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 망할놈의 땡중아
-그게 소원이냐?
-달리 뭐가 있겠어
-어두운 얼굴이구나 다케조 어둡고...괴롭고... 서럼고, 쓸쓸한 눈이야
-쳇 시끄럽게
-베고베고 닥치는 대로 베다가 언젠가 힘이 다해 베여 죽는 인생
그게 정말 네 소원이라고?
-그래
-하면 정녕 소원하던대로 인생을 산 셈인데 다케조 왜 웃지 않지? 호탕하게 웃어라 타케조 이제 죽을테니 소리 높여 선언해 봐라 누구 할 것 없이 나는 닥치는 대로 사람을 벴고! 그리고 지금 얼토당토 않은 땡중한테 베여 죽게됐소!! 나는 내 뜻한대로 인생을 살았소!! 이게 바로 내 인생이오! 내 바라던 대로 됐고 와 하하하
(중략)
--왜 나를 낳은 거야? 버릴 거라면죽일 거라면. 소외당하고 두려움을 사고 미움받고 배척당하고 죽이고 죽이다가 비참하게 죽을 귀신의 자식이라면 왜 나는 태어난 거지?
-목숨을 내던질 생각이냐 다케조? 여기서. 이제까지의 너마저 버릴 셈이냐? 살생만 벌리는 수라와 같은 인생이 정녕 네 바람이냐, 다케조? 아니야
너는 그러라고 태어난 것이 아니야
--정말이야 타쿠앙? 살아도 되는거야?
--- pp.220-235
'미야모도 촌은 물맛도 좋지'
'비쩍 마른 몸도 조금은 윤기가 돌 게야'
'죽여라'
'어....'
'목소리도 돌아왔군. 쉬어빠지긴 했어도.'
'...뭐라고?'
'죽여.'
'망할놈의 땡중아'
'헉'
'헉'
'헉'
'그게 소원이냐?'
'달리 뭐가 있겠어.'
'어두운 얼굴이구나.'
'다께죠.'
'어둡고....,'
'괴롭고.....'
'서럽고.....'
'쓸쓸한 눈이야'
시끄럽게,
'베고 베고 닥치는대로 베다가,'
'언젠가 힘이 다해 죽는 인생.'
'그게 정말 네 소원이라고?'
'하면 정녕 소원하던대로 인생을 산 셈인데. 다께죠'
'그래'
'왜 웃지않지?'
'호탕하게 웃어라, 다께죠.'
'이제 죽을테니...'
'....'
--- p.220-221
깨끗하게 죽고 싶니? 무사답게? 안돼. 누구 마음대로?
네 손에 죽은 다른 이들도 저마다 인생이 있었어.
축복을 받았건 못받았건. 이 세상에 태어나고 자라, 가족이 있었던 자, 없는 자, 어린 자식이 있었던 자, 약혼자가 있었던 자, 개를 기르던 자, 무언가를 꿈꾸던 자, 아무 것도 없이 그저 살아온 자.
다케조, 네가 끝내버린 거다. 그들의 인생을.
그런데 너만 죽고 싶을 때 죽겠다고? 무사답게, 깨끗하게? 대체 무어냐? 네가.
그들의 목숨을 빼앗으면서까지 살아남아 놓고. 여기서 멋드러지게 죽고 싶다?
제 생각만 하는 놈 같으니.
--- p.175-179