들이 안정형, 20퍼센트 정도가 불안형, 25퍼센트 정도가 회피형, 나머지 3~5퍼센트 정도가 가장 흔치 않은 불안과 회피의 복합형에 속한다.
이 애착 유형을 이해하면 연인 관계에서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할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사실 이 이론이 전달하려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연인 관계에서 예정된 태도를 보이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 pp.13~14 「프롤로그」중에서
애착 이론의 좋은 점은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근거로 했다는 데 있다. 보통 다른 심리학적 방법론들은 상담을 받으러 오는 커플들만을 근거로 결론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애착 이론은 행복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 또는 상담 치료를 여러 번 받아본 사람들과 한 번도 받아보지 않은 사람들 모두로부터 이끌어낸 결론이다. 그래서 애착 이론은 관계를 맺을 때 잘못된 점뿐만 아니라 잘된 점도 가르쳐줄 수 있다.
애착 이론은 어떤 행동도 정상이나 비정상으로 분류하지 않으며 또한 어떤 애착 유형도 병리학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이전에는 이상해 보였거나 잘못 인식되었던 연인 관계에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고 예측할 수 있도록 설명해준다.
그가 당신을 사랑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헤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가? 이제 그런 당신을 이해한다. 그와 헤어지고 싶다가도 몇 분만 지나면 계속 만나고 싶다고 생각이 바뀌는가? 그런 당신도 충분히 이해한다.--- pp.20~21 「프롤로그」중에서
더 이상 자신에게 “그는 왜 항상 나를 밀어낼까?”라고 묻지 않게 될 것이다. 대신 “내가 문제가 아니야. 단지 그가 친밀감을 불편하게 여기는 것뿐이야.”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파트너의 애착 유형을 파악하면 그와의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애착 원리를 통해 파트너와의 유대감을 높이는 데 필요한 핵심적인 단계이다. --- p.57 「Chapter 2 사랑할 때의 당신」중에서
피에트로모나코와 카넬리는 불안형과 회피형이 어느 정도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맺는다고 보았다. 즉 서로가 상대방을 통해 자기 자신과 관계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확인한다는 것이다.
회피형은 불안형 파트너를 통해 얼마나 자신이 강하고 독립적인 사람인지, 얼마나 다른 사람들이 불편할 정도로 자신과 가까워지려 하는지 확인한다. 마찬가지로 불안형은 회피형 파트너를 통해 상대방보다 자신이 더 많은 친밀감을 갈망한다는 사실, 그리고 상대방이 언젠가는 자신을 실망시키리라는 예상을 확인한다. 결국 회피형이나 불안형이나 익숙한 시나리오를 반복하려는 기질이 있는 것이다. --- p.98 「Chapter 3 식스 센스의 소유자, 불안형」중에서
명심하자. 활성화된 애착 체계를 열정적인 사랑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당신이 지금 연애중임에도 불구하고 그 주된 감정이 불안, 걱정, 집착이라면, 그리고 가끔 씩만 기쁨을 맛볼 뿐이라면, 스스로에게 충고하자. 그것은 활성화된 애착 체계일 뿐이지 절대 사랑이 아니라고 말이다. “잔잔한 물이 깊다.”라는 옛말처럼,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진정한 사랑이란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 p.100 「Chapter 3 식스 센스의 소유자, 불안형」중에서
회피형은 자신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구하지 않고도 잘살고 있다는 사실에 높은 자신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만한 자신감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회피형은 어떤 사람에게도 높은 친밀감을 느끼지 못한다. 그들은 쉽게 자신을 열어 보이지 않으며 친밀감을 불편하게 여기고, 아무리 힘들어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회피형이 자립심을 독립성으로 착각하고 있다. 물론 누구에게나 자립심을 기르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자립심을 과대평가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과소평가하게 된다. 지나친 자립심의 또 다른 문제는 ‘자기 자신’만 중요시하는 데서 비롯된다. 자립심은 회피형으로 하여금 파트너의 욕구를 무시하고 자신의 욕구에만 집중하게 함으로써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값진 경험을 놓치게 만든다. 이는 회피형과 그의 파트너로부터 서로의 성격적 한계를 초월해 사랑의 희열을 맛볼 기회를 빼앗아가는 것이다. --- p.131 「Chapter 4 외로운 나그네, 회피형」중에서
