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저는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속세에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한 마디만 해주십시오.”
“저 같은 중이 뭘 알겠습니까? 속세를 떠난 지가 수십 년인데.”
필자는 그래도 뭔가 한마디 얻고 싶어 계속 간청했다.
그러자 주위를 둘러보던 스님이
“심조불산 호보연자!”
“네? 스님,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십시오.”
“심조불산 호보연자! 이 화두를 깨달으시면 인생의 모든 고민이 풀어질 겁니다. 그럼 소승은 이만.”
필자는 갑자기 머리와 가슴이 확 트이는 큰 진리를 얻은 듯했다. 그 스님이 던진 ‘심조불산 호보연자’ 아무리 되새겨 보아도 범상치 않는 큰 진리를 의미하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심조불산 호보연자’ 글자 하나 하나, 소리 하나 하나가 워낙 깊은 진리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는 갈림길에서 헤어졌다. 필자는 집으로 돌아와 밤새 그 스님이 말씀하신 ‘심조불산 호보연자’에 대해 머리를 싸매고 도서관에 가서 불교서적 및 철학책을 다 뒤졌지만 도대체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평소 친분이 있는 교수들에게 물어봤지만 그 문장의 뜻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다. 모두가 ‘심조불산 호보연자’라는 소리를 음미해 보고는 큰 심오한 뜻이 담겨있는 것 같다고 했다.
끙끙대도 해석이 안 되자 그 스님을 다시 찾아가기로 했다. 답답해서 그 답을 알지 않고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이 문구를 깨달으면 인생에 고민이 풀어진다는 스님의 말씀이니 꼭 알아내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그 절에 도착해 스님을 알현했다.
“어쩐 일로 또 오셨나?”
“스님, 저에게 말씀하신 ‘심조불산 호보연자’ 말인데요, 도대체 그 뜻이 뭡니까?”
“하하하! 궁금하시면 이리 따라오세요.”
스님은 필자를 데리고 절을 나서서 스님에게 한 말씀해달라고 부탁했던 그 장소로 갔다.
“신도님, 이 자리가 신도께서 소승에게 한 말씀해 달라고 했던 장소입니다. 자, 여기서 신도님 주위를 한 번 둘러보십시오. 뭐가 보입니까?”
필자가 둘러보니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였고 저 멀리 산중턱에는 웬 큰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산에 흔히 세워져 있는 입간판이었다.
「자연보호 산불조심」
“신도님, 한번 읽어보십시오.”
“자연보호 산불조심”
“신도님 어때요? 느낌이?”
“별거 아닌데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건데요? 내용도 자연을 보호하자는 평범한…….”
“그렇죠! 그러면 저걸 거꾸로 읽어보세요.”
“심조불산 호보연자.”
“어때요? 느낌이?”
“아주 심오하고 의미하는 뜻이 진리일 것만 같네요.”
“신도님, 바로 저겁니다. 소승에게 한마디 부탁했을 때 저 같은 미련한 중놈이 뭐를 알겠습니까? 그러나 자꾸 간청하니 말은 해야 되겠고 할 말은 없고, 난처해서 문득 주위 산을 둘러보니 「자연보호 산불조심」이라
는 입간판이 눈에 띄어 소승이 거꾸로 읽어 한마디 한 것입니다. 그 뿐입니다. 그럼 소승은 이만.”
필자는 오히려 큰 진리를 깨달았다.

어떤 일이든 세상만사는 거꾸로 보면
1. 별것 아닌 것이 별것으로 보이고,
2. 별것이 별것 아닌 것으로 보이고,
3.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나오고,
4. 가졌던 생각을 다르게 가질 수 있고,
5. 보이던 모양을 다른 모양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