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이며 대구예술대학교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정치체계에 관한 연구: 1945-1980」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북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장, 외무·행정·지방고등고시 시험위원,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대구경북정치학회 회장, 대구경북지방자치학회 회장직을 역임하였으며 저서로는 『한국정치체계분석』『정당과 정치발전』『지방자치론』『각국의회정치론』『현대미국대통령선거론』『현대미국의회정치론』『현대미국정당정치론』등이 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우리나라와 같이 하루에 간단하게 쉽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1년 이상 긴 선거과정, 그리고 여러 단계의 복잡한 선거과정을 거쳐 대통령을 선출하기 때문에 외국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인 자신들도 그들의 대통령 선거과정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왜 이렇게 길고 복잡하면서 여러 단계를 거치며 또한 형식적으로 보면 아주 비민주적이고 비능률적인 과정을 거치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는 13개의 식민지 국가가 아메리카합중국으로 연방이 되는 과정에서 연방에 가입하는 주---p.국가)는 큰 주나 작은 주나 동등한 권한을 갖는다는 약속이 있었는데, 이러한 약속이 연방헌법 제정과정에서 그대로 반영되었고, 특히 의회의원 배분과 대통령 선거과정에서도 각 주는 동등한 입장에서 권한을 행사한다는 대전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p.3-4
미국 대통령 선거과정의 첫 번째 단계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의 대의원을 선출하는 프라이머리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전당대회 대의원을 선출하는 과정은 각 주의 주법, 주당의 당규, 전국위원회의 규정에 의해 진행되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전당대회 대의원을 선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각 주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전당대회 대의원을 선출하는 방법은 코커스---p.caucus: 당원대회) 방법과 프라이머리---p.primary: 예비선거) 방법 두 가지를 주로 활용하고 있다.---p.14
코커스에서는 각 정당의 당원으로 등록된 당원만이 투표할 수 있다. 코커스는 당내 행사이기 때문에 주정부가 아닌 민주당과 공화당의 주위원회가 선거를 주관한다. 민주?공화 양당의 프라이머리 경선이 주정부 주관으로 일괄 처리되는 것과는 달리 주별 코커스는 양당이 각각 따로 열기도 한다.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는 당원들이 모여 토론을 벌인 뒤 비밀투표 대신 지지 후보 팻말 주변에 모여 후보자를 선택하고, 15% 득표율에 미달한 후보를 택한 당원은 후보를 다시 선택하는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다. 코커스는 대회 당일 저녁 당원들이 학교, 교회나 큰 강당에 모여 후보자별로 공개적인 지지 그룹을 형성하고 그 숫자에 따라 대의원 숫자를 결정한다. 프라이머리와 같이 비밀 투표를 하지 않는다.---p.24
아이오와 코커스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보다 비중이 낮기는 하지만 그 영향력은 적지 않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각 정당의 수많은 후보들---p.보통 100명, 많게는 300명의 예비후보) 가운데 4-5명으로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아이오와 코커스는 대선가도의 1차적 관문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비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차 4-5명으로 정리된 후보 가운데 1-2명으로 압축하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p.26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4년마다 정기적으로 실시된다. 1792년 법률에 따라 주민들이 선거인단을 선거하는 선거일은 선거 해 11월 첫째 월요일 다음 화요일이다. 지금까지 일반투표일자는 한 번도 변경하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일은 의회에서 결정하였는데 왜 미국 대통령 선거일을 11월 첫째 월요일 다음 화요일로 정했을까? 당시 의원들은 선거일을 결정하면서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하여 선거일을 선택하였다. 11월 초보다 더 늦춰 잡으면 눈이 예년보다 일찍 내릴 경우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가기가 힘들고, 더 앞당기면 농업에 지장을 줄 것으로 우려해 이렇게 결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굳이 화요일로 정한 데는 이유가 있다. 교회에 가야하는 일요일과 수요일을 포함한 주말은 애초부터 검토 대상에 들지도 못했고, 월요일과 금요일은 각각 평일로 한 주의 첫날과 마지막 날이라 빠졌다. 목요일은 독립 이전 압정을 폈던 영국의 선거일이라 회피했다. 따라서 남은 요일이 화요일이므로 의원들은 화요일을 택하게 되었다. 여기에 매월 초하루는 회계처리 때문에 매우 바쁘다는 당시 사정을 감안해 선거가 초하루에 치러지는 일이 없도록 ‘첫 월요일 다음의 화요일’이라는 복잡한 규정을 만든 것이다.---p.60-61
미국 헌법의 제정과 미국 대통령 선거제도가 시작된 지 이제 220년이 넘어가고 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전면적인 헌법 개정도 없었고, 대통령 선거제도도 전면적으로 고치지 않고 부분적인 개정과 변경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대통령 선거 경험과 대통령제를 유지, 발전시키고 있는 미국에서 우리는 무슨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인가. 우리는 9회의 전면적인 개헌과 17회의 대통령 선거방법을 만들고 고치면서 제도적인 보완을 해왔지만 만족할 만한 대통령 선거와 대통령제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를 통해 법과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법과 제도를 운영하는 우리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