애착 분야에서의 연구에 따르면 안정형에 가까운 사람들일수록 ‘밀고 당기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타냐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 파트너를 직감적으로 알아본다. 적어도 그녀에게는 ‘밀고 당기기’를 하는 남자는 타협의 여지가 없는 사람이다. 타냐의 접근 방식에서 중요한 점은 만약 파트너가 자신을 존중하지 않으면 그것은 자신의 가치가 낮기 때문이 아니라 상대방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하는 그의 무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그녀는 늦게 연락한 두 남자에게 특별히 나쁜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으며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섰다. 이는 데이트 상대의 행동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불안형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녀가 불안형이었다면 “내가 너무 세게 나갔나 봐.”, “집으로 초대했어야 했어.”, “전 여자 친구에 대해 물어보다니 내가 바보 같았어.”라는 식으로 자신의 행동을 비판하면서 자신과 맞지도 않는 남자에게 두 번, 세 번, 네 번까지도 기회를 주었을 것이다. --- p.159 「Chapter 5 관계의 달인, 안정형」중에서
갈등은 종종 방치된다. 갈등을 해결하는 것 자체가 친밀감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불안형이나 안정형은 진심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자연히 두 사람은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야말로 회피형이 무의식적으로 피하고 싶어 하는 상황이다. 불안형이나 안정형은 의견이 충돌했을 때 이를 해결함으로써 더 높은 친밀감을 얻고자 노력하지만,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회피형은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회피형은 가까워질 여지를 남기지 않으려고 언쟁이 심해질수록 더 무심하고 적대적인 태도를 취한다. 불안형 -회피형의 갈등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깨닫지 못하는 한 두 사람은 계속 싸우며 거리 두기를 반복하게 될 것이고 결국 서로를 불행하게 만들 것이다. 싸움의 진짜 원인을 직시하지 않는 한 상황은 점점 악화될 수밖에 없다. --- p.179 「Chapter 6 도망가는 남자, 집착하는 여자」중에서
다른 유형보다 회피형이 바람을 피울 확률이 제일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필립 셰이버는 도리 샤흐너와의 공동연구에서 세 애착 유형 중에서 회피형이 다른 사람의 애인에게 접근하거나 그런 유혹에 응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바람을 피우지 않는 회피형도 파트너와 거리를 두고자 섹스를 이용한다. 불안형은 섹스하는 동안에 강렬한 감정을 느끼고 싶어 하며 사랑을 나눌 때 키스나 애무로 친밀감을 표현하기를 즐긴다. 하지만 회피형은 다르다. 그들은 섹스 자체에만 집중하길 원하기 때문에 서로 보듬어주는 행위는 피하고 싶어 하고, 섹스를 덜 친밀한 행위로 만들려고 “키스 금지”와 같은 규칙을 내걸기도 한다. 그나마도 어떤 회피형은 아주 가끔 섹스를 하거나 아예 섹스를 하지 않기도 한다. 혹은 다른 사람을 상상하며 섹스를 하기도 한다. --- p.227 「Chapter 8 똑똑한 이별을 위한 전략」중에서
사랑에 대한 그릇된 통념 중 하나는 모든 사람은 친밀감에 대한 수용도가 동일하다는 생각이다. 자라면서 우리는 누구나 뜨거운 사랑에 빠질 수 있다고 믿게 된다(이는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랑에 빠지면 누구라도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변할 수 있다고 믿게 된다(이는 틀린 말일 수도 있다!). 전에는 어땠든지 간에 “운명의 반쪽”을 만난 사람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 반쪽을 사랑하며, 다른 이에게 한눈팔지 않고, 그 반쪽에게 든든한 연인이 되어줄 것처럼 보인다. 그만큼 친밀감에 대한 수용도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망각하기란 매우 쉬운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친밀감에 대한 욕구가 상대방의 독립성과 거리감에 대한 욕구와 조화를 이루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 이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야만 아직 파트너를 찾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과 친밀감을 원하는 정도가 비슷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고, 이미 파트너가 있는 사람들은 자신과 파트너의 욕구가 얼마나 비슷하거나 다른지를 새로운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관계를 좀 더 안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는 첫 번째이자 필수적인 단계다.
--- p.303 「에필로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